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으로 깼다가... 다시 자다가... 목말라서 깼다가... 다시 자다가...
10시 쯤 전화로 라면을 주문했다.
(리멤버투어 호텔 최강의 장점은 이거라고 생각한다는... -ㅂ-)
평소 한국에서도 라면으로 해장하는 습관을 들여서, 내겐 속풀이에 딱이다.
점차 정신이 돌아오자 어제 일들이 떠오른다.
나이트클럽 나선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그 이후로는 기억이 가물가물...
다행히 잃어버린 물건은 없었다.
옷도 잘 정리되어 있다.
이럴 때 신기하기도 하고, 참 위험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위험한 상황이 벌어졌다면,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었을까?
강도라도 당한다면 나는 범인 얼굴을 커녕 사건 자체를 기억할 수 없다는 거다.
필름 끊기는 것도 습관인데, 고치려면 3~6개월 정도 술을 끊어야 한단다.
...것참 그냥 술을 조심해서 마실란다.
헉! 양주 ' 그 집에서 제일 비싼 것' 긁었지!?!
영수증 확인 해보니, 14만원 정도 나왔다.
이 집에서 제일 비싼 거... 이 집에서 제일 비싼 거... 이 집에서 제일 비싼 거...
나 혹시 가짜 먹은 건가??? -_-;;
아니면 메뉴판 그 뒷장이 더 있었거나...
우선 S님께 전화해 봤다.
뭔 베트남 여자 목소리가 들리더니 지혼자 뭐라뭐라 하고 끊는다.
엥... 이게 왠일이라냐...
W는 오전에는 베트남어 수업 듣는다고 했으나, 사태가 사태인지라 폐를 무릅쓰고 연락했다.
자초지종을 얘기했더니, 자기가 연락해보겠단다.
잠시 후, W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전화해 봤더니 베트남 여자가 받는데, 그냥 끊어버리고 다시 전화했더니 밧데리를 빼놓은 모양이란다.
으잉... 애초에 받지를 말던가... -_-;;
무슨 사고라도 난건지 걱정됐다.
가뜩이나 경제 어려워져 치안이 예전에 비해 좋지 않다고 했는데...
W도 S님 집을 모른다니 당최 방법이 없다.
서둘러 1층 로비로 내려가 S님 홈피에 빨리 연락 달라는 글을 남겼다.
방법이야 이것 밖에 없지 않은가. 이제 기다릴 뿐...
W에게서 전화가 왔다.
걱정되서 공부도 잘 안된다며 일단 이 쪽으로 온단다.
그래도 여기 사정 좀 알고 베트남 말 할 줄 아니 의지가 된다.
자기 일도 바쁠텐데 고맙기도 하고...
S님께 전화가 왔다.
홈피 글 보고 전화 주셨다 한다.
휴대폰, 열쇠 잃어 버렸다고 하신다.
목소리가 많이 안좋았다.
그래도 다행이다. 집에는 잘 들어가신 모양이다.
자초지종 말씀드리고 어찌하면 좋을까 했더니, 사정 얘기하고 돈 좀 주면 열어 줄거라 하신다.
우움... 그 방법 밖에는 없겠지.
W가 숙소 앞이라고 전화왔다.
내려와 보니 마침 너무 쿨한 그 한국인 직원이 보인다.
자초지종 설명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보통 얼마나 요구하는지 물어봤다. (내 문제 해결해 줄 거라는 기대는 하지도 않고, 부탁도 안했다. ㅋㅋ)
" 글쎄요... 큰 일이네요. 얼마나 달라고 할 지는 모르죠 뭐." 끝.
멋지다! 역시 쿨하다. ㅋㅋㅋ
W라도 있으니 망정이지, 나 홀로였으면 얼마나 막막했을까나.
W가 오는 길에 들러 봤다고 한다.
건물 수위가 관계자 오후 6시에나 온단다.
일단 가보기로 했다.
