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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을. 하고도가을어느날.
길을가다가자리를잘못잡아지상(地上)에서반짝이는별,그런별몇개로반짝이는황국(黃菊)이나야국(野菊)을만나면가을동안가을이게두었다가그다음국(菊)을다시별로불러별이되게하고몇개는내주머니에늘넣고다니리라.
내주머니가작기는하지만그곳도우주이니별이뜰자리야있습지요.딴은주머니가낡아서몇군데구멍이있는데혹지나다니는길에무슨모양을하고떨어져있거든눈꼽이며그곳이나비누로좀닦아서어디든두고안부나그렇게만전해주시기를.
2
오해하고싶더라도제발오해말아요
시인도시(詩)먹지않고밥먹고살아요
시인도시(詩)입지않고옷입고살아요
시인도돈벌기위해일도하고출근도하고돈없으면라면먹어요
오해하고싶더라도제발오해말아요
오해하고싶으면제발오해해줘요
시인도밥만먹고는못살아요
시인도마누라만으로는못살아요
구경만하고는만족못해요
그러니까시인도무슨짓을해야지요
무슨짓을하긴하는데그게좀그래요
정치는정치가들이더좋아하고
사기는사기꾼들이더좋아하고
밀수는밀수업자들이더잘하고
작당은꾼들이더잘하고
시인은시를더좋아하니까
시에미치지요밥만먹고못사니까
밥안먹고못사는이야기에미쳤지요
그래요미쳤지요허지만시인도
밥먹고살아요돈벌기위해일도하고
출근해요출근하지못하면정말곤란해요
순사가검문하면주민등록증보여야해요
순사가검문해도번호가없는시(詩)는그러니까
위법이지요위법이니까그게좀그래요
위법은또하나의법(法)이니유쾌해요그게그래요
거리를가다가혹시(詩)가있거든눈꼽이며
그곳이나비누로닦아주고안부나
그렇게만전해줘요그게그렇다구요
- 오규원 시 ‘시인 구보씨의 일일(一日)‘모두
* <가끔은 주목받은 생(生)이고 싶다>, 문학과지성사, 1987
사람이 할 만한 일 가운데
그래도 정말 할 만한 일은
사람 사랑하는 일이다
―――이런 말을 하는 시인의 표정은
진지해야 한다
사랑에는 길만 있고
법은 없네
―――이런 말을 하는 시인의 표정은
상당한 정도 진지해야 한다
사랑에는 길만 있고
법은 없네
- 오규원 시 ‘無法(무법)‘
[가끔은 주목받는 生이고 싶다], 문학과지성사, 1987.
빗방울 하나가 유리창에 척 달라붙었습니다
순간 유리창에 잔뜩 붙어 있던 적막이 한꺼번에 후두둑 떨어졌습니다
빗방울이 이전에는 둘 셋 넷 그리고 다섯 여섯 이렇게 왁자하게 달라붙었습니다
한동안 빗방울은 그러고는 소식이 없었습니다
유리창에는 빗방울 위에까지 다시 적막이 잔뜩 달라붙었습니다
유리창은 그러나 여전히 하얗게 반짝였습니다
빗방울 하나가 다시 적막을 한 군데 뜯어내고 유리창에 척 달라붙었습니다
- 오규원 시 ‘유리창과 빗방울‘
* [새와 나무와 새똥 그리고 돌멩이], 문학과지성사, 2006.
-------- M E N U ----------
샤를르 보들레르.......800원
칼 샌드버그...........800원
프란츠 카프카.........800원
이브 본느프와.......1,000원
에리카 종...........1,000원
가스통 바쉴라르.....1,200원
이하브 핫산.........1,200원
제레미 리프킨.......1,200원
위르겐 하버마스.....1,200원
시를 공부하겠다는
미친 제자와 앉아
커피를 마신다
제일 값싼
프란츠 카프카
- 오원규 시 ‘프란츠 카프카‘
(1)
그 마을의 주소는 햇빛 속이다
바람 뿐인 빈 들을 부둥켜안고
허우적거리다가
사지가 비틀린 햇빛의 통증이
길마다 늘려 있는
논밭 사이다
반쯤 타다가 남은 옷을 걸치고
나무들이 멍청히 서서
눈만 떴다 감았다 하는
언덕에서
뜨거운 이마를 두 손으로 움켜쥐고
소름끼치는, 소름끼치는 울음을 우는
햇빛 속이다
(2)
行政區域행정구역이 개편된
그 마을 주소는 虛空中허공중이다
목마른 잎사귀들의 잔기침 소리로
종일 어수선한 하늘 속이다
갈 곳 없는 목소리들은 나뭇가지에
모여 앉아
偏愛편애의 그물을 짜고
偏愛의 그물을 짜고
그 위에서 나른한 잠을 즐기는던 유령들이
시나브로 떨어져 죽는
編入편입된 하늘의 一帶일대다
- 오규원 시 ‘그 마을의 주소’
[분명한 사건], 문학과지성사, 2017.
