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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 전역에서 전쟁으로 인해 기아와 질병, 실향 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각국 정부의 인도적 지원 예산 삭감으로 의료시설들이 문을 닫고 있으며 운영을 이어가는 시설들마저 의약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그 결과 의료 접근성은 더 악화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일부 의료서비스가 계속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할 수는 있지만, 축소되어 가는 보건의료 체계 전체를 대신할 수는 없다.
수단 인도적 지원 관련 국제적 재원 감소로 운영이 불가능해진 다르푸르 지역 한 실향민 캠프 진료소 ©Tadeu Andre/MSF
세드라(Sedra)가 갓 태어난 딸을 처음 마주했을 때, 그녀의 건강 역시 위급한 상태였다. 혈압이 치솟고 시야가 흐려졌으며, 귀에서는 이명이 들리고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세드라의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질문만이 맴돌았다.
“이 아이가 무사히 자랄 수 있을까, 아니면 우리 곁을 떠나게 될까 하는 생각뿐이었어요. 정말 많이 울었어요. 저 자신도 살아남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_세드라
의료진은 세드라를 중앙 다르푸르(Central Darfur) 주 잘링게이 수련병원(Zalingei Teaching Hospital)에 입원시켰다. 갓 태어난 딸 역시 합병증을 동반한 영양실조로 신생아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현재 아기는 조금씩 체중을 회복하고 있으며, 의료 보조사로 일했던 세드라는 딸의 경과를 곁에서 세심히 지켜보고 있다.
세드라 모녀는 다행히 제때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수단 전역의 많은 이들에게 이러한 치료 접근성은 보장되기가 어렵다. 전쟁과 실향 사태, 의료시설에 대한 공격, 이동 제약, 의료서비스 붕괴로 의료 수요는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인도적 재원 삭감이 이러한 의료 수요를 직접적으로 초래한 것은 아니지만, 질병을 예방하고 발견해 치료하는 데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약화하고 있다.
중앙 다르푸르 주 하미디야(Hamidiya)에 머무는 사파(Safa)는 인접한 북다르푸르(North Darfur) 주의 엘 파시르(El Fasher)를 떠나 카브카비야(Kabkabiya)를 거쳐 피난길에 오른 끝에 이곳에서 안전을 찾았다. 사파는 전쟁으로 아버지를 잃었고,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현재 가족들이 모두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이곳은 비교적 안전해요. 하지만 의료서비스도, 일자리도 없어요.”_사파
분쟁이 시작되기 전 사파는 4년제 간호 교육 중 2년을 마친 상태였다. 그녀는 언젠가 남은 과정을 마칠 수 있기를 여전히 바라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사파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식량과 같은 기본적인 생필품을 구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오늘 하루가 거의 끝나가는데 아직 한 끼도 먹지 못했어요.”_사파
간호학을 배우던 사파는 엘 파시르의 전투를 피해 피난길에 올라야 했다. 2026년 7월. ©Tadeu Andre/MSF
최근 한 국제 구호단체가 사파가 머무는 곳 인근에 있는 보건소 지원을 중단했다. 현재 운영 중인 다른 의료시설을 이용하려면 교통비로 약 미화 2달러가 필요하다. 다르푸르 지역 노동자의 하루 임금이 약 1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의료시설까지 이동하는 데만 이틀 치 임금이 드는 셈이다. 결국 주민들은 치료와 식량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그 돈이면 차라리 먹을 것을 살 수 있어요. 먹을 것이 없으면 건강도 지킬 수 없어요.”_사파
해당 보건소에서 제공되던 예방접종은 중단되었고, 진단 검사 역시 현재 대부분 말라리아에 한정되어 있다. 아동들은 다른 질환에도 걸리고 있지만, 대부분이 비용 부담으로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는 사파의 말에 그대로 드러난다.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어요.”_사파
하미디야 보건소에서 15년간 근무해 온 의료보조사 자페르(Jaffer)는 의료서비스가 눈앞에서 무너져 내리는 과정을 지켜봤다. 해당 보건소는 그동안 일반 진료를 비롯해 모성 및 소아 진료, 영양실조 및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만성질환 치료에 필요한 의약품을 갖춘 약국도 운영해 왔다. 그러나 재원 삭감 이후 현재 보건소에 남아 있는 인력은 자원봉사자 7명뿐이다.
