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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념의 사물화, 이미지화 - 창작의 올바른 방향을 정립하기 위하여 / 김관식
1. 프롤로그
시창작 과정에서 화자의 내면세계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전달하기 위해서는 관념의 상태로 있는 정서나 감정을 형상화하여 구체적으로 드러내야 한다. 관념이나 정서, 감정의 상태를 그대로 토로하면 시의 영역에서 벗어난 대중가요의 가사로 전락하고 만다. 따라서 관념은 구체적인 이미지와 유사사물, 상징사물로 대체하는 형상화 작업을 거치게 되는 것이다. 추상적인 관념은 대체적으로 광범위한 영역을 포괄하여 각기 다른 정서체험에 따라 천차만별의 이미지 영상으로 화자의 머릿속에서 떠오르게 되는데, 이것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객관적인 정서로 환기시킬 수 있게 선명 하게 드러내야 한다. 이때 경험을 떠올리는 방법이 감각적인 재생이미지로 상상하는 방법이다. 이것은 대부분 단순하게 과거 체험을 모상(模像)해서 기억해내는 초보적인 상상에 의존하게 된다. 이 때의 기억에 의존한 초보 단계에 해당하는 재생적 상상은 경험과 관련지어 이미지화하는 작업으로 다만 시적 소재이거나 재생적인 상상력의 영상 이미지에 불과하다. 이것을 바탕으로 두 가지 이상의 이미지를 유사성에 의해 결합하여 연합적인 상상력에 이르게 되고 계속적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연쇄적으로 창출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원리에 의해 이미지를 더욱 확장시켜서 이질적 이미지들까지도 통합하는 폭력적인 이미지까지 결합하면 실재하지 않는 세계의 이미지까지 어울리게 되는 통합적이고 마술적인 상상력으로 시의 효과를 극대화하게 된다. 이를 가리켜 창조적인 상상력이라고 한다. 이처럼 시는 시인이 체험한 것을 소재로 하여 상상력에 의해 다양한 모습으로 변용되고 형상화 되어 모두 관념이나 정서의 상태가 아니라 감각적인 이미지, 즉 재생적 이미지, 연합적 이미지, 창조적 이미지로 새롭게 창조되고 재탄생되는 시창작 과정을 거쳐서 한편의 시가 비로소 완성되게 된다.
그러하므로 인간의 한계는 신과 같이 완벽한 것이 아니라 불완전하기 때문에 이 세상에 흠결 없는 완벽한 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시의 불완전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시를 읽는 사람에게 완벽을 지향하는 상상력의 여유 공간을 확보해줌으로써 읽는 기쁨을 주는 것이다.
따라서 시창작 과정에 시는 시인에 체험한 것들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독특한 이미지로 변용 하여 보여주는 인습적인 거울에 비추어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보여 왔던 것과는 달리 새로운 각도에서 낯설게 포즈를 취하고 바라보게 해야 하는 것이 시인의 몫이다. 이러한 상상력에 의해 알지 못하는 사물이나 이제까지 보이지 않는 것까지도 이미지로 보여주는 무한한 우주를 창조해내는 일은 시인의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확장될 수 있는 무한한 에너지가 시 인의 무의식에 자리 잡게 된다. 시인의 창조적인 잠재력을 키우기 위해 많은 체험과 독서와 습작이 요구되는 것이다. 시창작의 올바른 방향을 정립하기 위하여 관념을 사물화하는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이를 적용하 여 화백문학 가을 호에 실린 27분의 작품에 대해 작품 평을 언급하고자 한다.
2. 시창작 과정에서 관념의 이미지화
관념어를 국어사전에 찾으면 “구체적인 대상이 아닌 추상적인 생각이나 심리를 나타내는 말”이라고 되어있다. 구체적인 대상이 아닌 추상적인 생각이나 심리는 곧 머릿속에 의미영상은 있으나 구체적으로 가리킬 수 없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한자를 많이 쓴다. 70%가 한자어이고 나머지 순우리말은 30%에 해당하지 않으나 각 지방의 사투리, 고어 등 우리가 사용하지 않는 우리말들이 점차 많아지고 최근에는 외래어가 우리말화되어 쓰이고 있고, 컴퓨터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문화의 확산으로 축약이 된 새로운 인터넷언어가 등장하는 등 언어의 파괴나 변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순우리말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아름답게 재창조해내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바로 시인이다. 시인이 창조해낸 시어가 일반화되는 사례가 있으며, 오히려 시인이 시에서 사물의 의미를 왜곡시켜 언 어의 혼선을 빚어내기도 한다. 예를 들면 “민들레 홀씨”와 “아까시아꽃”이 언어가 왜곡되어 사용한 실례이다.
