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참사 등 각종 화재사고가 끊이지 않자 정부가 소방법을 개정·강화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관련 비상용조명시설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관련 업계는 시장수요가 새롭게 창출되고 있다고 판단, 제품개발에 착수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어떻게 바꿨나〓행정자치부는 ‘소방기술기준에 관한 규칙개정령’을 지난해 4월 공포했다. 개정령의 골자는 ▲유도등 비상전원기준 강화 ▲청각장애인용 시각경보장치 설치 강화 ▲휴대용비상조명등 설치기준 신설 등 7가지다.
지하상가나 지하철 역사, 지상 11층 이상의 건물에 설치하는 유도등의 경우 비상전원 가동시간을 최소 60분으로 규정한 것이다. 불특정 다수인이 출입할 뿐만 아니라 피난경로가 길기 때문에 대피에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휴대용 비상조명등을 노래방 등 다중이용시설에 설치토록 의무화해 지난 3월 29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이 비상조명등은 어둠 속에서 위치 확인이 가능하고 상시적으로 충전할 수 있어야 하며, 20분 이상 사용해도 불이 꺼지지 않는 제품이어야 한다. 이와 함께 음향장치 외에도 청각장애인용 시각경보장치를 여관 등 각종 시설에 설치토록 했다.
◆업계동향〓업계는 정부의 이 같은 법개정이 수요창출에 보탬이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비상유도등의 월평균 수요는 약 10만대. 제품 1개당 가격이 7만~8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연간 시장규모는 840억~960억원인 셈이다. 조명업체 가운데 가장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는 기업은 금호전기(주)(대표 박명구)다. 금호전기는 ‘전매특허’인 냉음극관형광등(CCFL) 기술을 접목, 시장공략을 적극화하고 있다. 이 유도등은 일반 형광등을 내장한 종전 제품에 비해 눈에 잘 띄고, 정전이 일어났을 때 점등시간도 2배 이상 길다. 전기요금도 70% 이상 저렴하며, 크기도 3분의 1에 불과하다. 금호전기는 비상유도등에 청각장애인용 시각경보장치도 장착, 종전 제품과 차별화를 둘 계획이다. 금호전기 관계자는 “CCFL이 내장된 유도등을 오는 9월부터 다중이용시설 등에 의무 설치하는 방안이 정부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종전 재고물량이 소진되는 내년 이후부터 CCFL유도등의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니온라이트(주)(대표 원철상)도 최근 출시한 휴대용 비상조명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휴대용 조명등의 연간 시장규모는 500만대 정도. 금액으로 따지면 750억원이다. 유니온라이트는 자체 개발한 제품의 점등시간이 법에서 정한 20분보다 3배 이상 늘어난 60분을 보장한다고 강조, 적극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
◆소방법 개정 이유〓지난 1999년 6월에 일어난 '씨랜드 화재'사건은 온 국민을 경악케 했다. 이 사고로 23명의 어린이가 짧은 생을 마감해야 했다. 넉 달 뒤인 10월에는 인천의 한 호프집에서 화재사고가 발생, 고등학생 55명이 죽고 79명이 부상당하는 초유의 비극이 벌어졌다. 이 사고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안전시설 미비’라는 인재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이에 따라 소방법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소방기술기준에 관한 법규를 개정하는 등 안전시설에 대한 재정비에 들어간 바 있다.
<표> 최근 5년간 대형 화재사고 일지
▲2003년 6월 6일=서울 홍지문터널 안에서 차량추돌 40여명 부상
▲2003년 3월 26일= 충남 천안초등학교 축구부 합숙소에 화재, 9명 사망, 7명 부상
▲2003년 2월 18일= 대구지하철 중앙역 방화 사건, 197명 사망, 수백명 부상
▲2001년 5월 17일= 광주 송정동 대입전문 예지학원 화재, 10명 사망
▲99년 10월 30일= 인천 중구 인현동 러브호프집 화재, 52명 사망, 56명 부상
▲99년 6월 30일= 경기 화성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화재, 유치원생 등 23명 사망, 3명 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