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5일 비오는 수요일 밤 11시경, 평소에도 수요일 밤은 택시수요가 상당히 많은 날입니다. 그런데 이날은 오후부터 계절을 재촉하는 봄비가 세차게 내려 불판에서 지글지글 소리내는 삼겹살에 쇠주 한잔이 생각나는 날이라 그런지 늦은 밤거리에는 택시를 향해 애타는 손짓을 하는 시민들이 도로에 넘쳐나는 날이었습니다.
평소보다 많은 택시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 바삐 움직이는 택시에 날벼락 같은 사건이 발생하였으니 바로 <카카오 택시의 배차 장애>였습니다. 카카오 택시가 2016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지 이제 딱 2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카카오택시 출범 2주년 기념품은 아이러니 하게도 <콜 배차장애>라는 유쾌하지 않은 선물이었습니다.
오후 늦은 시간에 택시를 몰고 나오면서 오늘은 비가 와서, 손님이 많을 것이고 그렇다면 콜이 폭주할 것이란 예상을 하여 <흠 오늘은 가고 싶은 좋은 목적지의 손님을 내 맘대로 골라 태울 수 있겠구나>하는 기쁜 마음으로 택시영업을 시작했습니다.
첫손님은 기분 좋게도 분당정자동 손님, 우선배차를 분당으로 해놓은 것이 주효했습니다. 정자동 도착하니 길이 많이 막힌 관계로 평소보다 3000원정도 더 나온 19000원이 나왔는데 손님이 5만원 짜리를 내더니 3만원만 거슬러 달라고 하여 첫손님부터 유쾌한 출발이었습니다.
정자동 네이버 본사에서 차를 대놓고 있는데 연이어 서울콜이 울립니다. 역삼동콜— 안가..길막혀 가락시장콜 — 안가 길막히고 너무 짧아, 신사동콜— 안가 길막혀... 손님까지의 거리도 좀되고 해서 포기하고 어차피 콜도 많은데 여유 있게 기다렸습니다. 그러다 판교로 이동할까? 지금 서울에 돌아가는 것은 죽음(길막힘)을 말하는 것인데 ... 이러면서 슬슬 이동 하는 중에 서울콜이 떨어졌습니다. 목적지는 암사동...ok 바로 300미터 앞에서 떨어졌으니 잡았습니다.
손님이 말하기를 분당 수서간 타서 쭉가서 올림픽을 타고 가세요.... 흠..딱 맘에 드는 손님이네.... 그렇지 암사동을 가려면 그리가야지..이래서 50분 걸려서 도착하니 21000원...
이래저래 밤 11시 까지 그럭저럭 2만원짜리 손님만 계속 태워서 기분이 삼삼했었는데 서부이촌동에서 콜 받아 수서경찰서 까지 온 손님을 내리고 나올 때까지는 운수가 잘 풀리고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런데..일원동 우성아파트에서 차를 돌려 나오는데..얼씨구나.. 대청타워에서 고양시 풍산동 콜이 떨어졌습니다. 풍산동이면 3만원은 족히 넘을텐데..냉큼 잡았더니.. 이런 제기럴..콜배차가 완료되었답니다..그때가 밤 11시 30분.. 어이쿠... 염병할... 3만원짜린데..이러면서 재수가 없음을 탔하고 있는데 조금 있다 또 떨어집니다. 동일한 콜이.... 어라? 배차를 반납했나? 이려면서 손가락을 승인에 터치했는데 또 좀전과 똑같이 콜배차가 완료되었답니다. 이거 참 사람 가지고 노는 것도 아니고.아까 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잡았는데..왜 안되지? 고개를 갸우뚱하는데.. 수원콜이 떨어집니다. 대청역2번출구 얼씨구나 오늘 콜이 노나는 구나..하고 잡았습니다. 그런데 또 아까와 동일하게 <배차가 이미 끝난 콜입니다. 새로운 콜을 받아주세요> 요로코롬 메시지를 날립니다.
그래서 이거 참 이상하다? 어떻게 이런 경우가 있지..그래서 차를 세우고 한 10분간 동일 자리에서 서있었는데 계속해서 동일한 고양 풍산 콜이 5번이나 나왔습니다.... 계속해서 받을 때 마다.. 배차가 이미 끝난 콜이란 메시지와 함께....그래서.... 이거 오류 아닌가? 서버가 터진 것 아닌가? 요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안잡을 것 같은 단거리 콜을 한번 잡아보았습니다. 역시 또 배차가 이미 끝난 콜이란 겁니다..이거 아무리 봐도.. 서버가 문제인데... 나만 그런가..그래서 알아보니 다른 사라들도 동일하게 이런 현상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에이 재수 없으려니까 하필이면 피크타임에..재수 없으려니까....오늘따라 평소 못 보던 평택콜도 보이고... 이런데 잡지도 못하고... 할 수 없이 길손님을 태웠습니다. 길손님을 태웠는데 재수가 좋아서 그런지..일산가는 손님을 태웠고,,, 그 손님 태우고 내린 후 홍대를 오니까 그제서야 정상(새벽 1시경)작동을 하였습니다.
그 사이 카카오 측에서 공지를 보냈고, 결국 오늘 사건은 카카오 서버의 문제로 밝혀졌습니다. 카카오가 2주년 기념품을 모든 택시기사에게 선사한듯합니다. 한번 염 먹어 봐라..이런 거죠... 카카오가 지난 2년간 뻘짓하더니 이젠 배차 오류까지 내면서 택시기사들 엿 좀 많이 드쇼..하는듯합니다.
그동안 길손님은 안태우고 콜 손님만 주로 태웠더니..이젠 길에서 손님태우는 것이 엄청 불편합니다. 역시 카카오에 중독되더니 이젠 그 중독에서 헤어나질 못하겠습니다. 카카오 중독증... 이거 어쩔 수 없나봅니다. ... 그 달콤한 유혹..카타르시스적 카카오택시의 오묘한 자태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듯합니다. ...
카카오가 사라진다면 다시 도로의 진상들을 태워야한다는 결론인데..그 피곤함을 어떻게 견딜지... 카카오 택시에 중독된 오늘의 나를 自覺시켜준 카카오의 배차오류에 감사를 드립니다.
첫댓글 오 도파민 좀 나왔겠네요 염먹으면 고양시 풍산 볼 때마다
중독되셧군요. 참 헤어나기가 어렵죠...
선수의 푸념이라고 생각하겟습니다.
같은 상황을 똑같히 겪었네요.
난 오지에서 그런 상황이었는데
그런 콜들을 쭉 바라봤죠.
서버에 있던 지난 콜들이 백롤 되어
주변에 뜨는걸 보는데 탑승지와 도착지를
보니 나름 오지도 운빨 맞으면
좋은콜도 잡겠구나 했습니다.
아마 카카오택시 측에서
주변에서 이런콜도 뜬다는걸 광고(?)한
이벤트라 생각할랍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