시인이 언어의 의미를 재창조해내는 것이 괜찮다고 할지 모르지만 과학적인 상식을 벗어나 의미를 왜곡시키게 되면 언어의 전달기능마저 변질되게 되고 나중에 언어의 의미혼란을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민들레는 씨앗을 홀씨라고 하면 민들레에 대한 과학적인 상식의 개념을 완전히 변질시켜버리게 된다. 민들레는 무성생식 하는 식물이 아니다. 무성생식은 크게 세 가지 방법으로 번식하게 되는데, 첫째가 세균, 아메바, 짚신벌레 등과 같이 몸이 하나의 세포로 되어 있는 단세포 생물은 세포가 두 개로 분열하여 분열법에 의해 번식하는 방법이고, 둘째가 산호, 히드라, 말미잘, 효모 등은 몸 일부가 마치 싹처럼 돋아나고, 이것이 자라 혼자서도 생활할 수 있을 만큼 커지면 모체의 몸에서 떨어져 나와 새로운 개체가 되는 번식 방법인 출아법이다. 그리고 셋째가 영양 기관인 뿌리, 줄기, 잎의 일부가 완전한 생물로 자라나는 버섯, 고사리, 이끼, 곰팡이 등은 포자를 만들어 퍼뜨리고, 이 포자들이 새로운 개체로 자라나는 번식 방법인 포자 생식이 있는데 민들레는 이러한 무성생식이 아니라 암수 구별이 있는 유성생식에 의해 꽃씨로 번식하는 식물인데, 버섯, 고사리, 이시, 곰팡이 같은 무성생식으로 과학적인 지식의 개념을 변질시켜버린 경우 이러한 언어의 혼란을 가져오게 만든 대중가요 작사가나 시인의 책임이 크다는 것이다. 민들레는 갓털씨앗으로 바람에 의해 멀리 혼자 날아간다는 자의적인 해석으로 그리 사용한다면 ‘홀씨’ 대신 ‘홑씨’라 하면 과학적인 개념을 변질시키지 않고 수긍할지도 모르겠다. 또한 “아까시아꽃”은 “아까시나무꽃”이어야 맞다. “아까시아”와 “아까시나무” 전혀 다른 종류의 식물이고 우리나라 산천에 5월이면 흐드러지게 향기를 내뿜는 꽃은 “아까시나무꽃”인데도 박화목 시인이 “과수원길”에서 시적인 정서를 살리기 위해 조어를 시어로 “아까시아”를 사용하고, 이 시가 노래로 불림으로써 ‘아까시나무’가 아까시로 일반화되었다. 산림청이나 학계에서도 정확하게 ‘아까 시나무’로 명명하여 사용하고 있으나 많은 사람들이 ‘아까시’를 ‘아까시아’로 잘못 사용하고 있으면 서도 잘못 사용하고 있는지를 모르는 경우 등 우리 생활에서 이와 유사한 개념의 혼돈을 일으키는 시어를 잘못 사용한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이와 같이 사물을 지칭하는 말도 이러할진데, 관념어는 더욱 구체화시키지 않으면, 주관적인 영역 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객관성이 없는 애매모호한 넋두리로 전락할 우려가 많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또한 정서나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말도 그러하다. 슬픔, 기쁨, 분노, 절망, 공포 등의 정서나 감정을 그대로 노출하는 시어의 빈번한 사용은 낭만주의 시대의 시인들이나 요즈음 현대시의 흐름을 이해하지 못한 습작기의 시인들의 시에서 종종 발견되고 있다. 한자어나 관념어, 정서나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상투적인 언어로 시를 창작하면 시의 느낌이 모두 죽어버리고 만다. 시는 철학이나 과학이나 종교나 사상, 그리고 지식이 아니다. 우리는 어떤 사물과의 만남은 보통 눈, 코, 귀, 입, 손이나 피부 등의 감각기관에 의해 사물을 인식하고 경험하게 된다. 개에게 물려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개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게 되고, 그 정서는 모든 개를 싫어하거나 공포의 관념이 자리 잡게 되고, 반면에 애완견을 길러 개와의 친근한 일상적인 체험을 갖은 사람들은 개를 무서운 정서로 받아들이지 않게 된다.