지난겨울도 나의 발은
발가락 사이 그 차가운 겨울을
딛고 있었다.
아무 데서나
심장을 놓고
기웃둥, 기웃둥 소멸을
딛고 있었다.
그 곁에서
계절은 귀로를 덮고 있었다.
모음을 분분히 싸고도는
인식의 나무들이
그냥
서서 하루를 이고 있었다
지난겨울도 이전 겨울과
동일했다.
겨울 밟고 선 내 곁에서
동일했다.
마음할 수 없는 사랑이며, 사랑……
내외들의 사랑을 울고 있는 비둘기
따스한 날을 쪼고 있는 곁에서
동일했다.
모든 나는 왜 이유를 모를까.
어디서나 기웃둥, 기웃둥 하며
나는 획득을 딛고
발은 소멸을 듣고 있었다.
끝없는 축복.
떨어진 것은 恨한대로 다 떨어지고
그 밑에서 무게를 받는 일월이여.
모두 떨어져 덤숙히 쌓인 위에
감당할 수 없는 무게로
발자국이 하나씩 남는다.
손은 필요을 저으며 떨어져나가고.
손은 필요를 저으며 떨어져나가고.
서서 작별을 지지하는 발
발가락 사이 이 차가운 겨울을
부수며
무엇인가 아낌없이 주어버리며
오늘도 딛고 있다.
바람을 흔들며 선 고목 밑
죽은 언어들이 히죽히죽 하얗게 웃고 있는
겨울을,
첨탑에서 안식일을 우는 종이
얼어서 얼어서 들려오는
겨울을.
이번 겨울도 나의 발은
기웃둥, 기웃둥 소멸을 딛고
일월이 부서지는 소리
그 밑 누군가가 무게를 받들고……
- 오규원 시 ‘겨울 나그네’
[분명한 사건], 문학과지성사, 2017.
꽃이 잎과 줄기와 향기로
꽃밭을 몸 안으로 잡아당기듯
꽃이 꽃밭의 육체를 잡아당겨
젖가슴을 내놓고 가랑이를 벌리듯
꽃밭의 꽃이라는 꽃은 모두 손에
잡히는 세계를 몸 속으로
몸 속으로 밀어넣듯
욕망의 성기며 육체의
현실인 말은
오늘도
- 오규원 시 ‘말’
[가끔은 주목받는 生이고 싶다], 文學과知性社, 1987.,
어느날 어린 王子가 나에게 와 물었읍니다
당신은 무엇 때문에 사느냐고.
나는 대답했읍니다
무엇 때문에 사느냐고 남들이 물을 때
내 느낌이 그때마다 조금씩 다를 것 같아서라고.
어린 王子가 다시 나에게 물었읍니다
당신은 무엇 때문에 사느냐고.
나는 대답을 했읍니다
무엇 때문에 사느냐고 남들이 물을 때
내 느낌이 언제나 조금씩 다른 즐거움을 즐기기 위해서라고.
또 한번 물었읍니다 어린 王子는
당신은 무엇 때문에 사느냐고.
나는 또 한번 대답을 했읍니다
내가 없어지면 당신의 물음에 대답할 사람이 한 사람 줄고
한 사람이 준 만큼 당신이 쓸쓸해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어린 王子는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서서 가다가
다시 한번 되돌아와 물었읍니다
당신은 정말 무엇 때문에 사느냐고.
나는 나에게 대답을 했읍니다
남들이 그렇게 물을 때 그때 나의 대답이 이제는
항상 다르지 않음을 보기 위해서라고.
아, 야, 어, 여, 오, 요-
구, 규, 그, 기, 가-
나는 <아>에서 <아>까지를
<가>에서 <가>까지 어린 王子가 걸어 갔을 때
사용하기 싫은 이 시대의 말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주고
동화의 말로만 대답을 했읍니다.
- 오규원 시 ‘네 번째의 대답‘
<문학과지성> 창간 10주년 복각본, 문학과지성사, 2015.
가벼운 교통사고를 세 번 겪고 난 뒤 나는 겁쟁이가 되었습니다.
시속 80킬로만 가까워져도 앞좌석의 등받이를 움켜쥐고
언제 팬티를 갈아입었는지 어떤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재빨리 눈동자를굴립니다.