Gossip 나이트가 어디 붙어 있는지도 몰랐는데, 리멤버투어에서 걸어서 5~10분 거리다.
입구에 수위가 있다.
W가 다시 이것저것 물어보니, 4시에 문 연다 했다가, 8시나 되야 찾을 수 있을거라 했다가...
얘기하는 내내 실실 웃는다. (그야말로 쪼갠다는 표현이 좀 더 정확할듯... -_-;)
다른 수위들도 뒤에서 우리를 보며 뭐라뭐라 낄낄거리며 쑥떡댄다.
나도 그들을 보며 씨익 웃어 주었다.
이 녀석들아, 난 곤란하고 어려운 상황이면 더 웃는다.
비록 속은 타들어가도 겉으론 억지로라도 더욱 더 웃는다.
것참... 방법이 없네...
무작정 앉아 있기도 그렇다.
시간을 보니 1시 쯤...
W는 밥은 먹고 왔댄다. 나도 라면 먹은지 얼마 안됐고...
차나 한 잔 마시자며 나왔다.
이 근처는 적당한 까페가 없단다.
없기는 뭘... 길거리에 널린게 까페잔여.
내가 그런 곳은 별로일까봐 그랬다나?
하긴... 나이트 가서 제일 비싼 양주를 시키는 비상식적인 행태를 보였으니 할 말은 없다만... ㅋㅋㅋ
오해하지 말거라. 그건 내가 아니라 내 안의 검은 무언가란다.
베트남 특유의 그 어중간하게 조그만 플라스틱 의자를 나란히 놓고 앉아 거리를 바라보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여행, 베트남, 꿈, 장래에 대한 걱정, 의문, 인생...
W는 진지하고 바른 생각을 가진 청년이다.
특히나 꺼내는 얘기만큼이나, 아니 더욱 더 좋은 진지한 듣는 귀를 가졌다.
그의 경청하는 태도는 뭔가 말하면서도 내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하게 하는 좋은 힘이 있었다.
우연찮게 사람의 보석을 만나면 너무 기쁘고 즐겁다.
이 인연을 위해 어제 그 사건이 있었던 걸까.
여행 전체를 통틀어 가장 곤란하면서도 행복했었던 묘한 시간이었다.
날씨가 꾸물꾸물 하더니 대번에 양동이로 퍼붓는 듯한 스콜이 왔다.
그래 이거다! 내가 좋아하는 베트남의 날씨.
태국에서는 만나지 못해 아쉬웠는데, 반갑다.
상황 상 어쩌면 더 우울해졌을지도 모르는 날씨지만, W가 옆에 있어 주어서 고마웠다.
배수 시설이 안좋은 만큼 금새 도로는 물바다가 된다.
하지만 걱정없다.
잠시 내리다 거짓말 같이 그칠 비라는 걸 아니까.
이윽고 비는 그쳤고 해가 나온다.
4시가 좀 넘어 다시 나이트클럽 앞으로 갔다.
가게 문은 열려 있다.
들어가 보려 했으나, 수위가 막는다.
우리가 찾는 사람은 아직 출근 안했으며, 우린 절대 들어갈 수 없댄다.
뭐 어쩔 수 없지. 기다릴 밖에
근처에서 의자 주워다 W와 덜렁 앉았다.
아마 수위들이 앉는 의자일듯 하다.
W에게 물어보니 아마 맞을텐데, 뭐 달라거나 그러진 않으니 괜찮단다.
오호~ 이것이 말로만 듣던 사회주의 베트남 사람의 습성 중 하나인 ' 말 안하고 빌려 쓰기' 인가!?
5시 쯤 되니, 어제 사물함 관리하던 아가씨가 출근한다.
마스터 키는 지배인이 가지고 있는데 8시 쯤 출근이라 한다.
