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펄에서
시인/ 최영호
해 저문 바닷가,
떼거리로 몰려나온 펄콩게들이
물 빠진 개펄 가득
매운 노을 비벼 먹고 있다
두 눈을 안테나처럼 쑥 뽑아 올려
아득히 물길 거슬러 회유하는
물컹한 시간의 뼈마디에 주파수를 맞추고
쉴 틈 없이 숟가락질로 분주한
손톱보다도 작은 허천뱅이 갑각의 군단
부서질 듯 무너질 듯 도래하는
이 게걸스런 일몰의 순간을
기억의 매몰이라 명명한다면
아낌없이 훌훌 벗어 던진 탈피의 흔적들
어느 날 다시 껴입을 수 있을까
기력을 다한 습한 바람만이 한사코
흐릿한 수평선을 지우고
어디선가 잉태된 또 하나의 지독한 통증,
숙명처럼 나의 굽은 등을 관통한다
첫댓글 ★격동의 정해년 노고 감사드립니다. 희망찬 무자년 힘찬 도약과 발전을 기원합니다. 건강하시고 만사형통하세요.☆ - 좋은 그림, 글, 음악 즐감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