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는 좋았다 [김은지]
내가 왜 이 나무를 좋아하는 줄 알아?*
그 영화의 명대사는 이 질문의 답이다
나는 이 질문이 더 좋지만
커다란 나무
귀여운 아이
밖으로 나온다
아슬아슬
귀엽다고 해도 좋을지
저 삶을
플로리다 아이들이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입소문이 난 영화를 뒤늦게 나도 봅니다만
누가 제일 나빠
어떻게 했어야 옳은 건데
나무와 아이가
화면 밖으로 나온다
되게 오래도록
문제를 발견만 하면
마법처럼 해결하는 줄 알았지
이제는 내가 왜
이 영화를 좋아하는 줄 알아?
봤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에
*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대사 "내가 이 나무를 왜 좋아하는 줄 알아? 쓰러졌는데도 계속 자라서".
- 여름 외투, 문학동네, 2023
* 최근에 TV로 본 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두번이나 볼 정도로 좋았던 영화다.
친구는 맞아요, 그래서 책으로도 읽었죠!라고 말한다.
생명이 움트는 늪지에서 온갖 생명체를 사랑하고 궁리하고 정리하고 그려내고 책으로 내는,
한 집념의 소녀 이야기이다.
인간이 살면서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 게 '버림받는 것'과 '폭력을 당하는 것'이다.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폭력을 당하고 자식들을 버리고 집을 나갔다.
막내인 소녀는 언니나 오빠에게조차 버림 받는다.
늪지는 어쩌면 보고 싶고 돌아오길 바랬던 어머니의 모습이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에 의지하고 싶었던 차에 남자를 알게 되지만 한 남자는 불행하게도 폭력을 쓰는 나쁜 놈이다.
내가 왜 이 영화를 좋아하는 줄 알아?
그건 늪지의 자연이 버림 받지 않도록 사랑했기 때문이야.
그리고 폭력을 썼던 놈에게 응징하고 늪지에 처박았기 때문이지.
그렇게 한 늪지 소녀에게 잘 했어!라고 말해주고 싶다.
정말 잘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