2 이와 같이 각기 다른 주관적인 체험과 정서를 시로 형상화하여 객관화하는 방법은 감각적인 이미지로 구체화시켜야 한다. 자신의 겪은 정서와 동일한 정서로 시적체험을 환기시키기 위해 그 정서를 환기시킬 수 있는 유사사물을 끌어올 때 비유가 성립되는 것이다.
이때 경험을 재생시키는 상상력으로 끌어온 관념속의 영상이미지를 그대로 표현하면 재생적인 이미지이며, 다양한 연상 작용을 더욱 확대하여 두 가지 이상의 이미지를 결합하면 연합적인 상상력에 의한 시의 깊은 맛을 자아 내게 되는 사물시가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랑이라는 관념의 정서를 그대로 “사랑한다.”라고 감정을 노출하면 직접적으로 정서를 토로하여 식상한 느낌을 자아낸다. 오늘날 사랑하는 대상에게 “너만을 사랑한다. 너없이는 못 산다. 너는 천사처럼 예쁘다”하고 감정을 토로하고 매달리면 스토커로 경찰서행이다. 사랑의 대상에게 사랑의 정서를 전달하려면 “이 명품가방을 받아주오.”라고 매개물을 등장시키거나 외제차를 끌고 와 데이트를 신청을 정중히 하면 사랑의 대상은 상대방의 정서를 공감하게 되나 상대방이 마음이 들지 않으면 거절을 의사를 표현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전통적인 고어를 그대로 등장시켜 사랑의 대상을 상투적으로 ‘님’으로 지칭하여 시어로 사용하는 일은 ‘님’이 조선 왕정시대의 임금님을 향한 “延君至情, 憂國至情”을 상징하는 ‘님’을 시어 차용하는 일이다. 이는 시대착오적인 박물관의 시어를 오늘날까지 사용하는 시의 영역을 벗어난 오류일 것이다. 만약 시어를 ‘님’을 아 무 생각 없이 사용하는 일은 또 다른 관념을 전통이라는 정당성을 주장하며 표현하는 일은 사랑의 대상을 고루하고 상투적이고 관념적인 영역에 안주하여 시어로서의 효용가치를 잃어버린 시어를 고집하는 일일 것이다. 때문에 사랑의 대상을 지칭하는 시어를 사용할 때 자기만의 독창적인 구체적인 사랑의 상대를 지칭하는 시어를 창조해 사용해야 현대 정서에 알맞은 표현의 시가 빚어지게 될 것이다. 관념적인 감정표현으로서의 사랑을 구체화시켜 시적인 정서로 환기시키는 방법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감각적 이미지로 재생하거나 연합하거나 창조하는 방법으로 형상화하여 정서를 환기시켜야 한다.
사랑의 정서나 감정을 구체화하기 위한 형상화 방법으로 사랑의 이미지를 “불”의 이미지와 결합하여 연상 작용을 펼칠 수도 있고, 꽃의 이미지와 연상하여 “붉은 장미”, 심장이 뛰는 이미지와 결합하면 “둥둥둥 내 가슴을 치는 북소리”, 등등 감각적으로 구체화시켜 한 편의 시로 완성하면, 주관적인 정서는 객관적인 정서로 공감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시에서 한자어, 관념어나 추상어, 감정이나 정서를 표현하는 직접적인 시어나 상투적인 언어를 가급적 사용하지 않고 감각적인 언어로 표현하게 되는데, 한 가지 감각보다는 두 가지 이상의 감각적인 표현을 결합하는 공감각적인 시어를 사용하면, 예를 들어 “꽃처럼 붉은 울음”(서정주 의 ‘문둥이’),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 놀”(박목월의 ‘나그네’),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김광균의 ‘외인촌’) 등과 같이 시적 정서의 밀도가 짙어지는 감칠맛 나는 감각적인 여운을 남기는 표현이 된다. 사물이나 경험세계를 세밀한 관찰력으로 관조하여 간접화로 표현하거나 관념을 사물화, 이미지화하고, 객관적 상관물에 의해 정서를 환기시키는 언어의 적절한 배합이야말로 현대시를 빚는 관건이 되는 것이다.
이미지화의 중요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1908년부터 흄(T. E. Hulme)을 중심으로 한 『몇 명의 이미지스트 시인들』을 통해 아래 선언문을 발표했는데, 이들의 주장을 시창작의 과정에 염두에 두고 시를 창작하는 것이 좋은 것이다.