(이로서 자꾸 말이 바뀌던 시간의 의문은 풀렸다. 가게 문 열리는 시간 4시, 사물함 담당자 출근 6시, 지배인 출근이 8시... -_-;)
지배인에게 전화해서 빨리 오면 안되냐고 했더니, 싱긋 웃으며 목을 긋는 시늉을 한다.
(그 어떤 말보다 설득력 있었다.)
그러고 자기는 운동하러 간다며 훌쩍, 깔끔하게, 쿨하게 가버린다.
그렇다. 여기는 베트남이다. ㅋㅋㅋ
또 다른 만나야 할 사람인 C와의 약속 시간인 6시가 다가온다.
무작정 이러고 있을 수도 없지 않나.
그렇다고 W 혼자 남겨두고 가다니... 그런 막돼먹은 짓을 할 수도 없고...
호치민 일정이 빡빡한 지라 C와의 약속을 미룰 수도 없고...
할 수 없이 S님께 다시 전화를 했다.
몸이 많이 안좋으신듯 했는데...
다행히 나오시겠다고 하신다.
6시가 다 되어 S님이 오셨다.
몸이 많이 불편한거 같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C는 중국에서 다년 간 근무했으며, 영어와 중국어를 구사할 줄 아는 친구다.
한국에서 사업하다 잠시 휴식 겸 어학 연수 겸 호치민에 체제하고 있는 중이다.
어디로 갈까나... 내가 못잊어 하는 숯불구이 집을 찾아 보자.
C는 몰고온 스쿠터에서 헬멧을 하나 꺼내 건낸다.
어이... 이건 작아도 너무 작다구... ㅠ_ㅠ
어디서 난 거냐고 물으니 자기 과외 선생님 꺼란다.
... 혹시 여자냐 물으니, 맞단다. -_-;;
베트남 여성들은 특히나 머리가 작다. 주먹만한 얼굴은 여기서 흔하디 흔하다.
C가 나를 골려주려는 건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했다.
기억을 더듬어 있을만 한 곳을 다녀 보았으나, 당최 찾을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C가 가자는 다이아몬드 플라자 뒷 편의 베트남 음식 부페 집에 갔다.
1인 당 13만 동. 술 값은 따로.
좀 비싼 편이었으나, 에어컨 나오는 금연석도 따로 있고 깨끗했다.
음식도 꽤 종류가 많고 맛있었다.
베트남에 처음 와 보는 사람이라면 이것 저것 베트남 음식 맛 보기에 좋을 듯 하다.
음식에 맥주 마시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있자니, W에게 전화가 왔다.
물건 주인이 맞는지 허리쌕의 내용물이 뭔가로 확인해야 된단다.
줄줄이 얘기해 줬다.
잠시 후 무사히 찾았다고 다시 전화가 왔다.
염치 불구하고 숙소 카운터에 맡겨 달라 부탁하니, 흔쾌히 그러겠다고 한다.
적당히 먹고 마시고, 2차를 갈까 나섰다.
어디 갈까 생각하다 보니, 문득 태국 여행 때 XX님이 주셨던 쿠폰이 생각났다.
르네상스 호텔의 클럽 <Royale>.
르네상스 호텔이 도대체 어디야?
물어물어 찾아가 보니... 허걱! 쩐흥다오 동상 앞의 고급 호텔이다.
호텔 홈피에서 퍼옴.
쭐래쭐래 스쿠터 타고 로비 쪽으로 가니 스쿠터는 주차 안받는다고 내쫓는다.
(그래... 베트남 서민도 안마시는 싸구려 타이거 맥주 마시는 나는야 한국 빈민 ㅋㅋㅋ)
강변 쪽의 공용 주차장에 스쿠터를 주차하고 다시 로비로 왔다.
데스크에 쿠폰을 내밀며 여기 맞냐고 하니, 나가서 돌아서 옆쪽에 출입구가 있단다.
뭐, 뭐냐...