산 자(者)도 아닌 죽은 자(者)의 죽고 난 뒤의 부끄러움,
죽고 난뒤에 팬티가 깨끗한지 아닌지에 왜 신경이 쓰이는지 그게 뭐가 중요하다고
신경이 쓰이는지 정말 우습기만 합니다.
세상이 우스운일로 가득하니 그것이라고 아니 우스울 이유가 없기는 하지만.
- 오규원 시 ‘죽고난 뒤의 팬티’
* 김재홍 편저 <작은 들꽃이 보고 싶을 때> (문학수첩, 2003)
詩에는 무슨 근사한 얘기가 있다고 믿는
낡은 사람들이
아직도 살고 있다. 시에는
아무것도 없다.
조금도 근사하지 않은
우리의 生밖에.
믿고 싶어 못 버리는 사람들의
무슨 근사한 이야기의 환상밖에는
우리의 어리석음이 우리의 의지와 이상 속에 자라며 흔들리듯
그대의 사랑도 믿음도 나의 사기도 사기의 확실함도
확실한 그만큼 확실하지 않고,
근사한 풀밭에는 잡초가 자란다.
확실하지 않음이나 사랑하는 게 어떤가.
시에는 아무 것도 없다. 시에는
남아 있는 우리의 생밖에.
남아 있는 우리의 생은 우리와 늘 만난다
조금도 근사하지 않게
믿고 싶지 않겠지만
조금도 근사하지 않게.
- 오규원 시‘용산에서’
노점의 빈 의자를 그냥
시라고 하면 안 되나
노점을 지키는 저 여자를
버스를 타려고 뛰는 저 남자의
엉덩이를
시라고 하면 안 되나
나는 내가 무거워
시가 무거워 배운
작시법*을 버리고
버스 정거장에서 견딘다
경찰의 불심검문*에 내미는
내 주민등록증을 시라고
하면 안 되나
주민등록번호를 시라고
하면 안 되나
안 된다면 안 되는 모두를
시라고 하면 안 되나
나는 어리석은 독자를
배반하는 방법을
오늘도 궁리하고 있다
내가 버스를 기다리며
오지 않는 버스를
시라고 하면 안 되나
시를 모르는 사람들을
시라고 하면 안 되나
배반을 모르는 시가
있다면 말해보라
의미하는 모든 것은
배반을 안다 시대의
시가 배반을 알 때까지
쮸쮸바를 빨고 있는
저 여자의 입술을
시라고 하면 안 되나
- 오규원 시 ‘버스 정거장에서‘
* [가끔은 주목받는 생生이고 싶다] 문학과지성사, 1987
* 작시법 시를 짓는 규칙, 방법, 수법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
* 불심검문 경찰관이, 수상한 거동을 하거나 죄를 범하였거나 범하려고 하여 의심받을 만한 사람을 정지시켜 질문하는 일.
어제는 펑펑 흰 눈이 내려 눈부셨고
오늘은 여전히 하얗게 눈이 쌓여 눈부시다
뜰에서는 박새 한 마리가
자기가 찍은 발자국의 깊이를
보고 있다
깊이를 보고 있는 박새가
깊이보다 먼저 눈부시다
기다렸다는 듯이 저만치 앞서 가던
박새 한 마리 눈 위에 붙어 있는
자기의 그림자를 뜯어내어 몸에 붙이고
불쑥 날아오른다 그리고
허공 속으로 들어가 자신을 지워버린다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허공이 눈부시다
- 오규원 시 ‘발자국과 깊이‘
* 시집/새와 나무와 새똥 그리고 돌멩이, 문학과 지성사
잠자는 일만큼 쉬운 일도 없는 것을, 그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어 두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는
밤 1시와 2시 사이의 틈 사이로
밤 1시와 2시 사이의 공상의 틈 사이로
문득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이
내 머리에 찬물을 한 바가지 퍼붓는다.
할 말 없어 돌아누워 멀뚱하고 있으면,
내 젖은 몸을 안고
이왕 잘못 살았으면 계속 잘못 사는 방법도 방법이라고
악마같은 밤이 나를 속인다
- 오규원 시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1. '양쪽 모서리를
함께 눌러주세요'
나는 극좌와 극우의
양쪽 모서리를
함께 꾸욱 누른다
2. 따르는 곳
⇩
극좌와 극우의 흰
고름이 쭈르르 쏟아진다
3. 빙그레!
