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 날씨로 올해 벚꽃은 유독 짧았다.
세종시로 입양된 여린 벚나무들은 꽃망울을 터뜨리다 말고 시들해졌다.
흐드러진 벚꽃을 내칠 사람이 몇이나 될까만
대한민국 행정수도에 줄지어 서 있는 벚나무를 보고 있자면 묘한 기분을 떨칠 수 없다.
'흰 도라지' 같은 세종시에 누가 이렇게 벚나무를 심었을까.
안전행정부와 세종청사관리소, 행복도시건설청 (이하 행복청) 등을 취재한 끝에
한 줌의 팩트를 건질 수 있었다.
행복청은 전문가 의뢰를 받아 세종시 구역별로 주요 수종을 정해 권고한다.
세종시 1생활권역은 이팝나무, 2권역은 벚나무와 느티나무로 정했다.
하지만 실제 어떤 나무를 심을지는 '심는 사람' 마음이다.
1권역인 청사 근처에서도 막 심은 벚나무를 쉽게 볼 수 있는 이유다.
행복청 관계자는 "우리가 주 수목을 권장해도 강제력은 없다 조경용역처에서 재량으로 하는 부분이다.
세종시에 벚나무를 얼마나 심었는지는 파악이 안된다"고 답변했다.
세종시의 대부분 조경사업은 LH공사가 주도했다.
한 나라의 행정수도를 건설하면서 100년 이상 터를 지킬 나무 심기 작업에 이런 주먹구구 행정은 말이 안된EK.
미국 수도 워싱턴DC에도 벚나무가 많다.
워싱턴의 벚꽃은 1912년 3월 당시 도쿄시장이 양국 우호의 상징으로 선물한 벚나무 묘목 3000여 그루가 시초가 됐다.
가쓰라-태프트 밀약으로 일본의 조선 지배를 인정해준 윌리암 태프트 대통령의 영부인이 막후에서 힘을 썼다는 게 통설이다.
벚꽃을 바라보며 '꽃은 꽃일 뿐'이란 논리를 들이대기 거북한 이유다.
미국은 양국 우호의 상징으로 선물받았다지만,
굳이 우리가 새 행정수도에 스스로 벚나무를 심을 필요가 있겠느냐는 말이다.
대한민국 국회가 자리 잡은 여의도 윤중로는 이미 벚꽃 축제의 상징이 됐다.
미래의 세종시도 '사쿠라의 도시'로 기억될 것인가.
세종시 조경식재 작업이 아직 5분의 1밖에 진행되지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전범주 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