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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소개한 아파트404가 2편을 재밌게 본 이후, 의외로 점점 애매해지던(..) 경험이 있어서, 이번엔 4화까지 보고 적습니다. 벌써 시즌의 절반이 지나갔네요.
뭐..왜 봤겠습니까. 최보필 PD가 연출하고 유재석 나온다길래 봤습니다. 유재석이 안나오면 TV 프로를 잘 안보더라고요(..)
굳이 덧붙이자면 유연석 MC가 신선하기도 했습니다. <핑계고>에서 차태현과 같이 유재석을 뒤집는다든지, <런닝맨> [집사의 하루]에서 게임에 진심인 모습이 코믹하기도 했고, 아무래도 보필PD도 그런 모습을 보고 뽑은 것 같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지금까지는 상당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SBS에서도 좀 기대가 되어서인지는 몰라도 1화 때보다 4화때 재방이 더 많아져서 어제 보고도 또 볼 수 있더라고요. 강동원 배우와의 어레인지가 잘 안된건지 몰라도 본방 때 나온 강동원 통화 씬이 재방에서 잘리는 등 몇가지 사소한 점은 있지만, 이정도는 두번 안보면 모를 내용이고(..)
아무튼 지금까지 보면서 느낀 프로그램의 장단점을 한번 적어보려고 합니다. 사실 시청률 봐서는 한달 뒤면 종영할테니 그 전에 적으려는 것도 있고요.
장점
1. 유재석의 게임재능
런닝맨을 아시는 분들은 다 알 얘기지만, 사실 유재석의 가장 큰 장점인 코너 진행능력만큼 대단한 재능은 게임을 아무리 해도 더럽게 못한다는 점입니다.(..)
이게 기술적으로 본인이 못하는 거면 그래도 개선의 여지가 있는데, 본게임을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본인의 부담 울렁증이라는 선천적 멘탈 문제라 고쳐지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연습게임만 하면 잘하는데 본게임에 들어가면 못하는게 런닝맨의 패턴이기도 하고, 10년 넘게 검증된 하나의 캐릭터이기도 하죠.
그러다보니 런닝맨이나 아파트 404처럼 게임으로 힌트를 얻는 식의 게임에선 유재석의 트롤링이 스파이 의혹을 받거나, 같은 팀의 구박을 받는 소재인데, <틈만나면,>에서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갑니다.
<틈만나면,>의 진행구도는 이렇습니다.
a) <틈만나면,>에 사연을 적어주신 분들을 찾아간다.
b) 보통 아이스브레이킹 수준의 대화를 한다.
c) 게임을 시작한다. 주어진 기회는 전부 합쳐서 10회이며, 성공할 때마다 go/stop을 정할 수 있으며, go를 할수록 상품이 좋아진다.
d) 총 세번의 go까지 성공하면 상품을 전부 받으며, 중간에 stop을 해도 그간의 상품은 다 받을 수 있다.
e) 단, go를 했는데 10회의 시도까지 수행해서 실패할 경우, 지금까지의 상품을 전부 잃어버린다.
인데, 여기서 문제는 c~e입니다. 첫번째 go에서는 그래도 어느정도 성공을 하는데, 두번째 go부터는 게임을 어느정도 잘 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유재석은 게임을 못합니다(..)
그러다보니 유재석이 갈굼당하는 모먼트가 자주 나오는데, 또 유재석이 딜러만큼 숙련된 상황이 반항하는 탱커 역할이다보니 이걸 찰지게 잘 받습니다. 그래서 게임 파트가 예상외의 비중을 차지합니다.
2. 허당 유연석
유연석, 본명 안연석이는 사람이 소재 덩어리입니다. '이것도 해봤어?' 라고 물어보면 '어, 해봤어' 라는 답변이 거의 대부분 나옵니다. 그리고 오랜 배우 생활을 하다보니 아는 인맥도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게스트와의 대화를 할 때 유재석과 접근법이 다릅니다. 물론 대체적인 느낌으로 꼭 이렇지는 않지만..
보통 유재석이 접근하는 방식이 일상의 어떤 것을 주제로 질문하고(예: 오늘 아침은 먹고 왔니? 뭐 먹었는데?) 그에 대해 게스트가 답변을 하면 그에 대한 리액션을 하고 그와 관련된 대화를 더 하거나 거기서 웃긴 점을 찾는, 소위 발굴하는 방식을 사용한다면,
유연석은 본인이 아는게 많고, 취미도 많은데다 유재석과는 다른 계열 사람들과의 컨택이 또 많다보니 자신과의 공통점을 찾는 식으로 합니다. 이를테면 안유진-안보현일 때는 같은 안씨, 안보현 때는 올드카 취미, 조정석과는 찐친, 이광수와는 같은 소속사, 뭐 이런 식이죠. 그렇게 소재를 찾고나면 그에 대한 얘기를 같이 하거나 거기서 이야기를 뻗어가는 식으로 대화 주제를 이끌어갑니다.