“이제 인도적 구호단체들이 떠나버려 상황이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환자들에게 제공할 의약품도 없습니다. 예전에는 하루에 150~200명의 환자들을 진료했지만, 지금은 하루 30~40명 정도에 불과합니다.”_자페르 / 하미디야 보건소에서 근무하는 의료보조사
이처럼 환자 수가 줄어든 것은 주민들의 건강 상태가 나아졌기 때문이 아니다. 보건소에 가더라도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더 이상 찾지 않는 것이다. 질병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이를 치료할 의료서비스는 사라졌다. 자원봉사자들은 다른 구호단체가 찾아오기를 바라며 계속해서 보건소에 나와 의료 장비를 지키고 있다.
자페르가 근무하는 보건소의 상황은 광범위한 의료지원 축소의 한 단면일 뿐이다. 지난 5월 중앙 다르푸르에서 45곳이 넘는 종합 보건소에 지원이 중단되었다.
재원 삭감으로 이제 더 이상 운영되지 않는 1차 보건소에서 자페르가 창문을 닫고 있다. 2026년 7월. ©Tadeu Andre/MSF
“진료소가 문을 닫는다고 해서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환자들은 결국 다른 의료시설을 찾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더 먼 거리를 이동하고 더 많은 비용을 들여 뒤늦게 도착하게 되며, 그 과정에서 상태가 악화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어렵게 도착한 병원마저 이미 포화 상태일 수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일부 의료서비스를 보강할 수는 있지만, 의료시설들이 잇따라 문을 닫으며 발생하는 공백을 모두 감당할 수는 없습니다.”_세바스티안 트라피칸테(Sebastián Traficante) / 국경없는의사회 다르푸르 긴급대응 코디네이터
라흐마(Rahma)는 한 살배기 자녀의 치료를 위해 남다르푸르 주 카스 병원(Kas Hospital)에서 18일 동안 아이의 곁을 지켰다. 아이는 뇌수막염과 말라리아, 중증 급성 영양실조가 겹쳐 위중한 상태로 병원에 도착했다. 2주 넘게 치료받은 끝에 아이의 상태는 조금씩 호전되기 시작했다.
“이 병원에 오기 위해 몇 시간이나 이동해야 했어요. 마을 근처에 있던 작은 병원이 문을 닫아 이제는 가까운 곳에서 치료받을 곳이 전혀 없어요. 의사를 찾는다고 해도 약이 없어요. 약이 없으면 의사가 치료해 주기도 어렵잖아요.”_라흐마 / 남다르푸르 주 카스 병원 환자의 모친
“아동 환자가 몇 시간씩 이동한 끝에 병원에 도착하면, 의료진은 이미 여러 응급 상황에 동시에 대응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증 질환은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지만, 중증 영양실조를 겪는 아동은 감염과 싸우고 회복할 힘이 더욱 부족합니다.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진료소 한 곳이 문을 닫더라도, 그 여파는 결국 이곳 병동까지 이어집니다.”_닥터 사이풀 이슬람(Dr Saiful Islam) / 국경없는의사회 수단 의료 코디네이터
카스 병원은 수단의 한 주에 있는 병원 한 곳에 불과하다. 국제연합(UN)은 2026년 수단 전역에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인구를 3,37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8월 11일 기준, 총 미화 28억 7천만 달러 규모의 인도적 대응 계획에 확보된 재원은 약 41%에 그쳤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현재 수단에서는 2,100만 명이 의료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으며, 의료시설의 37%가 운영되지 않고 있다.
식량 부족 역시 주민들이 겪고 있는 또 다른 어려움이다. 통합식량안보단계분류(IPC, Integrated Food Security Phase Classification)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5월 사이 약 1,950만 명이 ‘위기’ 수준 이상의 식량 불안을 겪었다. IPC는 올해 5세 미만 아동 약 82만 5,000명이 중증 급성 영양실조를 겪을 것으로 전망한다.
어린아기 무바시르(Mubashir)는 잘링게이 수련병원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운영하는 입원치료식 센터에서 16일간 치료를 받았다.
“의료진이 아이에게 우유와 약을 제공해 주었어요.”_모하메드 카미스(Mohammed Khamis) / 아동 환자 무바시르의 부친
무바시르는 치료를 통해 회복했지만, 집으로 돌아가면 또다시 식량 부족에 직면하게 된다. 식량을 배급하는 구호단체의 수도 줄어든 가운데, 아버지 모하메드 역시 영양실조 증상을 보인다.