① 일상적 언어로 쓰되 정확한 언어로 쓸 것. 모호하거나 장식적인 말은 사용하지 말 것. ② 새로운 운율이 새로운 사상임을 자각하고, 새로운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새로운 자유시 리듬을 창조할 것. 우리가 자유를 위해서 싸우듯, 자유시를 위해서 투쟁할 것. ③ 시의 제재 선택에서 자유로워질 것. 그러나 비행기와 자동차 같은 것들만 새로운 제재라고 생각 하지 말 것. ④ 가능한 명확한 이미지로 대상을 개별화하여 그릴 것. 그러나 사물을 그대로 그리는 화가의 한 유파는 아님. ⑤ 견고하고 분명한 구조를 택할 것. ⑥ 긴축과 집중을 시의 본질로 받아들일 것.
3. 이 계절의 시, 김미라 시인의 「포도나무의 꿈」 외 9편
시를 발상하고 형상화할 때 관념을 사물화하거나 이미지화하여 형상화하게 되는데, 이를 표현할 때는 묘사와 진술에 의존하게 된다. 묘사가 주가 된 시, 진술이 주가 된 시가 있기 마련인데, 시인의 개성이나 취향에 따라 묘사와 진술, 그 어느 쪽에 비중을 두느냐는 시인마다, 또는 한편 한편의 시마다 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김미라 시인은 묘사보다는 진술에 비중이 실린 관념시를 쓰는 시인 이다. 시인에 따라 시적대상을 사물로 인식할 때 사물시가 되는 것이고, 이를 정신적인 차원에 더 많은 가치 비중을 두어 세계를 관념으로 인식하고 관념의 세계만을 드러낼 때 관념시가 되는 것이 다.
랜섬은 사물시, 관념시, 형이상시 세 가지로 시의 유형을 구분하고, 세계에 대한 인식이나 관심을 두 가지 차원, 즉 물질적인 존재와 존재의 가치에 대한 차원으로 물질의 세계와 관념의 세계에 따라 물질로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시를 사물시, 정신세계를 상징적으로 형상화하여 드러낼 때 관념시가 된다고 주장하였다. 김미라 시인은 랜섬이 말한 관념시에 해당하는데, 「포도나무의 꿈」은 바슐라르의 물질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물, 불, 공기, 흙 4원소론 중에서 흙에 관한 몽상이다. 바슐라르는 모든 시인은 자신이 애호하는 원소를 가지고 있으며, 이것은 무의식적으로 작품에 반영되어 나온다고 여겼는데, 바 슐라르의 주장에 따라 이 시를 해석하면 “비가 그쳤다”는 비의 하강이미지가 원인이 되어 “갓 버섯 한 쌍이 흙을 밀어 올리는 동안/지렁이와 땅강아지는 숨바꼭질을 하였다.”라고 대지의 상승이미지로 생명력을 역동적으로 표현하고, “아이는 포도꽃 향기를 삼키고/배설하였다.”라는 후각적인 이미지를 미각 운동적 이미지로 신체 은유화하여 “배설하였다”는 공기이미지를 하강이미지로 전환하는 이미지 놀이적인 발상과 이어서 “흙을 괴롭히지 말고 잘 놀거라”라는 공기이미지를 역동적으로 해석하는 해석적 진술로 긴장감을 조성하여 시상을 “여물지 않은 생명이 볼을 부비는/포도밭은 부활의 어머니다”라고 마무리함으로써 포도나무에 대한 창조적인 상상력을 펼친 시이다. 또한 「바다에서, 은빛 도화지를 펴고 꿈을 그리다」에서는 시제를 화자의 창조적 활동을 주체 적으로 행동화하는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았다. 바다의 몽상적 이미지를 한 문장으로 진술한 특이한 형태를 보이고, 바다를 화자와 동일시하며 신체은유화 하는 등 몽상적인 사유를 펼쳐 마지막으 로 “꿈을 꾸는 사람/나의 바다에 당신을 초대한다”로 화자가 지향하는 시적 세계에 대한 열망을 전하고 있다. 「네가 꿈꾸던 세상은 어디쯤 와 있는가-실존에 대하여」에서는 외국시와 유사한 발상법으로 “시계탑 앞에/ 한사람이 서 있었다/그 사람을 따라 숲으로 갔다.”