가보니 주차 차량용 엘리베이터같은 입구 양쪽에 큰 화분이 놓여 있고 (유흥업소가 큰 화분 좋아하는 건 만국 공통인감??), 아오자이를 곱게 차려 입은 아가씨가 한 명 서 있다.
쿠폰을 내밀며 물어보니, 싱긋 웃으며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
구구구구궁~~~~~~ (내 머릿속에만 들린 효과음)
엘리베이터가 룸 크기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 주차 엘리베이터를 개조한듯 하다.)
커다란 고급 소파, 화분, 재떨이, 무려 TV -_-; 까지!!
그리고 엘레베이터 안에도 아가씨가 대기하고 있다.
전용 엘레베이터인듯 묻지도 않고 쭉쭉 올라간다.
다시 구구구구궁~~~~~~ 문이 열리니 정면에...
카지노가 보인다.
사회주의 국가 베트남에 카지노라... 멋지군.
옆으로 돌아가니 고급스러운 장식의 데스크가 보이는데...
갑자기 각양각색 다채로운 복장의 언니들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워낙 기억이 생생해서리... ^^;) 우르르 지나가는게 아닌가?
열대 바닷속을 스노클링하는 기분이 들었다.
C를 보니 안구가 밤하늘의 별이다.
데스크의 바디갓 이어폰을 낀 뭔가 범접하기 힘든 포스의 검은 정장 언니가 우리를 맞이한다.
쿠폰을 내미니 웃으며 룸으로 모실까 홀로 모실까 물어본다.
룸에 들어가면 룸 차지 따로 붙고, 아가씨도 불러야 하니 그냥 홀에서 마시라는 XX님의 조언이 있었지만 룸은 얼마나 잘 해놨는지 궁금했다.
스윽 들어가니 대충 이런 식.
서민이라 그런지 방 크기가 너무 커서 부담스럽다.
좀 좁아야 안정이 된다.
마음이 바뀌었다며 홀로 가겠다 했다.
아무 생각없이 홀에 가니, 홀 여기저기 모여 앉아 있던 언니들이 화들짝 놀라며 우루루 어디론가 사라진다.
알고 보니 이 곳은 한국처럼 따로 대기실이 있는게 아니라, 그냥 홀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언니들로서는 더 힘들지 않을까 싶다. 쉴 곳이 따로 있는게 아니라니...)
왠지 미안하다.
파트너 부르겠냐고 해서 사양했다.
(그러고는 마치 매우 중요하고 은밀한 비지니스 상담 때문에 그렇다는 척, C와 진지한 표정으로 별 내용없는 얘기를 주고 받았다. ㅋㅋㅋ)
잠시 후 쿠폰에 해당하는 꽁짜!! 양주가 나왔다.
물론 봉인 검사하는 과정을 거친 후 잔에 따라 준다.
그러고는 손잡이가 있는 투명한 병에 3분의 1쯤 따라 놓고는 어디론가 다시 가져간다.
나중에 보니 투명한 병에 따라둔 양주가 떨어질 때 쯤이면, 검은 빌로드 주머니로 싼 그 양주를 가지고 샤샥 나타나서 다시 채워주고 가더라.
(덕택에 양주가 얼마나 남았는지 조절하며 먹을 수가 없었다.)
어느 정도 셋팅이 끝나고 난 뒤 C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자니, 아까 화들짝 놀라서 부끄럼쟁이 딸기 마냥 달아났던 언니들이 하나 둘 스르륵 나타나 빈 테이블 자리들에 앉는다.
그리고, 일제히 눈에서 <너네는 왜 우리같이 아름다운 아가씨들을 부르지 않느냐. 어디 불편한거 아니냐?> 광선을 우리에게 발사하기 시작한다.
이것 참 곤란하기도 하고, 좋기도 하고... (내가 어디가서 이렇게 미녀들의 시선집중을 받아 보겠나... -ㅂ-)
라이브 공연이 시작됐다.