-나는 지금 빙그레 우유
200ml 패키지를 들고 있다
빙그레 속으로 오월의 라일락이
서툴게 떨어진다
4. ⇨
5. ⇨를 따라
한 모서리를 돌면
빙그레 - 가 없다
다른 세계이다
6. ⇧ 따르는 곳을 따르지 않고
거부한다
다른 모서리로 내 다리를
내가 놓은 오월의 음지를
내가 앉는 의자의
모형을 조금씩 더
옮긴다 …… 이 地上
이 地上 오월의 라일락이
서툴게 떨어진다
- 오규원 시 ‘빙그레 우유 200ml 패키지‘
* 가끔은 주목받는 生이고 싶다, 문학과지성사,2006
1
서울 영등포구 신길6동
육교 밑
그늘진 좌표에서
뒹구는 돌
내가 구둣발로 차고 가는구나
내 구둣발에 차이는구나
버려진 고향처럼
2
내가 차고 가는 돌 속에
환하게 다져지는 달빛
(그 속에 서면 내 몸이 다 젖으리)
산의 귓밥을 파내는 물소리 -
그것을 보는 내 눈이여
낡고 오래 된 상처여
3
감자를 캐는 누이는 땅속에서 나온 돌을 감자처럼
밭 가장자리에 쌓았다
햇볕에 잘 익은 돌들은 여물어 단내 가 났다
다람쥐들은 돌 깊숙한 곳에 새끼를 까고
먼저 죽은 자식을 밭 가장자리에 묻으며
아버지는 잠자리가
편하도록 관을 돌로 괴었다
큰 돌 사이에 작은 돌을 끼우고 큰 돌을 빼내고
작은 돌을
작은 돌을 만만하다고
내가 구둣발로 차고 가는 구나
아들아, 내가 차고 가는구나
- 오규원 시 ‘구둣발로 차고 가는 구나‘
* 가끔은 주목받는 生이고 싶다, 문학과지성사,2006
이 거리가 나를 내가
가두게 한다
이 거리의 속도가
이 충무로가 나를
내가 가두게 한다
치사하게 내가
비겁하게
나를 가두게 한다
노예답게
더럽게
홍콩답게 동경답게
멀지 않아 남산이
남산에 쌓인 겨울이
눈보다 빨리 이 거리의
속도에 녹으리라
하느님 용서하소서
이 충무로에서 오늘
내 권리로 가둘 수
있는 자는
나 하나이므로 내가
이곳에 나를 가둔다
열린 상가의 닫힌
세계 속에
이른 아침의 침몰 속에
자물쇠와 열쇠를 동시에
쥐고 비겁하게
노예답게
충무로의 깊은 자궁 속에
증명서도 없이 도지는 봄 속에
고향을 떠나서 화농하는
상처 속에
하느님 용서하소서
- 오규원 시 ‘충무로 에서’
거울은 거울 앞을 떠난 자를 결코 용서하는 법이 없다.
거울 앞을 떠나면 거울은 그 순간 떠난 자를 그대로 삭
제 한다. 거울을 보려면 누가 불러도 일이 생겨도 거울
앞을 떠나서는 정말 안된다. -사실이 진실에게
1
나는 지금 거울 앞에 있다 거울의
입구는 거울 만큼의 크기로 넓고 단정하고
거울의 안은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니게
나의 크기만큼 차 있고 나머지는 비어 있다
거울이 아니고 인간인 나는 늘 큰 키 덕분에 내 머리
와 모가지는
거울 밖에 있고 심장부터 발까지는 거울 속에 있거나
혹은 내 아랫도리는 거울 밖에 있고
머리와 심장은 거울 속에 있다
나는 지금 거울 앞에서 걷고 있지만 거울속에 나는
아랫도리이거나 윗도리이거나 둘중의 하나이다
아랫도리 이거나 윗도리이거나 그 중 하나가
거울 밖으로 나오면 나는 하나가 된다
2
나는 거울을 보지 않는다 면도를
할 때도 한 손으로 면도기를 들고
다른 손으로 수염을 더듬는다 그래도
수염은 잘 깎인다
우리집 딸놈은 자기 아버지가 잘생기지는 못했지만
멋있다고 믿고 있다 딸놈의
착각이 재미있으므로 나는 거울을 보지 않는다.
- 오규원 시 ‘거울 또는 사실에게‘
* 가끔은 주목 받는 生이고 싶다[문학과 지성사]
-선언 또는 광고 문안
단조로운 것은 生의 노래를 잠들게 한다.
머무르는 것은 生의 언어를 침묵하게 한다.
人生이란 그저 살아가는 짧은 무엇이 아닌 것.