라는 시간 속에서 인간관계를 맺는 상황을 분수의 상승 이미지를 통해 마음의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보여주었고, “나무들은/흙의 맥박을 느끼며/속 깊은 뿌리를 내렸다”로 하나의 존재로 뿌리를 내려 생명력을 키워나가며 꿈을 꾼다는 실존에 대한 몽상을 상황 진술로 그려냈다. 그리고 「방랑자」에서는 프로메테우스의 신화적인 발상으로 자신의 내면세계를 그렸고, 「제비 붓꽃」에서는 제비 붓꽃을 의인화한 화자의 내면을 “살아갈수록 솟구치는/열망을 품고/기다림의 꽃이 진다.”로 해석적으로 진술했다. 또한 「가을에 게」에서의 계절에 대한 은행나무의 상상력을 확장하여 “너의 황금빛 열매가/온 세상에 가득하 다”로 가을을 예찬했고, 「지중해 마을」에 대한 음유적인 시상을 펼쳐으며, 「연가」에서는 해와 달의 우주이미지를 “강물에 발을 담근 구름이 눈시울을 붉히는/해와 달의 별리”로 신체감각적인 이미지로 내면세계의 아름다움을 “내 헐벗는 영혼 안에/사무치는 참회로 남는구나/사랑하는 사람 아”로 절규함으로써 감동을 자아낸다. 「자신을 위로하는 법」에서 인간 관계에 대한 철학적인 사유를 시간 속에서의 꿈꾸는 현상과 본질이라는 진정한 내면세계에 대한 가치 발견으로 위로하는 자신의 모습을 담았고, 「겨울바람이 전하는 말」에서 자신의 존재에 대한 여성적인 섬세한 성찰 과 소망을 “이 세상의 고요가/당신 품에서 잠들 때/나 또한 그곳에서/쉬고 있는/바람의 연인이 될게요”로 고백적 진술을 하는 등 화자의 내면세계를 전혀 장식적인 수사에 의존하지 않고, 명쾌한 행동 진술어를 사용하여 역동적인 이미지로 형상화하여 존재에 대한 몽상적인 사유를 음유적으로 펼친 관념시이다.
4. 열린 공간의 시, 시조 26분의 50편의 시평
곽희옥의 「몸값」은 참새와 사람의 몸값에 대한 사유가 재미있다. 생명의 가치를 물질로 환산 하려는 현대인의 물질주의적 사유로 참새의 몸값을 “뼈와 고기 무게 값, 사백 팔 원”, “사람의 몸 값”을 “내 안에 있는 자유, 꿈꾸는 하루, 환한 웃음” 등 신체활동을 통해 “너와 나 먹고 싼 몸값은/ 결국엔 누르스름한 똥 한 덩어리 값만 남을 뿐/ 새빨간 노을에게 맡기고”라는 「몸값」에 대한 물질적 사유와 상상력으로 화자의 존재가치에 대한 성찰을 형상화한 시이다. 「두렁바위의 흔적」은 화성 제암리에서 벌어진 일본군의 민간인 학살사건에 대한 역사의식을 담은 시이다. 인간의 존엄 성을 유린한 일본군의 만행과 현대인의 물질적 가치관에 의한 생명경시의 풍토는 인간의 존재 가 치를 물질로 환상하는데서 비롯되므로 우리 모두 깊이 자성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장문정의 「밀당1」은 밀고 당기기의 준말로 남녀 관계에서 '밀고 당기는 연애의 기술'을 가리키는 남녀 간의 미묘한 심리 싸움을 줄다리기에 비유하여 말인데, 「밀당」에 환유를 “얼레에게 보채 는/나는 가오리연”으로 해석한 시이며, 「밀당2」는 “회전 벨트 위/마른 연어 초밥”으로 비유한 내 면 심리를 현상학적인 가시적인 사물로 대체하여 보여주고 있다. 박재학의 「자라지 않는 진실」은 화자의 내면세계의 갈등을 진술한 시이며. 「길에 굴러다니는 시」는 일제 강점기 박열열사가 조직한 흑우회의 기관지 “후데이센징”을 형상화한 시로 “후데이센 징”은 “조선인불온분자”를 일컫는 “불령선인”으로 우리 민족을 조롱하는 말장난의 말이다. 시작에 대한 자조적인 사유로 “굴러다니는 시들”에 대해 “굴러다니는 것들은 구속되지 않는다”고 해석적 진술을 내리고 있다. 내면세계의 관념적이고 주관적인 진술로 이미지가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아 독자와의 공감대 형성에는 다소 거리가 있지 않을까 염려가 된다. 