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라이브 드로잉 [이은규]
무언가 갑자기 떠오른 사람처럼 한 사람이 자리를 떠났
다 같은 생각을 떠올리지 않은 나는 자리를 지켰다 열두
번째 나무 아래 오래 서서 복숭아 열매를 바라보았다 천천
히 차오르는 생각 혹은 열매, 펜을 들고 있지 않았지만 복
숭아 라이브 드로잉은 계속되었다 드로잉이 끝날 때까지
그 자리에 머물러야만 할 것 같았다 무해한 복숭아를 응원
하기 위해 무럭무럭 차오르는, 물큰
- 무해한 복숭아, 아침달, 2023
* 복숭아밭에서 떠나간 사람과 자리를 지키는 사람.
떠나간 사람은 껄끄럽든지 깔끄럽든지 해서 슬그머니 사라진 게다.
한 공간 안에 같이 있는 게 싫어서 떠난 것이고
남은 사람은 공간을 사랑하고 응원하고 잘 키우고 싶은 긍정 마인드가 있기 때문에 남은 게다.
유해한 공간은 이익을 따져 유해하다 본 것이고
무해한 공간은 이익을 따지지 않고 있는 그대로 무해하다고 본 것이다.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강은교시인의 사랑법中에서)
아마 오래도록 바라보며 달고 맛있는 복숭아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투사되어야 물 많은 복숭아가 되지 않을까.
복숭아밭을 잘 지킵詩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