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10시에 약속 장소에 나온 찬다나를 태우고는 통도사로 향했다.
산문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무풍한송길을 맨발로 걷기 시작했다.
추운 겨울이라 맨발로 걷는 사람은 나혼자 뿐이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살짝 얼었던 땅이 녹으면서 차가운 느낌이 있었지만, 그 또한 좋았다.
오래 전에 엄정행 길에서 오지게 한번 뛰고 난 이후 부터는 발바닥도
적응을 했는지, 마사를 밟아도 시원하니, 좋기만 했다.
발바닥 좀 버리면 어떤가? 물티슈로 대충 닦아서 양말을 신고는
대웅전을 향해서 곧장 걸어갔다. 오늘은 설이라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셔놓은 사당에
문이 열려있었다. 찬다나와 함께 불전함에 시주를 하고, 삼배를 올린 후 합장을 하고
둘레를 한바퀴 돌고 나와서 대웅전 안으로 들어가 다시 삼배를 올리고 나오니, 마침
점심시간이라 공양간에 들어갔다. 나물비빔밥과 달랑 콩나물국이 전부인 소박한 절밥을
마주 앉아 먹으며 찬다나에게 물었다. " It's exciting?"
키득거리고 웃어가면서 밥과 국그릇을 깨끗히 비우고, 각자 먹은 그릇을 씻어놓고
나가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건조기에 젖은 그릇을 넣고 있는 스님께 반대편에서
나오는 그릇을 제가 받아드릴까요? 하고 물으니, 스님이 고맙다고 하셨다.
쫒아가서 건조기에서 나오는 그릇들을 빼서 쌓고 있는데, 일손이 바빠보였다.
고마운 밥을 얻어먹고, 좋은 일을 자청해서 하는 그 아주머니를 돕고 싶은 마음에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아서 가까이 가서 용기내어 말했다. "제가 도와드릴까요?"
그리하여 마주보고 한시간 동안 부지런히 그릇을 빼놓으면, 스님이 개겨서 큰 상자에 담았다.
누가 이거해라 저거해라 안해도 스스로 역할 분담이 나뉘어져서 손발이 척척 맞았다.
나중에는 찬다나도 도왔다. 건조기가 멈출 때까지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일하고
그 곳을 빠져나왔다. 통도사 근처 새로 생긴 베이커리 카페에서 차와 빵을 놓고 놀다가
집으로 오는 길에 홍룡사에 들러, 폭포구경까지 하고 내려와서 대석 저수지 둘레길도
크게 한바퀴 돌고는 집으로 돌아오니, 오후 4시 반. 오늘은 15,000보를 걸었네. 그려~
아마도 3월 달엔 찬다나도 나도 새 일터에서 일을 시작하지 싶다.
밀양에 일자리를 구해놓은 찬다나와 발령 대기중인 내가 일을 시작하기전에
원효암 산행을 한번 같이 하기로 하고, 명확한 날짜는 며칠 후에 정하자고 했다.
오늘은 한국의 5대 사찰중의 하나인 통도사를 불교신자인 찬다나에게 보여줄 수 있어서
행복하고 자랑스러웠다. 언제 가봐도, 거대한 계곡이 흐르는 경내와 사찰을 내려다보는
영축산의 기백이 살아있는 통도사의 풍수지리는 볼때마다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내일은 19일에 했던 점심약속을 일주일 당겨서 하기로 했으니, 아침부터 부산에 다녀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