김기현의 「가을이 오면」은 자연풍광의 변화(벼 이삭, 밤, 낙엽 등의 하강이미지)를 보고, “버리고 비우지 못하고”하는 계절변화에 따른 심리상태를 진술했으며, 「대지가 타고 있다」는 가뭄 속의 대지와 동식물에 대한 생태학적인 상상력의 진술이나 1,3,5연의 종결어미가 “∼다.”로 끝나는데, 6 연에 “∼네.”로 종결하여 운율의 불일치를 가져왔다. 박영춘의 「가뭄축제」는 떵콩 농사를 짓는 체험을 바탕으로 가뭄이 들자 땅콩 농사는 안 되고 텃밭 주인이 바뀌어 가리지가 주인이 되었다는 생태환경변화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진술했으며, 「이슬방울」은 풀잎에 맺힌 이슬에 대해 감정이입하여 “떨어지기 싫은 이슬방울이다/날아갈 수 없어/끝자락에서 안간힘 쓰는/나는 시한 생명이다”라는 진술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확장하여 화자 의 존재의식을 “사는 동안은 영롱히 살려 하는”존재라고 해석적으로 진술하고 있다. 김홍래의 「아득한 일」은 화자의 내면세계에 들어와 자리 잡은 “붙박이로 사는 사람”의 존재에 대한 의미를 형상화하여 진술한 시로 “목이 메여 꺽꺽 소 울음을 울다가/다시 새벽을 맞이하던 날 들”이라는 인간관계의 고뇌를 바다와 견주어 내면세계를 진술한 관념시이며, 「‘즐거운 집’앞을 지 나며」는 이웃에게 베풀지 못한 삶에 대한 성찰을 어머니에게 진실한 기도하는 자세로 내면세계를 독백적 진술로 드러냈다. 류일석의 「새싹의 힘」은 새싹의 힘에 대한 신앙적으로 해석한 진술의 시이고, 「새순은 순수하 다」는 새순에 인생의 의미를 부여하여 화자의 삶에 대한 진지하고 순수한 자세를 진술한 독백적 진술의 시이다. 유기홍의 「거짓말」은 동심적인 발상으로 피노키오 동화책에 대한 사유를 해석적 진술로 풀어 냈고, 「꽃송이」에 대한 주관적인 관념의 심리상태를 “욕심도 게으름도 아닌/향기 나는 균형”으로 결론을 내려 진술한 시이다. 천윤식의 「거름」이 되는 과정을 본 깨우침을 “몸을 부수어 쪼개는/고통이 따르며/아무것도 남김 없이 삭혀야 한다.”는 자신의 삶과 견주어 “고향 들판에서 푹푹 썩는/ 거름처럼 살고 싶다”는 소망을 담았고, 「실참」은 서산의 방언인 농촌의 세참 문화에 대한 예찬의식을 담아냈다. 옛날과 달리 오늘날 기계화 영농으로 농촌의 공동체 문화가 사라지고 있어 새참의 풍속도로 농촌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이다. 사위환의 「너 참」은 시계에 대한 상상력으로 “시침,분침/초침만을 위해//쉼 없이/메마른 영혼 처럼/돌아가야 하니”라는 의문을 제기한 시이며, 「수수」는 수수의 생김새와 외형을 관조하고 감 정이입하여 스케치한 시이다. 이 봄의 「고향의 여름밤」은 어릴 때의 사향의식을 “엇 차차!/소름 돋는 등목 소리/가물가물 개구 리 합창” 재생적인 상상력으로 생생하게 재현해낸 시이며, 「달」은 물활론적으로 사형의식을 재 현하여 “아무도 몰래/마실 온 달이/오늘밤은 목욕 좀 하자고/옷을 벗고 물속에 숨었다.”라는 표현 한 동심적인 발생이 신선하다. 류숙자의 「양재천의 아롱다롱」은 양재천의 생태환경이 장마로 인해 급변하는 모습을 보고 인 생과 견주어 “양재천의 사춘기는/넘쳤다가/작아드는/하늘 동내 북을 친다.”라고 해석적 진술로 풀 어낸 시이고, 「무거운 하루」는 도시에 사는 화자가 심경을 미세먼지의 환경과 “못 채운 일상”으 로 비탈길을 오르는 자동차와 견주어 “길 위에/내가 있다”라는 불안하고 우울한 하루에 대한 심리 상태를 형상화한 시이다. 