필리핀 남성과 베트남(혹은 필리핀) 여성 듀엣이었는데, 정말 수준 높았다.
(왜 동남아의 괜찮은 호텔 밴드들은 필리핀이 강세일까?)
마침 손님 중에 일본인으로 보이는 여성이 뭔가 일본 노래를 신청했나 보다.
우타다 히카루의 퍼스트 러브를 부르는데 소름이 쫙~~~
나중에 그 여가수에게 팁 주는 바람에 언니들에게 <우리같이 아름다운 아가씨들에게는 팁을 주지 않고 쪼끄만 저 여자가수에게만 팁을 주는 이상한 사람> 광선 공격을 받아야 했다. -_-;
클럽을 나서며 C에게 소감을 물어보니 이정도면 아마 호치민에서 1, 2위 일거라고 한다.
(난 이 방면은 잘 모른다. 소주에 삼겹살이 좋고, 동네 나이트에서 맥주나 시켜놓고 부킹은 뒷전 춤이나 춘다. ㅋㅋㅋ)
내 느낌에도 깔끔하니 분위기 좋은 곳 같았다.
가수의 노래도 좋았고, 언니들 방목 시스템에 뭐 눈도 즐거웠고... ㅋㅋ
메뉴판을 유심히 훑어 보았던 C의 얘기로는 저렴한 양주면 15만원 정도라고 한다.
(참고로 쿠폰으로 나왔던 공짜 양주의 메뉴판 가격은 30만원 정도 했다.)
양주 하나 키핑해 두고 이따금 적적할 혼자 와서 마신다면 나도 내 여자에겐 따듯한 고독한 도시남자 될 수 있을까나?
뭐 일단 몇 십만원이 몇 만원 정도로 느껴질 형편과 담량이 있다면 가능한 얘기겠지만.
내일 바올록으로 간다고 하니까 C가 그 자리에서 전화로 버스 괜찮은 자리로 수배해 주었다.
풍짱고속에 친구가 있다나?
내일 버스 타는 곳까지 픽업도 해주겠단다.
이번 여행엔 여러모로 좋은 만남 속에 많은 부분을 누린다.
행복하다.
~ 단상 : 친절은 재화로 환산된다~
방콕의 람부뜨리 빌리지나 편의점의 소소한 불친절들에 마음이 불편했었다.
방콕에 있던 당시, 현지 사장님과의 술자리에서 몇 마디 여쭈어 봤을 때 들은 말씀이 있어서, 여행 중에 문득문득 생각해 본 바가 있었다.
그러다 리멤버투어 직원의 쿨한 접객에 어쩐지 정리가 되는 듯 하여 적어본다.
호치민에 체류하는 동안의 숙소를 알아볼까 하여 사전 조사를 하다 보니, 리멤버투어가 불친절하다는 글을 가끔 볼 수 있었다.
어떤 글에는 리멤버투어 측에서 적극적으로 반박의 글을 남긴 것도 있었다.
사전에 이러 저러한 일들을 알아둔 덕에 직접 겪어 보니, 당황스럽거나 화가 난다기 보다는 왜 불친절하다는 구설에 오르는지 알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리멤버투어 호텔은 불친절하다기 보다는 그저 비친절, 혹은 무친절하다는 표현이 좀더 정확하지 않나 싶다.
숙박비가 인근에 비해 딱히 비싼 것도 아니고, 라면을 터무니없는 가격에 파는 것도 아니다.
한국인이 한국 숙소에 묵는 큰 이유 중 하나인 정보의 문제에 대해서도, 아는 거라면 꼬박 꼬박 대답해 준다.
베트남 정부에 정식으로 등록한 업체라는 신뢰도 있다.
이 정도 선까지만 기대하면 문제 될 것이 없는 업체다.
문제는 그 이상을 바라면서부터다.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 기대하는 마음에서 실망이 생기고, 불편함이 생긴다.
