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코리아/이안 코이츤베악]우리 동네에서 꼭 간직하고 싶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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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3-03-06 03:00:00 기사수정 2013-03-06 09:47:53
이안 코이츤베악 주한 독일문화원 직원·베를린자유대 연극학 박사과정
누군가가 내게 집이 어디냐고 물어보면 “(서울)지하철 합정역 근처”라고 답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아, 홍익대구나”라고 반응한다. 그렇지만 사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클럽과 술집이 많은 홍익대 주변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떨어져 있는 비교적 조용한 주택가다.
나는 1년 전 한국에 온 뒤 쭉 이 동네에서 살고 있다. 그동안 집 근처 골목을 자주 다니며 동네 분위기를 즐기고 주변에서 살고 있는 사람과 가까워졌다. 우리 동네는 정을 느낄 수 있는 친절한 사람이 많다.
예를 들면 요즘 나는 매일 아침 출근할 때 아직 눈이 녹지 않은 골목길을 따라 ‘오븐과 주전자’라는 빵집에 들른다. 김 서린 유리문을 열자마자 따뜻한 빵 냄새가 풍겨오는 그곳에서 빵을 고르고 젊은 주인 부부의 웨딩사진이 놓여 있는 카운터 옆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를 시작한다. 저녁 퇴근길에는 같은 골목에 있는 고깃집을 지나는데, 고기 굽는 맛있는 냄새와 함께 ‘딸깍딸깍’ 젓가락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고깃집 주인아줌마, 아저씨는 월급 나오는 날이나 가끔 찾아가는 나 같은 손님에게도 친절하게 인사를 건넨다. 그때마다 반가움은 더해간다.
내 단골집 중에는 ‘문턱 없는 밥집’도 있다. 우리 동네에서 가장 맛있는 유기농 비빔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정해진 밥값이 없고 자기 형편껏 돈을내도 돼서 나는 이 식당에 매주 들르는데, 온돌바닥에 앉아서 식사를 하고 마지막에 숭늉을 먹으면서 그릇을 깨끗하게 비운다. 그곳에선 누구나 서로서로 눈인사를 하고 소소한 안부를 묻는 등 일상을 나눈다. 그리고 늦은 퇴근길에 들르면, 바빠도 미소를 지으면서 내 주문을 받는 아주머니들이 계시는 ‘마포만두’도 빼놓을 수 없다. 만두 솥의 김이 차가운 겨울바람에 얼었던 내 얼굴을 녹일 때면 나는 이 동네에서 이방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서울에 오기 전 베를린에 살았다. 독일에서는 ‘베를린은 마을’이라는 속담이 있는데 도시지만 자기 마을처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사실 서울에 왔던 처음에는, 서울이라는 큰 도시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 있었다. 그런데 서울에서 살면 살수록 동네생활을 즐기게 돼 도시인구가 1000만 명이 넘는 이곳도 결국 ‘마을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1년 동안 우리 동네에 살면서 변화도 볼 수 있었다. 합정역 바로 앞에 고층빌딩 및 쇼핑몰이 생기는 동안 작은 가게 몇 군데가 없어졌다. 한국에 오기 전 ‘한국에서는 옛날 동네들이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재개발된다’고 들었는데 직접 보니까 놀라웠다.
원래 우리 집 1층엔 마트가 있었다. 나는 그 가게에서 맥주 두부 같은 것을 사거나 가게 앞에 있는 자판기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곤 했다. 늦은 시간엔 주인아저씨가 누가 물건을 가져가도 모를 정도로 카운터에서 편안하게 주무실 때도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가게 앞 자판기가 사라졌다. 며칠 후에는 가게문이 닫혔다. 물론 다른 곳에서 물건을 살 순 있지만 항상 동네사람들이 모여 음식을 나눠먹고 게임도 하던 시끌벅적한 1층 가게와 그곳을 지키던 아저씨를 잊기 어렵다.
‘문턱 없는 밥집’도 얼마 전 사라질 위기에 처한 적이 있었다. 다행히 식당은 문을 닫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아마도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었던 것 같다.
바쁜 일상을 살아야 하는 현대인에게는 그 삶의 뿌리가 되는 ‘사람 냄새 나는’ 마을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 동네가 변하더라도 밥집 직원의 안부 인사, 만둣집 아줌마의 미소, 마트 아저씨의 코고는 소리는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안 코이츤베악 주한 독일문화원 직원·베를린자유대 연극학 박사과정
빛명상터
이 터에 온지도
어언 10년이 지나간다.