이석기의 「무궁화 꽃」은 화자의 무궁화꽃 예찬의식을 형상화한 무궁화 사랑의 변천역사를 해 설한 시이며, 「아버지의 초상」은 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리는 재생적인 상상력으로 아버지의 업 적을 기리는 효심을 형상화한 시이다. 신태진의 「소나기 내린 날」은 화자가 살았던 역촌마을의 소나기 오는 날의 풍경을 재현한 시 이며, 「송엽국」은 소사벌판의 송엽국이 자라나는 모습을 “진한 화장 까만 눈동자/차도르르 휘감 긴/이슬람 여인의 교태”의 환상적인 모습으로 비유하는 등 송엽국의 모습을 신체은유한 시이다. 조종래의 「대왕암에서」는 대왕암을 기행한 간결한 소감을 표현한 시이며, 「아침 금장대」는 경주 8경의 하나 손꼽는 금장대의 아침 풍경에 대한 느낌을 담았다. 리승만의 「깨끗한 마음」은 동화적인 발상으로 시를 짓는 백석 시인과 같은 발상으로 도시 공 간 속 “공중 화장실 환경미화원 아줌마”의 마음씨를 휴머니즘적인 시각으로 미화한 시이며, 「방선 암의 오후」는 “서산 용현 마애여래삼존상에서 내려다보이는/ 천혜의 비경”을 간직한 방선암에서 느낀 화자의 소감을 진술한 시이다. 최해암의 「통영」은 통영이 자연풍광을 “통영 앞바다에서 틀니를 다시 끼운다”라고신체은유화 한 발상이 재미있으며, 「여행」은 “송정 바닷가”를 여행하면서 자신의 지나온 삶을 자성하는 “먼 저 가신 어머니가 이 순간을 같이할 수 있다면”하고 효도하지 못한 안타까움을 “여유롭게 한가하게 잠깐도 같이하지 못한 죄책감”으로 표현하는 등 여행 중에 떠오른 과거의 회한을 진술한 시이다. 윤태운의 「겨울 느티나무」는 겨울 느티나무에 감정이입하여 “인생의 끝자락/저무는 햇살처럼/ 얼굴을 붉히면서/헤프게 생각하면 한이 될 것 같아/지나온 얘기를 쏟아놓는다.”고 독백적 진술로 구성한 시이며, 「담쟁이」는 시적 대상인 담쟁이를 의물화하여 화자의 심정과 소망을 밝혔다. 연제진의 「여우비」는 여우비와 대화를 나누는 동심적인 발상으로 화자의 심경을 표현한 시이며, 「밑줄」은 책을 읽으며 중요한 곳에 밑줄을 그은 경험으로 인생살이에 대한 사유를 이끌어낸 시 로 “미래의 어디를 세월에/밑줄을 그어 놓아야겠다/밑줄을 친 그때가 오면/더 늦기 전에 꼭/뜨거운 사랑을 하고 싶다.”는 이색적인 발상이 돋보인다. 박지윤의 「분꽃」은 어린 시절의 분꽃과 얽힌 사향의식으로 재현한 어린 날의 풍경화이며, 「바 다」는 바닷가의 풍경을 화자의 심정과 동일시하는 마음상태로 감정이입하여 “지어지지 않는 그리 움을” 낳는 근원으로 배경 설정하여 그려낸 한 폭의 풍경화 같은 시이다. 이규돈의 「적막」은 황혼 인생의 쓸쓸한 심경을 “다시 올까 생각하며/보고 또 봐도 오지를 않 네”로 역동적으로 표현했으며, 「늙은 귀」는 노쇠한 신체 기능 중 청각 장애를 “보아도 본 것이 없 고/들어도 들은 것이 없는 딴청이/늙은이 사는 방법이지.”로 긍정적인 해석을 내린 노년의 긍정적 인 생활 모습을 진술한 시이다
정옥순의 「그 사람은 그 자리에」는 신앙인의 속죄양의식을 “그 자리에 그 사람은 변하지 않고/용 서만 원한답니다.”로 성숙하지 못한 화자의 내면세계의 성찰을 보이고 있으며. 정장수의 「父 의 눈물, 子 의 눈물」은 양등포역광장의 노숙자의 슬픈 이야기를 리얼하게 전기수처럼 극적인 진술 로 풀어낸 가슴 뭉클한 현장르포의 참여시로 휴머니즘적인 측은지심을 자극하여 절절한 감동을 주 는 시이다. 열린 공간 시조에서 허 원의 「목련꽃 연정」은 “대동강 얼음이 풀”리고 “섬진강 홍백 매화 향 기”와 아울러 목련이 피었을까 가슴을 설레는 화자의 봄이 오는 심정을 시공간을 넘나드는 상념을 “파도에 밀려온 포말처럼 뇌리에 부서진다”로 진술하고 있으며, 「혜화동 마로니에」의 함박눈 내 리는 겨울풍경을 담아 그곳을 서성거리는 화자의 쓸쓸한 심경을 전통적인 시조의 율격에 따라 노 래한 2연의 연시조이다. 