문득- 스쳐 지나가는 눈길에도 기쁨이 넘치나니
가끔은 주목받는 生이고 싶다--- CHEVALIER
-개인 또는 초상화
벽과 벽 사이 한 女人이 있다. 살아 있는 몸이 절반 쯤만
세상에 노출되고 , 눌러쓴 모자 깊숙이 감춘 눈빛을 허리를
받쳐들고 있는 한 손이 끄을고 가고,
-빛 또는 물질
짝짝이 여자 구두 한 컬레가 놓여 있다
짝짝이 코끝에 영롱한 스포트 라이트의
구두 발자국.
-오규원 시 ‘가끔은 주목받는 生이고 싶다‘
[가끔은 주목받는 생이고 싶다],문학과지성사, 1987.
강가에서 그대와 나는 비를 멈출 수 없어
대신 추녀 밑에 멈추었었다
그 후 그 자리에 머물고 싶어
다시 한 번 멈추었었다
비가 온다,
비가 와도 강은 젖지 않는다
오늘도 나를 젖게 해놓고,
내 안에서 그대 안으로 젖지 않고
옮겨 가는 시간은
우리가 떠난 뒤에는
비 사이로 혼자 들판을 가리라
혼자 가리라,
강물은 흘러가면서
이 여름을 언덕 위로 부채질해 보낸다
날려가다가 언덕 나무에 걸린 여름의
옷 한 자락도 잠시만 머문다
고기들은 강을 거슬러 올라
하늘이 닿는 지점에서 일단 멈춘다
나무, 사랑, 짐승 이런 이름 속에
얼마 쉰 뒤 스스로
그 이름이 되어 강을 떠난다
비가 온다,
비가 와도 젖은 자는 다시 젖지 않는다
- 오규원 시 ‘비가 와도 젖은 자는 ‘
너를 사랑하기 위하여 나는 너의
집으로 가는 버스에게 당신을 사랑해 하며
아양을 떨고, 너를 사랑하기 위하여
그 버스가 다니는 길과 버스 속의 구린내와
길이 오른쪽으로 굽을 때 너의 허리춤에서
무엇인가를 훔치는 한 사내의 不道德부도덕에게
사랑의 法법을 묻는다.
너를 사랑하기 위하여 오늘은 소주를
마시고
취하는 法을 소주에게 묻는다.
어리석은 방법이지만 그러나
취해야만 法에 통한다는 사실과
취하는 法이 기교라는 사실과
技巧가 法이라는 사실을 나는
미안하게도 술집 여자의 무릎을 베고 누워
취해서 깨닫는다.
내가 사는 法과 내가 사랑하는 法을
낡아빠진 술상에 젓가락으로 두드리며
깨닫는다.
젓가락이 둘이라서
장단이 맞지만, 그렇지만
너를 사랑하는 法은 하나뿐이라 두드려도,
두드려도 장단은 엉망이다.
江 건너 마을에는 後庭花후정화 노랫가락이
높고
밤에도 너의 집으로 가는 버스는
좌석 밑의 구린내와 지린내를 사랑하고
商女상녀는 망국한을 몰라
노랫소리가 갈수록 유창해진다.
나는 이곳의 技巧派기교파로 울면서, 이 울음으로
몇 푼의 동냥이라도 얻어
너의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하여
여기 이렇게 울면서 젓가락을 두드리며.
-오규원 시 ‘사랑의 技巧.1 - k 에게‘
註주 : 商女不知亡國恨 상녀부지망국한 隔江猶唱後庭花 격강유창후정화 <杜牧두목>
[사랑의 技巧],민음사,1978
*晩唐만당 최고의 풍류시인 두목의 시 <泊秦淮박진회 : 진회에 배를 대고>에서 따온 것
-찬물에 서린 물 안개, 모래에 쌓인 달빛 燃籠寒水月籠沙 연롱한수원롱사
-진회강 주막집 옆에 배를 대었네 夜泊秦淮近酒家 야박진회근주가
-술집 여인네는 나라 망한 줄도 모르고 商女不知亡國恨 상녀부지망국한
-지금도 `후정화`를 부르네 강건너 저편에서 隔江猶唱後庭花 격강유창후정화
성경에 가라시대 마음이 가난한 者에게 福이 있다 하였으니
2백억 축재한 사람보다 1백9십9억 원을 축재한 사람은 마음이 가난 하였으므로
天國은 그의 것이요
1백9십9억 원 축재한 사람보다 1백9십8억을 축재한 사람 또한 그민큼 더 마음이 가난하였으므로
天國은 그의 것이요
그보다 훨씬적은 20억 원이니 30억 원이니 하는 규모로 축재한 사람은 다른 사람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마음이 가난하였으므로
天國은 얻어놓은 堂上이라
돈 이야기로 詩라고 써놓고 있는 나는 어느 시대의 누구보다도 궁상맞은 시인이므로
天國은 얻어놓은 堂上이라.
