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김연아를 제치고 금메달을 딴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27)의 '도핑 의혹'에 대해 이미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고, 재조사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IOC는 대한체육회가 최근 소트니코바의 도핑 의혹에 대한 재조사를 요구한 서신에 이같은 취지의 답변을 지난 4일 보내왔다. IOC는 회신에서 ‘2014년 올림픽 당시 소트니코바는 도핑 검사에서 최종 음성 판정을 받았으며, 2017년 러시아 선수를 대상으로 한 대대적 검사에서도 (샘플 바꿔치기 등/편집자) 도핑 규정 위반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소트니코바/사진출처:위키피디아
소트니코바의 도핑 의혹은 지난달 6일 한 유튜브 채널에서 한 발언으로 시작됐다. 그녀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도핑 스캔들에 휩쓸린 피겨 신예 '카밀라 발리예바'의 싱글 매치 경기 당시 심리 상태나 주변 상황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던 중, 자신의 올림픽 도핑 경험을 꺼집어 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2014년을 되돌아봐도, 그들이 나에게 도핑이 발견됐다고 말했고, 조사를 받아야만 했다(조사를 받지 않았다는 뜻/편집자).... 그러나 나중에 문제가 없다(음성 판정/편집자)고 했다".
그러나 국내외 언론은 그녀의 발언을 부분적으로 왜곡한 측면이 없지 않다. "1차 샘플 검사에서 양성이 나와 재판을 받아야 했으나, 두 번째 샘플에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그녀는 파문이 확대되자 '양성이 나왔다'고 발언하지 않았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들이 나에게 도핑이 발견됐다"고 했고, 그것은 샘플 용기의 훼손 등 도핑 검사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여러가지 상황을 뜻하는 것이라고 적극 해명했다.
실제로 소치 올림픽 당시에는 그녀에게 도핑 이슈가 일체 제기되지 않았다. 소트니코바의 도핑 의혹이 터져나온 것은, 러시아의 조직적인 약물 투여 실태가 폭로된 2015년 가을 이후다. 이에 대한 국제반도핑기구(WADA)의 보고서는 이듬해(2016년) 발표됐다. 거기에 소트니코바도 포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샘플 용기 훼손 흔적 때문이다. 그녀가 '샘플의 문제, 흠집(정확하게는 샘플 용기의 스크래치) 때문"이라고 해명한 이유다.
하지만, IOC는 2017년 11월 10일 소트니코바의 도핑 의혹을 '혐의 없음'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IOC의 발표는 이렇다. "소치 올림픽에 출전했던 러시아 크로스컨트리 국가대표 4명을 실격 조치하고, 향후 올림픽 출전을 금지한다. 그러나 다섯 번째 선수는 도핑 규정을 위반했다는 증거가 불충분해 징계 없이 사건을 종료했다. 해당 선수 보호 차원에서 이름은 공개하지 않는다."
다섯번째 선수가 바로 소트니코바였다.
당시 발표는 IOC가 대한체육회에 보낸 회신 그대로다. ‘2014년 올림픽 당시 소트니코바의 도핑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으며, 2017년 러시아 선수를 대상으로 한 대대적 검사에서도 (샘플 바꿔치기 등/편집자) 도핑 규정 위반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한체육회가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에 협조를 구해 관련 자료를 정리한 뒤 IOC에 소트니코바에 대한 재조사를 요청한 것은 당연한 조치다. 아쉬운 것은 1차 도핑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다는 부적절한 언론의 해석에 기대기보다는, 발언의 정확한 문구와 그 맥락을 먼저 따져보았어야 했다.
소트니코바가 SNS에 올린 사진들. 위는 처음으로 공개하는 가족 사진/사진출처:인스타그램 adelina_sotnikova14
현지 언론에 따르면 소트니코바는 대한체육회의 재조사 요청(타스 통신이 서울발로 기사를 썼다/편집자)에도 그 결과에 자신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지난달 27일 소치 동계올림픽 당시 시상대 위에 서 있는 자신의 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한 사진을 SNS에 올리더니, 지난 2일에는 9개월된 아들과 아빠와 함께 한 사진을 처음으로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