그러다보니 게스트와의 대응에서 서로가 어느정도 상호보완을 해주는 느낌을 받습니다. 어쩔땐 유재석, 어쩔땐 유연석 이런식으로 같이 대화가 되고 공통점을 찾는 식이죠. 그래서 게스트가 소외되는 느낌은 못받았습니다.
반면, 유연석이 취미 부자인 것과는 별개로 게임은 그닥 잘하지는 못합니다(..) 런닝맨에서도 유연석이 재미있던 것은 사실 유연석이 게임에 대한 열정에 비해 게임은 잘 못하는, 그런 허당스러운 면이었으니까요.
그런 점이 잘 드러난게 2화 조정석 편에서 서울타워에 올라갔을 때였습니다. 제기차기 의외의 1인자 조정석과 원래 제기차기의 강자였던 유재석에 비해, 진짜 제기를 전혀 못차고, 차지 말라고 진짜 바로 앞에서 안차는(..) 유연석이 꼭 한번씩은 차야되니 환장할 정도로 못하더라고요(..)
그런 언밸런스함이 또 매력이 있었습니다. 그런 면이 프로그램의 한축을 잘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3. 게스트
<틈만나면,>은 2mc체제입니다. 거기에 신청하시는 분들은 대체로 일반인이다보니 프로그램에 감칠맛을 내는 게스트들의 역할에도 비중이 실립니다. 지금까지는 제작진이 예능프로에서 검증된 인물들을 잘 섭외해서 2mc와의 합이 잘 맞는 편입니다..... 아니 솔직히 1화 이광수부터 선넘었지.(..)
4. 나름 개성있는 미니게임
<틈만나면,>은 어떻게 보면 소재 외주 프로입니다.(..) 좋은 의미로 한 말로, <틈만나면,> 에 신청하신 분들의 직업, 장소 등이 가지각색인데, 그런 사람들의 개성을 뽑아내서 게임을 잘 뽑습니다. 틈이 길어봐야 1시간 반 정도다보니 게임이 엄청 어려운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면서도 어느정도 다른 느낌을 가져야 되는데 그런 게임을 지금까지는 잘 뽑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아무래도 런닝맨 짬도 있고, 수학 없는 수학여행에서도 게임은 잘 뽑았던 보필pd와 제작진의 공이 아닌가 싶네요.
5. 묘한 부조리
이 프로에서, 당사자분들에게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가장 어이없으면서 그래서 웃긴 순간은 사실 도전에서 실패했을 때입니다.
사실 이 예능프로에서 가장 부조리한 면은 다음과 같습니다.
a) go/stop을 선택하는건 <틈만나면,> 신청자지만
b) 게임을 하는 당사자는 출연진들이고,
c) go를 하기 전까진 다음 게임 난이도를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첫번째 go를 빨리 성공할 경우, 다음 것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신청자에게 go를 권유했는데, 다음 난이도가 갑자기 헬로 변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출연진들도 긴가민가 해서 조심스럽게 stop을 권했는데, 신청자가 재미(?)를 위해 go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10회째 시도에서 실패할 경우, 슬픈 bgm과 같이 지금까지 얻은 상품과 성공했으면 얻었을 상품을 가져갑니다.
이게 슬프다면 슬픈 장면이어야 되는데, 여기서 너무 담담하게 제작진들이 회수하고, 지쳐서 나동그라진 출연진들을 보고있으면 이상하게 웃음이 나옵니다.(..)
차라리 신청자가 슬퍼하거나 그러면 슬플 것 같은데, 그 분들도 담담하게 받으시고 사실 본인들이 선택한 것이기도 하니 참 안타깝다 싶으면서도 엄청 분위기가 늘어지진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분들은 정말 상품을 받기 위한다기 보다, 자신들 일상의 틈이 났을 때 출연진을 보며 추억을 얻어가는 것이 목적이어서 그런걸까요? 못따도 좋아하시는 모습이 그래도 다행이었고, 그래서 웃을 수 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아, 물론 광화문의 수호자 분에게서 눈물이 보이는듯도 했지만 착각일테지요(..)
뭐, 여기까지는 장점을 적었다면, 이번에는 제가 보며 느낀...아쉬운 점?입니다.
아쉬운점
가. 애매한 유-유 케미
위에서 게스트와의 케미가 좋다는 것을 적었는데, 정작 2mc 자체의 케미는 제 생각에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건 유재석과 유연석의 케미를 일으키는 방식의 차이 탓일 수도 있는데,
유재석은 기본적으로 딜러로 상대를 까면서 케미를 일으키고, 중간중간 탱커가 되는 식으로 티키타카를 합니다.
반면 유연석은 온리 딜러로, 탱커에 대한 재능은 어.. 크지 않습니다. 물론 유쾌하게 넘기는 정도는 되지만, 탱커로 큰 웃음을 줄 정도는 아닙니다. 사실 외적으로 깔게 많지 않은 사람이기도 하고요(..)
그러다보니 오프닝에서 둘의 케미가 막 좋지는 않습니다. 물론 제 편견일수도 있지만,
예)
재석(재): 그러고보니 xxx씨는 그런것도 해봤다면서? 이야...
게스트(게): 네, 이러저러한 걸 해봤었는데..
