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 감기몸살에 파뿌리(총백).
이제 아침, 저녁으로 제법 싸늘하다. 낮에는 조금 덥지만 부는 바람속에 약간 추위도 느껴진다. 추운 겨울보다 바로 이 애매한 시기가 기침을 심하게 하며 감기에 잘 걸린다. 헌데 약이 잘 듣지 않을 뿐더러 사실 요즘 감기는 약발도 잘 먹히지 않는다. 따듯한 차나 쌍화탕이 좋기는 하지만 대부분 일반적인 감기약을 복용한다.
허나 요즘 같은 환절기에 좋은 감기약은 늘 가까이 있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약성을 버리고 쓰는 습관을 지니게 되었다. 어느 가정에서나 흔히 양념으로 쓰는 파도 뿌리는 거의 버리고 줄기만을 취한다. 대파나 쪽파의 뿌리가 약성이 매우 좋은데 마트나 재래시장에서도 대부분 깔끔하게 다듬어놓은 파를 판매한다.
간편하게 생활하는 것이 보편화가 되다보니 파뿌리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게 되었다. 허나 파뿌리는 귀한 약재로 많은 양을 다듬어도 말리고 보면 무게는 별로 나가지 않는다. 다듬기도 귀찮지만 양도 그리 많이 나오지 않는 귀한 약재라는 뜻이다.
예로부터 파는 훌륭한 채소식품인 동시에 양념이었고 민간과 전통의학에서 귀하게 쓰는 약재였다. 파는 감기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명약(名藥)이다. 메좁쌀에 파를 많이 썰어 넣고 끓인 파죽을 한 그릇 비우면 웬만한 감기는 뚝 떨어진다.
파뿌리로 탕을 내어 마실 수도 있는데..
파뿌리 반 움큼에 감초 두세 잎을 넣고 푹 끓여서 따끈하게 마시면 좋다. 몸이 따듯해질 뿐 아니라 기관지와 폐에 작용하여 저체온증이나 기침, 천식에 좋은 효능을 보인다.
도라지나 생강도 좋지만 파는 어느 가정이나 늘 냉장고에 있는 상태이므로 가장 구하기 쉬운 약재라 할 수 있다. 뿌리가 없더라도 말이다. 파의 아랫부분인 흰 줄기까지를 '총백'이라고 하는데 이 부분을 잘라서 즙을 내어 마시거나 탕을 끓여 마셔도 감기치료에 아주 좋다. 다만 마시기가 조금 거북하니 꿀을 가미하면 좋다. 목감기에는 총백을 세로로 쪼개어 그 안쪽으로 해서 목에 붙이고 자면 한결 증상이 가벼워진다.
총백(葱白)에 대한 옛 의서의 기록이다.
상한(傷寒)으로 골육(骨肉)이 아프거나 편도선이 부은 것을 다스리고 태(胎)를 편안하게 한다. 파뿌리는 상한(傷寒)으로 인한 여러 질병과 두통에 효험이 있고, 파즙은 신장질환에 마시면 좋다.
-명의별록(名醫別錄)-
풍습(風濕)과 복통(腹痛), 마비(痲痹)를 다스리고 유즙(乳汁)을 잘 나오게 한다.
-본초강목(本草綱目)-
설사가 있을 때 파의 흰 줄기 한 줌을 썰어 쌀과 함께 죽을 쑤어 먹으면 좋다.
-식의심경(食醫心鏡)-
총백의 맛은 맵고 성질은 따뜻하다.
폐경에 작용하여 땀을 내며 풍한을 내보내고 양기를 잘 통하게 한다. 독을 풀고 태아를 안정시킨다. 심장과 위장의 기능을 세게 한다.
풍한표증, 감기, 소화장애, 설사, 세균성 적리, 저혈압, 태동불안, 부스럼, 궤양 등에 효능이 있다. 외용약으로 쓸 때에는 짓찧어 붙이거나 달인 물로 찜질을 하거나 씻기도 한다. 민간에서는 기름에 끓여 먹기도 한다. 하루 6~12그램을 달여 먹거나 기름 또는 술에 끓여 먹는다.
파는 흰 부분과 푸른 부분을 달리 쓴다. 뿌리 쪽의 흰 부분보다 위쪽에 있는 푸른 부분이 성질이 훨씬 더 따뜻하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상한약(傷寒藥)에 푸른 부분을 넣지 않았다.
파를 오래 먹으면 추위를 타지 않고 피가 맑아진다. 위액의 분비를 촉진시켜 소화를 잘 되게 하고 적리막대균을 비롯한 여러 가지 미생물에 대한 억균작용이 있다. 요도염이나 성병의 원인이 되는 트리코모나스균을 죽이는 효능이 있다.
*그리고 땀을 잘 나오게 하므로 파를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좋지 않을 수도 있다. 땀을 많이 흘려서 기운이 오히려 허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파는 항상 있는 양념이자 김치재료이며 약재다. 또한 구하기도 매우 쉬울 뿐더러 쓰기도 어렵지 않다. 대부분 버리는 뿌리는 말려두었다가 구급상비약으로 쓰면 좋다. 또한 잘 익은 파김치는 건강에 최고 좋은 음식(반찬)이 되기도 한다.
해강.
약초연구소 둥지.
#환절기감기 #기침 #천식 #몸살 #기관지염 #폐렴 #두통 #위궤양 #장염 #요도염 #파뿌리 #총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