임선영의 「소낙비」는 다소 전통 율격을 파괴하여 전통의 음수율과 행연의 형태를 변형하여 현 대시적인 정서로 “개울물/음정 고르고/한 옥타브 높아진다.”로 감각적이고 역동적으로 표현했으 며, 「스마트폰」도 전통시조의 영역을 뛰어넘어 현대시의 정서를 시조의 율격에 담아낸 품격 높 은 시로 “온 세상 스마트폰 숫자판에 걸터앉아/세상일은 아날로그 헛발질만 하고 있다/켜켜이/채 운 얘기들/지하철의 푸른 숨결”로 감각적인 현대의 정서를 시조의 율격으로 담아낸 기량이 돋보이 는 시조이다. 양순석의 「전봇대」는 3연의 연시조로 전봇대에 대한 사유를 인생의 내면으로 끌어와 “세상사 모든 일이 인고의 길이라고/찬바람 눈보라가 힘들고 서러우면/윙윙윙 소리만 내어 울고 있는 전봇 대”로 형상화하였으며, 「삶은 감자를 먹으며」는 삶은 감자를 먹는 경험을 인생의 의미로 재창조 해서 “인생길 모두가 감자 껍질 벗겨지듯/편하게 지나가면 좋기야 하겠지만/오히려 기고만장에 넘 어질까 두렵다”라는 겸허하게 살아가는 깨우침을 담은 2연의 전통적인 연시조로 독자들에게 감동 을 주고 있다. 5. 에필로그 시를 창작하는 기본원리 중 첫째, 참신한 발상이다. 둘째, 시적 체험을 감각적으로 구체화는 형 상화하는 일이다. 셋째, 묘사와 진술에 의한 표현 방법의 선택이다. 이번 호에서는 형상화는 방법 에 대해 설명했다. 형상화란 조각가가 조각품의 재료를 선택하여 선택한 재료를 작가가 의도한대로 형상을 만들어 내듯이 시에서 시적 체험이나 대상을 연상작용에 의해 유사성에 의해 다른 사물과 관계 맺기를 통 해 언어로 관념적인 것을 구체화시키는 작업을 말한다. 사물시의 경우 관념 상태에 있는 체험을 사 물화하거나 이미지화하여 적절한 시어로 표현하게 되는데 지난 호에서는 셋째 효과적인 표현의 원 리로 묘사와 진술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 호에서는 시적 체험을 형상화하는 방법으로 관념이나 추 상의 상태, 또는 감정이나 정서를 그대로 배설해서는 시적인 감동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에 대해 구 체적으로 설명했다. 시는 시적 체험속의 관념을 그대로 표현하거나 시적 대상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관념을 감각 화, 이미지화하여 형상화해서 보여줌으로써 독자에게 공감의 감정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감정과 정서를 그대로 토로하는 것이 아니라 시어를 적절히 배열하여 정서를 환기시켜는 장치가 필요하는데 이러한 설계 작업이 바로 형상화인 것이다. 낭만주의 시대에서는 말하는 것으 로 정서를 전달했으나 현대시는 관념이나 정서를 보여주는 방법으로 묘사에 의존하여 감동을 유발 시킨다. 따라서 시는 철학도 아니고, 과학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해박한 지식을 전달하는 것도 아니 다. 사물시는 이미지로 형상화하지만 관념시는 내면세계를 상징적으로 구체적으로 형상화 작업을 거쳐 드러낼 때 시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사물시이건 관념시이건 주제를 효과적으로 표 현하는 방법은 시인이 평소에 우수한 시를 많이 감상하고, 꾸준한 습작을 통해 자기 나름대로의 개 성적인 표현방법을 개발해냈을 때 자신만이 거주할 존재의 집을 갖게 되는 것이다. 자기 시세계를 갖는다는 것은 자기만의 개성적인 시적 표현의 공간을 확보했다는 의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