- 오규원 시 ‘마음이 가난한 者‘
남산의 한중턱에 돌부처가 서 있다
나무들은 모두 부처와 거리를 두고 서 있고
햇빛은 거리 없이 부처의 몸에 붙어 있다
코는 누가 떼어갔어도 코 대신 빛을 담고
빛이 담기지 않는 자리에는 빛 대신 그늘을 담고
언제나 웃고 있다
곁에는 돌들이 드문드문 앉아 있고
지나가던 새 한 마리 부처의 머리에 와 앉는다
깃을 다듬으며 쉬다가 돌아앉아
부처의 한쪽 눈에 똥을 뉘놓고 간다
새는 사라지고 부처는
웃는 눈에 붙은 똥을 말리고 있다
- 오규원 시 ‘부처’
사랑이 기교라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나는
사랑이란 이 멍청한 명사에
기를 썼다.그리고
이 동의반복(同義反復)이 이 시대의 후렴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까지도 나는
이 멍청한 후렴에 매달렸다.
나뭇잎 나무에 매달리듯 당나귀
고삐에 매달리듯
매달린 건 나지만,결과는
비참했다 사랑도 꿈도.
그러나 즐거워하라
이 동의반복이 이 시대의 유행가라는
사실은 이 시대의
기교가 하나님임을 말하고,이 시대의
아들딸이 아직도 인간임을 말한다.
이 시대에 가장 아름다운 기교,
나의 하나님인 기교여.
- 오규원 시 ‘사랑의 기교 2 - 리포르그에게‘
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튼튼한 줄기를 얻고
잎은 흔들려서 스스로
살아 있는 몸인 것을 증명한다.
바람은 오늘도 분다.
수만의 잎은 제각기
몸을 엮는 하루를 가누고
들판의 슬픔 하나 들판의 고독 하나
들판의 고통 하나도
다른 곳에서 바람에 쓸리며
자기를 헤집고 있다.
피하지 마라.
빈 들에 가서 깨닫는 그것
우리가 늘 흔들리고 있음을.
- 오규원 시 ‘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1
봄은 復活節(부활절) 이전에 부활해서 신문에 난 자신의
사진을 확인한 뒤에야 화염방사기를 주문했다
아무도 부활하지 않는 復活節이 오고
봄은 여름보다 먼저 왔다는 物證(물증)을 확보하기 위해
3월의 달력을 찢어 역사의 行間(행간)에 끼워두었다
(그러나 봄이 겨울보다 늦게 왔다는 物證으로 나는
12월.1월.2월의 달력을 모두 역사의 行間에 끼워두었다)
2
봄은 내 몸에 5cc 주사기로 아지랭이를 혈관에 퍼질러놓았다
봄은 내 허파의 갈라진 아스팔트 사이로 들풀을 진격시켰다
봄은 내 몸을 지구의 軸(축)에 매달아 돌렸다 나는
봄에 자전하는 서울의 地區(지구)로 아롱거렸다
3
나는 봄에게로 가서 어떤 의미가 되지 않았다 나는
기혼남자였고 아내가 무서웠기 때문이다
나는 봄에게로 가서 꽃이 되지 않았다 내가
인간으로 태어난 사길을 남들도 다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봄에게로 가서 復活하지 않았다 나는
戶籍(호적)에 사망신고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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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復活節 이전과 이후에도 부활하지 않았다 전경처럼
개나리 편대의 노란 폭발음에 더 독해지는 최루탄처럼
화장을 하고서야 안심하는 아내의 化粧毒(화장독)처럼 나는
살아 있었으므로 부활할 이유가 도처에 없었다
- 오규원 시 ‘나는 復活(부활)할 이유가 도처에 없었다‘
* 가끔은 주목받는 生이고 싶다/문학과지성사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여자만을 가진 여자, 여자 아닌 것은 아무 것도 안 가진 여자, 여자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닌 여자, 눈물 같은 여자, 슬픔 같은 여자, 병신 같은 여자, 시집(詩集) 같은 여자, 그러나 누구나 가질 수 없는 여자, 그래서 불행한 여자.
그러나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여자, 물푸레 나무 그림자 같은 슬픈 여자.
- 오규원 시 ‘한 잎의 여자1‘
나는 사랑했네 한 여자를 사랑했네.
난장에서 삼천 원 주고 바지를 사입는 여자,
남대문시장에서 자주 스웨터를 사는 여자,
보세가게를 찾아가 블라우스를 이천 원에 사는 여자,
단이 터진 블라우스를 들고 속았다고 웃는 여자,
그 여자를 사랑했네.