연석(연): 나도 그거 해봤어. or 나는 이런걸 해봤는데..
식의 2mc 보단 mc와 2패널 느낌이 아직까진 나오는 편이죠.
물론 유재석의 토크야 말이 필요없고, 유연석도 토크 실력이 좋은데다 기본적으로 분위기를 잘 맞추기 때문에 두드러지진 않습니다만, 비슷한 2mc 체제인 유퀴즈에서 유재석과 조세호가 보이는 딜러-탱커 티키타카를 기대하기는 아직 어려운 것 같습니다. 뭐,생각해보니 정규 mc가 처음인 유연석에게 너무 과한걸 바라는 거기도 하고, 제작진도 그런걸 기대하진 않았을테니 트집 같기도 합니다.
나. 틈이 많음
<틈만나면,> 은 기본적으로 세 분의 신청자를 만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틈만나면,>의 시간은 1시간 40분, 광고를 빼면 대충 1시간 35분 정도 되는듯 합니다.
그러다보니 <틈만나면,> 내부의 코너는 최대 5개가 되는겁니다.
(오프닝/틈1찾아가기)-(틈1)-(틈2)-(출연진들의 틈(보통 점심/카페))-(틈3)
이게 코너로 보면 하나당 20분 정도 아니냐, 그러니 분량이 충분하지 않느냐 할텐데, 문제는 분량이 충분하다못해 넘친다는 사실입니다.
위의 장점에서 적었다시피
mc들 토크 - 잘함
게스트 - 좋음
신청자 - 대화함
게임 - 색다름
이다보니 오프닝을 최소로 한 5분으로 하더라도 넣어야 할 것들이 넘쳐나는 실정입니다. 그러다 케미가 잘 드러나서 틈 하나가 길게 잡게 되면 불가피하게 다른 틈을 줄이는 식으로 편집이 분량 조절을 하는 것이 보일 정도일 때도 있습니다. 좋다면 좋은건데, 부산스럽다는 느낌이 솔직히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틈만나면,>에서 가장 편안하게 본 화는 2화였습니다. 틈을 2개만 해서인지 적당히 두 틈 모두 분량이 나오고, 게스트와의 대화도 적당히 길게 가질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반면 3화의 틈3은 거의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가다보니.. 아니 그래도 재밌었습니다.
다. 들쑥날쑥하는 게임 난이도
이건 위의 미니게임의 장점과 불가피하게 연계되어 있는 문제입니다. 소재에서 따와서 게임을 만드는건 좋은데, 그러다보니 이전 틈의 게임은 정말 어려웠는데, 그 다음 틈에서 게임은 갑자기 쉬워지는 그런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건 베타테스트 해봐야 되는거 아닌가 싶은데, 베타테스트를 했음에도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이건 이미 몇번 나왔는데,
a) 틈1에선 구두솔을 세로로 세우는 게임을 했는데, 틈2에서는 (유명한) 동요 외워 부르기(a.k.a 돌아온 쟁반노래방)
b) 틈2에서 속담 연상퀴즈(이 때는 급해서 직업과도 상관 x)를 했는데, 틈3에서 꽃잎 불어 고리 넘기기
처럼 같은 프로에서 랜덤성이 강한 게임과 실력으로 극복 가능한 게임이 나오더라고요.
뭐 이정도면 문제 없는것 아니냐, 싶은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경품이 걸린 프로다보니 묘하게 난이도 같은 점이 보였습니다.
라. 마무리
아.. 이건 정말 보필pd를 좋아하지만, pd의 취향인지 아니면 마무리를 원래 임팩트있게 못하는건지 궁금합니다. 런닝맨때도 마무리가 영 어설펐는데..
물론 <틈만나면,>의 주축중 하나가 신청자니 신청자로 마무리 하는 것도 좋은데, 구식 방식을 선호하는 저로선 적어도 게스트와 2mc와도 작별인사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굳이 <틈만나면,> 신청자들의 마무리 인터뷰만 하지 않고, 굳이 마무리 할거라면 신청자들과 같이 옆에서 얘기 하고 마무리를 지어도 좋을 것 같은데...
수학 없는 수학여행에서는 이런 엔딩문제가 두드러지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의외로 장기 프로젝트가 보필pd의 이런 마무리 불안증을 감출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정작 수학 없는 수학여행 자체가 망해버려서 딱히 할말이 없네요(..)
총평
재밌습니다. 아 아주 맘에 들어요. 단점이 저렇게 많은데 재밌다고요? 그렇습니다. 저정도 단점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코너 구분도 뚜렷하고, 게임과 케미도 적절히 섞었고, 슴슴하게 재밌어서 요즘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한동안은 기가지니에 <틈만나면,> 검색을 부탁해도 안해줘서 리모컨으로 한땀한땀 검색해서 다시 봤는데, 오늘 드디어 <틈만나면,>을 검색해줘서 기분 좋았습니다.
화요일 10시 넘어서 딱히 할거 없고 유튜브도 질릴 때 보시면 꽤 만족하시지 않을까 생각을 해보며 이 글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