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는 전교생 54명이 다니는 작은 시골학교이다. 54명 모두 친형제 자매처럼 지낸다. 그런데 그 54명 중에 4학년에 종근이와 동욱이는 장애를 가졌다. 종근이는 정신지체 장애를 가졌고 동욱이는 다리가 불편한 친구이다.
모두가 친하게 어울려 지내고 있지만 말도 못하고 침만 흘리는 종근이와 다리가 불편하여 운동장에서 같이 뛰어 놀 수 없는 동욱이는 항상 우리의 관심 밖이었다.
3월 초 급식실에서 급식판을 들고 자리에 앉을 때 우리는 침 흘리고 먹는 손길이 부드럽지 못하여 잘 흘리는 종근이 옆에 서로 앉지 않으려고 왔다 갔다 하다 배식판을 엎지르는 사고가 생겼다. 선생님께서는 우리의 그런 태도를 보시고 화가 나셨다. 5교시 수업시간 선생님께서는 우리가 종근이 보다 잘난 점 10가지를 써보라고 하셨다. 또 종근이가 우리에게 피해를 준 것 있으면 10가지를 써보라고 하셨다.
잘난 것 10가지 자신있게 쓸 줄 알았다. 내가 공부 더 잘하고 똑똑하고 그런데 그 다음부터 생각이 막혔다. 다시 종근이가 우리에게 피해를 준 것을 생각해 보니 종근이는 우리에게 어떤 피해도 주지 않았다. 우리가 이렇게 당황하자 선생님께서는 종근이 좋은 점을 써보라고 하셨다. 그 점도 없을 걸로 생각하였는데 종근이의 좋은 점은 많았다. 매일 선생님들이 출근하시면 환하게 웃으며 제일 먼저 뛰어가 인사하고, 한번도 다른 사람 못살게 건드리지 않고, 선생님이나 우리가 무엇을 시키면 조금 엉터리로 하더라고 좋아라 거절하지 않는 마음씨, 종근이의 좋은 점을 생각하니 갑자기 종근이의 그 선한 미소가 떠올랐다.
선생님께서는 상대방의 외모만 보고 편견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육체적인 장애보다 더 큰 장애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육체적으로 멀쩡한 사람이 더 많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며 상처를 준다고 하셨다.
다리가 불편한 동욱이는 우리가 운동장에서 뛰어 놀 때 얼마나 부러워하며 뛰어 놀고 싶은가, 말도 못하는 종근이의 답답한 심정을 이해하고 도와주려고 하였는가 반성해보자고도 하셨다.
우리는 불편함이 있는 친구들을 그 불편함을 도와 주려고는 하지 않고 멀리하여 자기가 가진 장애보다 더한 마음의 고통을 이기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찬물만 끼얹은 것이었다. 내 손가락 하나 다치면 엄상을 피우고 지구상에서 제일 아픈 척을 하면서 다른 사람의 장애 속에 있는 고통과 아픔에는 무관심했던 나였다.
다음날 종근이를 보니 종근이는 여전히 활짝 웃어주었다. 동욱이도 휠체어를 열심히 밀며 밝은 모습으로 지나갔다.
종근이의 웃는 모습을 보며 종근이의 가슴엔 반짝 반짝 빛나는 별이 몇 개 일까? 생각해 보았다.
왜 이제까지 나는 우리 모두의 가슴에는 반짝이는 별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는지. 외형의 아름다움만 생각하고 마음 속에 박힌 반짝이는 보석은 보지 못했는지 후회되었다.
우리는 이제 지나가는 동욱이의 휠체어를 서로 밀어주고 말 못하고 침만 흘리는 종근이와 ‘이렇게 해, 아님 저 것’ 하면서 소리치고 온 몸으로 하는 대화를 나눈다. 조금은 답답하고 느리지만 그래도 종근이의 뜻을 알아내려고 우리는 요란한 대화를 나눈다.
우리학교 학생들은 장애를 극복하고 열심히 살아가려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이해하는 것이 우리 모두를 빛나게 한다는 것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