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온(識薀)이란 일반적으로 마음을 뜻하는 것으로, 식별, 분별, 의식, 알음알이, ‘대상을 분별하여 아는 마음’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가 대상을 의식하고 알 때는 ‘있는 그대로 아는 것’이 아니라, 자기 식대로 주관적으로 분별하고 식별해서 알게 된다.
눈이 색이라는 대상을 볼 때 그 대상을 보고 분별하여 아는 마음이 안식(眼識)이다. 귀에서 소리가 들리는 것을 아는 마음이 이식(耳識)이고, 코에서 냄새 맡아지는 것을 아는 마음이 비식(鼻識)이며, 설식(舌識), 신식(身識), 의식(意識)도 마찬가지다. 안이비설신의 육근(六根)이 색성향미촉법 육경(六境)을 접촉하면서 여섯 의식이 일어나기에 육식(六識)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앞서 안이비설신의가 색성향미촉법을 접촉할 때 수상행이 생겨난다고 했는데, 이 말은 식이 일어날 때 수상행 또한 함께 일어남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대상을 단순히 인식하고 알기도 하지만, 수온의 도움을 받아 대상을 ‘느껴서 알고’, 상온의 도움을 받아 대상을 ‘개념화하고 생각해서 알며’, 행온의 도움을 받아 대상에 대해 ‘의지를 일으킴을 통해서 알게’ 되는 것이다.
정리해 보면, 수온(受蘊)과 상온(想蘊)이라는 기초적인 마음의 정보들을 바탕으로 행온(行蘊)이 유위를 조작하고 그 조작된 유위를 명색(名色)으로 종합적으로 분별해서 인식하는 것이 식온(識蘊)이다.
처음 어떤 여인을 보았는데, 느낌[수온]과 생각[상온]이라는 마음의 데이터에서 좋은 느낌과 좋은 생각이 일어났고, 연이어 그 여인을 사랑하는 마음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유위를 조작한 것이다. 이것이 행온이다. 그렇게 사랑하게 된 여인은 어떤 이름(名)을 가졌고, 어떤 모습(色)을 가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식온이 인식하게 된다.
이처럼 식온은 수온, 상온, 행온의 작용을 통해 종합적으로 대상을 분별하여 인식하는 마음이기에 분별심이라고도 한다.
우리가 흔히 ‘마음’이라고 부르는 것이 바로 식온이다. 초기불교의 부처님의 가르침을 상세하게 주석을 달고 연구를 한 부파불교에서는 식을 ‘심왕(心王)’이라고 하고, 수상행 등을 ‘심소(心所)’라고 부름으로써, 식이야말로 마음의 대표임을 드러내고 있다.
이 식은 성장하는 특징이 있는데, 이를 『잡아함경』 39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하고 있다.
“식은 네 가지에 머물면서 반연(攀緣)한다. 네 가지란 무엇인가? 식은 색 가운데 머물고 색을 반연하며 색을 즐기면서 살아가고 커 간다. 또한 식은 수상행 가운데 머물고 수상행에 반연하며 수상행을 즐기면서 살아가고 커 간다.”
쉽게 말하면, 식은 수상행에 머물면서 수상행의 도움을 받아 대상을 분별하면서 커 가는 것이다. 분별하는 능력이 커지는 것이다.
학교에서의 배움은 곧 식이 증장하는 과정이다. 삶의 많은 경험을 통해 모르던 것들을 배워감으로써 대상이 무엇인지를 분별해서 아는 마음이 커가는 것이다.
글쓴이: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