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장 각하, 전방에서 적이 전면적으로 침공해 왔습니다.” “개성이 대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벌써 점령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1950년 6월 25일 일요일 아침 7시, 작전참모 김덕준 소령이 사단장에게 보고한 6.25 전쟁의 제1보이다. 그때 사단장 백선엽 대령은 고급간부 교육 중이라 토요일에 서울로 와 있었다.
25일 일요일 새벽 4시, 북한군은 예고도 없이 사격을 가해왔다. 동시에 ‘남조선 괴뢰군이 불법 침공해왔기에 이에 대응하여 반격을 개시했다.’라는 허위 사실을 라디오 방송으로 유포했다. 북한군 주력부대는 제6사단(사단장 방호산 소장) 제15연대(연대장 김현기(金顯基) 대좌)이다. 그들은 국도 제1호선을 따라 개성 시내로 진격해왔다.
당시 개성 지역은 한국군 제1사단이 배치되어 있었다. 제1사단 제12연대(연대장 전성호 대령) 제2대대(대대장 한순화 소령)의 경비 구역은 개성지역이었고, 제3대대(대대장 이무중 소령)의 경비 구역은 청단 – 배천 지역이었는데, 그 거리가 무려 54km나 된다.
전쟁이 발발하자 제12연대 제3대대는 국지적으로 대항하면서 후퇴했다. 용매도(用媒島) → 청룡반도(靑龍半島) → 백석포 → 강화도 → 김포반도를 경유하여 문산리로 철수했다. 일부 병력은 분산되었다. 송악산 남쪽 무명고지에 배치된 제2대대 제6중대(중대장 백원담(白源淡) 중위)는, 북한군 전차 5-6대의 집중 공격을 받아, 중대장이 전사하고, 병력은 소대 또는 분대 단위로 뿔뿔이 흩어졌다. 개풍군 여현리 일대를 경비하던 제2대대 제5중대도 소대 단위로 철수하였고, 개성 송악산 비둘기 고지에서 교전하던 제7중대도 철수했다. 제2대대 전술지휘소가 있는 자남산(子男山)으로 철수하였다. 그때가 오전 9시경이다.
개성 시내에는 24일 밤부터 이상한 움직임이 있었다. ‘6.25 스물세 돌 특집 1950년 6월 25일 새벽4시…당시 일선 지휘관들의 증언’이란 제목의 경향신문 기사를 소개한다. 증언한 날은 1973년 6월 22일이고, 증언한 인물은 개성에서 내려온 전경대원 김억순인데, 이름이 분명하지 않다.
“24일(토), 개성경찰서로부터 불과 40여m 떨어져 있는 만월초등학교 교정에 국군 복장을 한 1개 대대 병력이 야영하고 있었다. 밤이 깊어지자(밤 11시쯤), 국군복을 입은 자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우익인사들을 색출했다.” “한국군 군인들은 모두 외출 중이었고 경찰서에도 20여 명 정도가 야근하고 있어서 별다른 대책을 강구하지 못 했다. …… 적군은 국군 복장으로 위장하고, 공격시간에 맞추기 위해 만월국민학교에서 야영한 것이다.” 북한군의 남침 계획은 이처럼 세밀하고 철저했다.
반면 한국군은 무방비 상태였다. 제12연대장 전성호(全盛鎬) 대령은 국도 제1호선이 차단되기 전에 임진강 철교를 건너려고, 개풍군 고남리(古南里)에 주둔하고 있는 제1대대(대대장 신현홍 소령)와 철수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때마침 개성 북쪽 일대에서 주둔한 제2대대가 철수하여 합류했다. 이때 연대장 전성호 대령이 제2대대에게 엄호 명령을 내렸다. 연대본부 및 제1대대가 철수할 수 있도록 ‘엄호하라.’는 명령이다. 엄호 명령은 연대의 예비 부대요, 병력 손실도 없는 제1대대에게 내려야 마땅하다. 그런데 기습을 당해, 만신창이가 되어 철수 중인, 제2대대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 명령이 다소 엉뚱하게 여겨진다. 무식한 나의 생각이다. 왜 그랬을까? 그 이유는 56세였던 연대장 전성호 대령만이 안다. 전성호 대령은 연대본부와 직할대 및 제1대대를 지휘하여 고남리를 떠났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아니하여 차 사고로 후송되었다. 후임은 김점곤(金點坤) 중령이다. 제2대대장 한순화 소령은, 철수 중에 특공대를 편성하여, 개성 시내 남대문 근처에서, 행군대형을 갖추고 대기 중인 적을 기습 공격한 후, 영정포(領井浦)를 경유하여 김포반도의 강녕포(康寧浦, 현재의 김포시 월곶면 용강리)로 철수했었고, 다음날인 26일 오전, 급하게 편성된 김포지구전투사령부에 배속되었다.
북한군이 ‘남조선 괴뢰군이 불법 침공’했다고 선전했다. 참 뻔뻔하다. 한국군 장병의 1/3이 외출했는데 불법 침공이라고? 24일 밤 북한군이 개성 시내에 침투했었는데 불법 침공이라고? 불법 침공한 한국군이 하루도 안 되어 개성을 내주었을까? 동네 깡패를 보라. 그들이 휘두른 주먹에 이유가 있는가? 70년이 넘도록 거짓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