작은 도로 앞,
수십 년 정년이 넘은 과수원.
크고 작은 돌 틈에서
농약과 비료에
겨우겨우 신음으로 살아가던
사과나무와 이 땅의 기운들.
끝없는 하늘에서부터 내려온
직선 무지개의 터.
빛과 나와 터와
인연이 되었기에
농약과 비료에 지친 나무들을
편안히 쉬게 하고
지친 땅을 마사토란
새 흙으로 보다듬고
크고 작은 돌들을 담장으로 쌓고서야
비로소 드러난 무지개의 언덕.
새로운 크고 작은 나무들을 심고
금잔디를 옮겨오고
물줄기와 배수로를 만들어 주고
사시사철
이 땅에 땀을!
그분의 빛을!! 쏟아 부으니
이젠 바람도 구름도 쉬어가고
온갖 새들이 둥지를 틀었고
잊혀져 가던 여치랑, 홍둘레랑,
지렁이까지 되살아 왔다.
출처 향기와 빛명상이 있는 그림찻방 P.215
편지할께요 - Kara
꼭 편지할게요 내일 또 만나지만
돌아오는 길엔 언제나 아쉽기만 해
더 정성스럽게 당신을 만나는 길
그대 없이도 그대와 밤새워 얘길 해
오늘도 맴돈 아직은 어색한 말
내 가슴속에 접어놓은 메아리 같은 너
이젠 조용히 내 맘을 드려요
다시 창가에 짙은 어둠은 친구 같죠
길고 긴 시간의 바다를 건너 그대 꿈속으로
나의 그리움이 닿는 곳까지
꼭 편지할게요 매일 볼 수 있지만
혼자 있을 땐 언제나 그대 생각뿐이죠
더 고운 글씨로 사랑을 만드는 길
소리 없이 내 마음을 채우고 싶어요
곱게 내 마음 접어서 나의 꿈도 날아서
아주 자유롭게 더 깊은 사랑 속으로
이젠 외로이 내 맘을 그려요
길고 긴 시간의 바다를 건너 그대 품으로
나의 그리움이 닿을 때까지
나의 그리움이 닿는 곳까지
가사 출처 : Daum뮤직
첫댓글 독일인의 눈으로 본 우리들이 살아가는 동네이야기가 참으로 정겨우면서도 재개발로 인해 따뜻한 느낌이 사라져가는 것이 참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이안 코이츤베악의 말대로 사람냄새나는 마을이 더 이상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빛viit터의 소중함이 느껴지는 글 감사합니다. ^^
요즘 사람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너무 삭막하게 사는 것 같습니다.
서로간에 인정도 사라지고 옛 것이 그리워지네요.빛명상으로 따뜻한 마음의 여유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사무실 근처의 이야기라 공감하며 함께 아쉬움을 나눕니다.^^;
초스피드로 초고층으로 둘러 싸여 가는 도시 공간들에서 생활하기에, 바람도 구름도 쉬어가며 온갖 새들과 곤충들까지 함께하는 빛터가 더욱 그리워지고 소중하게 여겨집니다.^^
감사 합니다
빛터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하는 글 감사합니다.
점점 삭막해져만 가는 요즘이지만 희망을 갖고 살고싶습니다.^^*
삭막한 도시 생활속의 소소한 이웃들의 정겨움이 그립습니다. 빛명상으로 많은 이들이 아름다운 빛터에서 그 기쁨들을 누리는 그날을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서민들의 일상을 앗아가는 큰 손들의 횡포가 안타까울 뿐입니다.그래도 마음만은 언제나 따뜻함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겠습니다.
윤진희님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빛의 터의 소중함에 감사드립니다.
이안 코이츤베악 주한 독일문화원 직원이 <우리 동네에서 꼭 간직하고 싶은 것들>이라는 제목과 함께 바쁜 일상을 살아야 하는 현대인에게는 그 삶의 뿌리가 되는 ‘사람 냄새 나는’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참으로 정겹게 느껴집니다. 빛책 <향기와 빛명상이 있는 그림찻방>의 P.215 `빛명상터'를 읽고 빛viit터의 소중함을 한 번 더 느껴 봅니다.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윤진희 님.
빛의터 소중함 마음속 깊이 새기고 있습니다... 글 읽는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읽어도 또 읽어보고 싶은 귀한 글 너무나 감사합니다.
언제나 빛의 터를 마음속으로 그려볼수 있기에 더욱 감사함이 가득넘치는 시간이 될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윤진희님 빛과함께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빛viit의터와 함께할있게 허락해주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