“아이들에게 먹일 식량이 전혀 없습니다. 우리 모두 점점 기력을 잃어가고 있어요.”_모하메드 카미스
모하메드 카미스가 아들 무바시르를 안고 있다. 2026년 7월. ©Tadeu Andre/MSF
전반적인 보건의료 지원이 축소될수록 남아 있는 의료시설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실제 2026년 1월부터 4월까지 잘링게이와 로케로 지역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병원의 입원 환자 수는 2025년 동기 대비 22.5% 증가했다. 이러한 환자 증가를 인도적 재원 삭감 하나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분쟁과 실향, 질병, 식량 부족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그러나 진료소가 하나씩 문을 닫을 때마다 더 많은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의료 선택지는 줄어들고 있다.
인도적 지원 축소에 따른 영향은 수단 동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타네드바(Tanedba) 난민캠프에는 약 1만 8,400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들은 난민 신분으로 인해 캠프 밖에서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까지 8개 구호단체가 캠프에서 활동을 중단했으며, 남아 있는 단체들 역시 재정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운영 시간과 제공 서비스를 축소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한 인도적 구호단체가 갑작스럽게 캠프에서 철수하면서 응급 제왕절개를 비롯해 안전한 출산에 필요한 의료서비스가 중단됐다. 현재 국경없는의사회가 캠프 내 응급 분만을 지원하고 있으며, 수술이 필요한 여성은 캠프에서 3~4시간 떨어진 알 게다레프(Al-Gedaref) 또는 하와타(Hawata) 지역 소재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또 다른 위기가 다가오면서 수 시간씩 걸리는 장거리 이동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곧 우기가 시작되고 말라리아도 함께 찾아올 겁니다.”_자페르 / 하미디야 보건센터에서 근무하는 의료보조사
비가 내리면 도로 통행이 매우 어려워지거나 아예 불가능해지면서 이동은 더 제한된다. 그 결과 환자 이송은 지연되고 물자 공급에도 차질이 생기는 한편, 말라리아와 수인성 질환, 계절성 영양실조도 동시에 증가한다.
설령 구호단체들이 복귀해 의료서비스를 재개하더라도, 하루아침에 정상화될 수는 없다. 의료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인계받고 운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충분한 준비 시간과 숙련된 의료 인력, 의약품, 수송 수단, 그리고 치료를 지속할 수 있는 자원이 필요하다.
“수단 전쟁이 인도적 지원 수요를 키우는 가운데, 재원 삭감은 이에 대한 대응 역량을 약화하고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은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다른 의료서비스에 투입되던 재원이 사라지면 진료소가 문을 닫고 그만큼 환자들이 치료받을 수 있는 곳은 줄어듭니다. 그 결과 국경없는의사회 시설을 포함해 운영을 이어가는 의료시설에 더 큰 부담이 집중됩니다. 공여 주체들은 필수 의료서비스가 계속 운영될 수 있도록 보호하고, 이러한 재원에 의존하는 단체들이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속적이고 유연한 자금 지원을 제공해야 합니다.”_모하메드 이브라힘(Mohammad Ibrahim) / 국경없는의사회 수단 현장 책임자
이제 세드라는 딸이 자라 언젠가 엔지니어나 의사가 되는 미래를 그려볼 수 있게 되었다.
“딸이 여전히 우리 곁에 있어요.”_세드라
수단에서 ‘곁에 있다’는 것은 곧 살아 있다는 뜻이다.
세드라가 딸을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다. 2026년 7월. ©Tadeu Andre/MSF
그 미래가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세드라 모녀가 찾은 병동 문이 열려 있었고 그곳에 의사가 있었으며 필요한 치료제가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단 전역에서 이 세 가지를 모두 기대할 수 있는 가정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제 이들의 생존은 당장 다음 끼니를 구할 수 있는지, 다음 약을 받을 수 있는지, 안전하게 다른 의료시설로 이송될 수 있는지, 그리고 치료받을 수 있는 진료소를 찾을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환자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들의 생명선인 진료소와 의약품, 구호단체들 역시 그 자리를 지켜야 한다.

첫댓글 조금만 아파도 이리 서글픈데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