같은 한국인이라는 정이나 특별한 잇점을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다시 생각해보자.
그 곳이 거기에 자리 잡기까지, 같은 한국인이라고 뭐 도움 준 일 있는지.
한국 사람 드문 곳도 아니다.
오는 손님도 거의 대부분이 당연히 한국 사람이다.
특별대접 받을만한 귀한 손님도 아니다.
무뚝뚝하다 한다.
글쎄... 화사한 미소나 사근사근한 응대가 서비스 업종에서 당연하다 생각한다면 지적사항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곳은 베트남이다.
동남아를 다니다 보면 한국은 대체적으로 상당히 친절한 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친절을 이 곳에서 당연하다는 듯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을까.
그저 묻는 말에 대답이라도 해주는 정도면 된 거 아닐까.
최소한 말이 안통해서 무시당하는 경우는 없지 않은가.
먼 외국에서 한국말로 시원시원하게 정보를 얻는다는 프리미엄을 간과하고 있다.
고객을 위해서 모르는 정보를 알아봐 줄 수고까지는 없더라도, 적어도 아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낌없이 가르쳐 준다.
그 정보를 알기 위해 소모된 비용을 생각한다면, 아는 거 가르쳐 주는게 별 거 아니라 치부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결정적으로, 리멤버투어 호텔은 싼 곳이다.
1박에 만 5천원 짜리 치고는 그만하면 된 거 아닐까?
그 돈이면 우리 나라에서는 여인숙 수준인데, 여인숙 불친절하다 욕하는 사람 없지 않은가?
애초에 여인숙은 싼 맛에 가는 곳이니 친절따윈 기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곳은 물가가 싸니가, 그 가격이 싼건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곳을 운영하는 사람도 한국사람이다.
호치민은 외국사람이 사는데 드는 돈이 그리 녹록한 곳이 아니다.
그 근처에 그 가격이면 시설도 훨 낫고 친절한 곳도 많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런 곳에 비하면 리멤버투어 호텔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된다는 프리미엄으로 충당될 수 있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않된다.
' 친절'은 객관적인듯해도 사실 상당히 주관적인 항목이다.
각자 기대하는 수준이 틀리고, 그에 못미치면 친절하지 않다라고 느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싼 숙소를 택하는 순간부터, 친절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요소다.
만족할 만한 친절을 기대한다면 만족할 만한 댓가를 지불하는 것이 옳다.
국제적인 호텔은 국제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가격도 국제적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친절도 곧 재화로 그 가치가 환산될 수 있다.
(남을 편하게 하고 기분 좋게 함으로써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야 말로 서비스 산업의 기본 아닌가?)
하노이의 비코트래블이 친절하다고 칭찬이 자자하다.
그 친절은 지불한 비용을 넘는 덤이다.
덤을 받았으니 고맙고, 칭찬하고 널리 알림으로 갚고자 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
리멤버투어가 덤을 주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불한 댓가에 비해 부족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러니 불친절하다고 할 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러저러하여, 동남아에서의 불친절하다 느껴 마음 상했던 부분도 정리할까 한다.
싼 맛에 가는 건데 친절하면 고마운거고, 불친절해도 싸니까 그렇다 생각하면 된다.
기분 나쁘면 다시는 안가면 될 일이다.
나만 유별나서 기분 나빴던 것이 아니라면, 망하던가 개선하던가 하겠지.
인과의 법칙에서 오는 응징으로도 영 분이 안풀린다면, 그 분노에너지를 추진력으로 하여 돈을 산더미처럼 벌자.
친절이 곧 재화라는 얘기는, 친절도 돈으로 살 수 있다는 얘기다.
빌어먹을 자본주의 만세!! ㅋㅋㅋ
* 순수하고 보석같은 친절이 그립다면, 자본주의의 논리가 약한 곳에 가길 권한다.
멀게는 시골이나 오지가 그렇고, 가깝게는 친구와의 술자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