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생인류가 아프리카를 떠나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네안데르탈인과 가졌던 성접촉의 시기와 장소가 모두 밝혀졌다. 새로운 논문에 의하면, 현생인류와 고인류들은 지난 60만 년 동안 여러 시기와 여러 장소에서 이종교배를 했다고 한다.
런던 자연사박물관의 크리스 스트링어가 2012년《Nature》에 발표한 호모 속(genus Homo)의가계도(family tree) 가설 / © Wikipedia
유럽인과 아시아인의 세포 안에 존재하는 DNA 중에서 네안데르탈인에게서 유래하는 부분은 매우 작지만, 이를 둘러싸고 지금껏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다. 지난 몇 년 동안, 과학자들은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이 과거에 한두 번 짝짓기를 했을 거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지난주 《Science》에 실린 논문을 통해(참고 1), 현생인류와 고인류(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간의 풍부한 성적 과거(sexual past)가 상세히 밝혀졌다. 이 논문에 의하면, 현생인류와 고인류들은 지난 60만 년 동안 여러 시기와 여러 장소에서 짝짓기(이종교배)를 했다고 한다.
한 다국적 연구팀은 강력한 통계기법을 자체적으로 개발하여, '현생인류,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이 어느 대륙에서 얼마나 자주 만나 짝짓기를 했는지'를 분석했는데, 결론은 다음과 같다. "동아시아인의 가계도에는 네안데르탈인과 세 번, 유럽인과 남아시아인의 가계도에는 네안데르탈인과 두 번, 멜라네시아인의 가계도에는 데니소바인과 짝짓기를 한 흔적이 단 한 번 남아 있다. 이에 반해 아프리카인들의 경우에는, 네안데르탈인이나 데니소바인과 짝짓기를 한 흔적이 전혀 없다."
오늘날 살아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네안데르탈인의 핵 DNA(nuclear DNA)이 처음 발견되었을 때, 과학자들은 그것이 희귀한 한두 번의 짝짓기에서 유래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예컨대, 현생인류가 아프리카를 떠나 서아시아의 네안데르탈인 영토에 진입했을 때 말이다(참고 2).
그러나 그 이후,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의 가족사는 점점 더 복잡해졌다. 첫째로, 과학자들은 멜라네시아인들의 DNA 중 2~4%가 데니소바인에게서 물려받은 것임을 확인했다. 둘째로, 데니소바인들은 네안데르탈인과도 짝짓기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셋째로, 2015년 과학자들은 루마니아에서 발견된 4만 년 전 현생인류의 4~6대조 할아버지가 네안데르탈인이었음을 발견했지만, 그 유전자가 현대인의 유전체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다(Science, 22 May 2015, p. 847). 넷째로, 지난달에 과학자들은 네안데르탈인의 발가락뼈에서 현생인류의 DNA를 발견함으로써,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이 약 10만 년 전쯤 일찌감치 짝짓기를 했을 거라고 추정했다(참고 3). 다섯 번째로, 지난주에 발표된 논문에서는 데니소바인과 시마인(44만 년 된 네안데르탈인의 조상)이 짝짓기를 했다고 보고되었다(참고 4).
고인류와 현생인류 간의 관계가 이렇게 복잡하다 보니, 현생인류의 유전체에 포함된 고인류의 DNA 조각들은 짜깁기가 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은 매우 가까운 관계여서, 과학자들을 헷갈리게 만들었다. 이에 워싱턴 대학교의 조슈아 아키 박사(집단유전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고인류의 DNA를 좀 더 확실히 확인하고 분류할 수 있는 통계기법을 개발했다. 그리고 35명의 멜라네시아인과 약 1,500명의 세계인들로부터 유전체를 채취하여 고인류에게서 물려받은 DNA를 비교분석한 후, 새로 개발한 통계기법을 이용하여 분석결과의 신뢰성을 확인했다.