순대가 가끔 먹고 싶다는 여자,
라면이 먹고 싶다는 여자,
꿀빵이 먹고 싶다는 여자,
한 달에 한두 번은 극장에 가고 싶다는 여자,
손발이 찬 여자,
그 여자를 사랑했네.
그리고 영혼에도 가끔 브래지어를 하는 여자.
가을에는 스웨터를 자주 걸치는 여자,
추운 날엔 팬티 스타킹을 신는 여자,
화가 나면 머리칼을 뎅강 자르는 여자,
팬티만은 백화점에서 사고 싶다는 여자,
쇼핑을 하면 그냥 행복하다는 여자,
실크 스카프가 좋다는 여자,
영화를 보면 자주 우는 여자,
아이 하나는 꼭 낳고 싶다는 여자,
더러 멍청해지는 여자,
그 여자를 사랑했네.
그러나 가끔은 한 잎 나뭇잎처럼
위험한 가지 끝에 서서 햇볕을 받는 여자.
- 오규원 시 ‘한잎의 여자 2‘
----언어는 신의 안방 문고리를 쥐고 흔드는 건방진 나의 폭력이다.
내 사랑하는 여자,지금 창 밖에서 태양에 반짝이고 있네. 나는 커피를 마시며 그녀를 보네.커피같은 여자,그레뉼같은 여자, 모카골드 같은 여자,창 밖의 모든 것은 반짝이며 뒤집히네, 뒤집히며 변하네,그녀도 뒤집히며 엉덩이가 짝짝이되네.오른쪽 엉덩이가 큰 여자,내일이면 왼쪽 엉뎅이가 그렇게 될지도 모르는 여자,봉투같은 여자.그녀를 나는 사랑했네. 자주 책 속 그녀가 꽂아놓은 한잎 클로버 같은 여자, 잎이 세 개이기도 하고 네개이기도 한 여자.
내 사랑하는 여자, 지금 창 밖에 있네. 햇빛에는 반짝이는 여자, 비에는 젖거나 우산을 펴는 여자, 바람에는 눕는 여자, 누우면 돌처럼 깜감한 여자,창 밖의 모두는 태양 밑에서서 있거나 앉아 있네.그녀도 앉아 있네.앉을 때는 두 다리를 하나처럼 붙이는 여자,가랑이 사이로는 다른 우주와 우주의 별을 잘보여 주지 않는 여자,앉으면 앉은,서먼 선 여자, 밖에 있으면 밖인, 안에 있으면 안인 여자,그녀를 나는 사랑 했네.물푸레 나무 한잎처럼 쬐그만 여자, 여자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여자.
- 오 규원 시 ‘잎의 여자 3‘
* 왕자가 아닌 한 아이에게, 문학과지성사, 1978
용서하라,아직 덜 얼은 저 뜰의
허리와 저 뜰의 입술.
용서하라, 담 너머로
다리를 내밀다가 동사凍死한 가을의 잔해殘骸.
그리고 다시 용서하라
덜 얼은 내 입이 얼 때까지
가지 않고 머무는 겨울을.
얼지 않는 겨울은 비참하다. 이 비참하고
긴 겨울의 삼강오륜三綱五倫과
동야冬夜를 사랑하는 밤 불빛과
불빛을 따라가서 자주 외박外泊하고 오는
나와
비러먹을 시를 쓰는 나를
너는 용서하라
너는 패배敗北하라
나에게 敗北하라.
- 오규원 시 ‘冬夜‘
* 사랑의 기교技巧.민음사.1975.
나는 사주고 싶네 사랑하는 애인에게 라이너 마리아 릴케 같은 스판텍스 브레지어, 사주고 싶네 아폴리네르 같은 팬티스타킹, 아 소포로 한짐 보내고 싶네 에밀리 디킨슨의 하얀 목덜미 같은 생리대
뉴후리덤
<황혼의 하늘을 따라
종이 평화롭게 三鍾(삼종)기도를 올린다
망명적이며 계모 같은
결코 용서하지 않는 풍모로서>
지저분하게 다가서는 일요일
나도 지저분하게
결코 나를 용서하지 않을 풍모로서
라포르그의 시를 베끼고
主日(주일)의 복음으로
골드만 같은 여의도
귄터 그라스 같은
카프카 같은
쇼핑센터에서
나는 사랑하는 애인에게 사주고 싶네 하이네 같은 쌍방울표 메리야스, 워즈워드 같은 일곱색 간지러운 삼각팬티, 아 나는 등기소포로 보내고 싶네 바스카 포파의 <작은 상자>에 든 월계관표 콘돔
지친 뒤 늘 혼자
한잔의 술에 취해 서쪽
하늘의 능선에다 번번이 토악질을
벌겋게 한 뒤 주저앉는 태양이여
안심하라 우리들 인간도 밥에 취해
주저 앉기는 마찬가지 어떻든
쉬는 것은 일요일의 복음이고
취하는 것은 人生(인생)의 복음이고
나는 지금 쇼핑센터를 돌며
오징어 다리를 잔인하도록 유쾌하게 찢어
씹는다 가로등이
주둥이 밑으로 찝찝한
타액을 조금씩 양을 늘려
흘리기 시작할 때
- 오규원 시 ‘시인 구보씨의 1일/3. 쇼핑센타 에서
* 실린 곳:길밖의 세상,나남.1987.