당초에 연구진은 다양한 네안데르탈인 조상들이 멜라네시아인의 유전체에 기여했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멜라네시아인이 보유한 고인류의 DNA는 대부분 데니소바인의 것으로 밝혀졌다. 그들이 보유한 네안데르탈인의 DNA는 단 한 번, 현생인류가 아프리카를 떠난 직후 네안데르탈인과 처음 접촉한 사건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의 두 번째 접촉은 유럽인, 남아시아인, 동아시아인에게서 나타났는데, 이는 세 그룹이 나뉘기 전 중동에서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동아시아인들은 - 아마도 아시아 어디에선가 - 네안데르탈인과 세 번째로 만난 것으로 밝혀졌다.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 간에는 화석의 DNA만을 통해 확인된 짝짓기 흔적이 두 번 더 있어, 최소한 다섯 번 이상 짝짓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단, 자손을 남기지 않은 짝짓기는 추적할 수 없다).
【참고】 현생인류와 고인류의 이종교배 역사
인류의 조상이 나뉜 후, 현생인류와 고인류는 여러 대륙에서 여러 번 짝짓기를 했다. 현대인의 유전체 속에는 네안데르탈인과 짝짓기한 흔적이 세 번 남아 있으며, 멜라네시아인의 유전체 속에는 데니소바인과 짝짓기한 흔적이 한 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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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 박사는 인류의 가계도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이 두 번째로 접촉하기 전, 멜라네시아인은 유럽인/아시아인의 조상과 갈라진 것 같다. 그 후 동아시아인들은 유럽인/남아시아인과 갈라진 다음, 독자적인 길을 걷다가 네안데르탈인과 세 번째로 접촉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멜라네시아인의 조상은 아시아 어딘가에서 데니소바인의 유전자를 얻은 것 같다. 이상과 같은 성적 과거의 전설은 21개의 DNA 덩어리에 기록되어 있는데, 그중에는 (바이러스를 인식하는) 면역유전자와 수많은 대사유전자(예: 혈당을 상승시키는 GCG 유전자, 지방을 분해하는 세포막단백질 유전자 PLPP1)가 포함되어 있다. 이 유전자들은 현생인류가 유럽과 아시아에 있는 네안데르탈인의 영토로 진입할 때 새로운 질병, 식량, 기후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현생인류의 유전체에서 고인류의 DNA가 나타나지 않는 부분, 즉 사막(desert)도 발견했다. 이 부분에도 한때 성접촉 과거가 기록되어 있었겠지만, 현대인의 유전체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 부분에는 (언어, 뇌발달, 자폐증에 관련된 유전자와 같이) 현대인의 정체성과 생식적합성(reproductive fitness)에 중요한 유전자가 들어 있는데, 고인류의 유전자들은 이 부분에서 견뎌낼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부 연구자들은 "현대인의 DNA가 고대의 짝짓기를 연구하는 완벽한 도구는 아니다"라고 경고한다. 멜라네시아인과 같은 집단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고인류의 유전자를 상실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그들과 네안데르탈인 간의 과거사가 100% 남아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현대인들 사이에서 네안데르탈인 조상의 기록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를 솎아내는 자연선택의 효율성 때문일 수 있다"라고 하버드 대학교의 폰터스 스코글런드 박사(집단유전학)는 말했다.
그러나 많은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에 사용된 통계기법과 연구진의 작업속도를 높게 평가하며, 이로 인해 인류의 기원을 연구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말하고 있다. "고인류들 간의 성적 관계는 점점 더 복잡해지는 것 같다"라고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교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에 재직중인 에스케 빌러슬레프 박사는 말했다.
※ 참고문헌 1. Joshua M. Akey et al., "Excavating Neanderthal and Denisovan DNA from the genomes of Melanesian individuals", Science 17 Mar 2016 (http://science.sciencemag.org/content/early/2016/03/16/science.aad9416) 2. http://science.sciencemag.org/content/328/5979/680.summary 3. http://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269703 4. http://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270503
※ 출처: Science http://www.sciencemag.org/news/2016/03/rich-ual-sxualpast-between-modern-humans-and-neandertals-revea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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