별을 낳는 것은 밤만이 아니다.
우리의 가슴에도 별이 뜬다.
그러므로 우리의 가슴도 밤이다.
그러나 우리의 가슴에 별이 뜨지 않는 날도 있다.
별이 뜨지 않는 어두운 밤이 있듯
우리가 우리의 가슴에 별을 띄우려면 조그마한 것이라도 꿈꾸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다른 것을 조용히 그리고 되도록 까맣게 지워야 한다.
그래야 별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러므로 별이 뜨는 가슴이란 떠오르는 별을 위하여 다른 것들을 잘 지워버린 세계이다.
떠오르는 별을 별이라 부르면서 잘 반짝이게 닦는 마음 - 이게 사랑이다.
그러므로 사랑이 많은 마음일수록 별을 닦고 또 닦아 그 닦는 일과
검정으로 까맣게 된 가슴이다.
그러므로 그 가슴 앞에서는 조금이라도 광채를 가진 사람이면 별처럼 반짝반짝 빛난다.
그러므로 사랑은 남을 반짝이게 하는 가슴이다.
사랑으로 가득찬 곳에서는 언제나 별들이 떠있다.
낮에는 태양이 떠오르고 밤에는 별들이 가득하다.
그러므로 그곳에서는 누구나 반짝임을 꿈꾸고 또 꿈을 사랑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사랑으로 가득찬 가슴에 투망을 하면 언제나
별들이 그물 가득 걸린다.
- 오규원 시 ‘작은 별에 고독의 잔을 마신다‘
밤이 세계를 지우고 있다
지워진 세계에서 길도 나무도 새도
밤의 몸보다 더 어두워야 자신을
드러낼 수 있다
더 어두워진 나무는 가지와 잎을 지워진
세계 위에 놓고
산은 하늘을 더 위로 민다
우듬지* 하나는 하늘까지 가서
찌그러지고 있는 달을 꿰고 올라가
몸을 버티고 있다 그래도 달은
어둠에서 산을 불러내어
산으로 둔다 그 산에서
아직 우는 새는 없다
산 위에까지 구멍을 뚫고
별들이 밤의 몸을 갉아내어
반짝반짝 이쪽으로 버리고 있다
- 오규원 시 ‘밤과 별‘
*우듬지 : 나무의 꼭대기, 말초
나는 지금 샛강에 서 있다
샛강은 길 밖의 물이요 물 밖의
길이라 이곳에서는 나도
길 밖의 물이요 물 밖의 길이다
그 물 속
그 길 위에
엉겅퀴와 개쑥갓 사이에 숨고 싶은 물과
엉겅퀴와 개쑥갓 사이에 숨겨지는
다 타지 못한 이제는 시대의
낡은 사랑 같은 연탄의 불기와
버려져 뒹구는 구두 속에 함께 흙에 묻히는
하늘의 밑창과
썩지 못한 콘돔처럼 방기된 새와
방기된 새처럼 날고 있는 물냄새의
샛강과 그리고 나는
여의도를 바라보다 물꼬를 놓쳐버린
물처럼 서서
그래도 물소리에 등을 밀리며
* 오규원 시 ’사랑의 감옥‘
-오규원: 출생 1941년 12월 29일, 경남 밀양시 ~사망 2007년 2월 2일 (향년 65세), 삼랑진 출생, 부산사범학교, 동아대 법학과 졸업. 1965년 『현대문학』에 「겨울 나그네」가 초회 추천되고, 1968년 「몇 개의 현상」이 추천 완료되어 등단. 시집, 『분명한 사건』 『순례』 ....『토마토는 붉다 아니 달콤하다』『새와 나무와 새똥 그리고 돌멩이』 등, 시선집 『한 잎의 여자』, 시론집 『현실과 극기』 『언어와 삶』 등.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교수 역임. 현대문학상, 연암문학상, 이산문학상, 대한민국예술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