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3.1독립 운동은 세계적으로 이름이 나 있다. 세계 식민지국가 가운데 독립 운동이 없었던 나라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전국에 걸쳐 그러니까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 한반도 전체에서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대규모 저항 운동을 벌인 나라는 한반도의 조선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족지도자 33인이라 하지만 그분들이 조직적으로 전국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한 것도 아니고 당시 조선은 일제의 군경이 악랄한 탄압을 벌이고 있었는 시기아닌가. 조선인 순사들의 만행을 하늘을 찔렀다. 그런 상황속에서 어떻게 전국에 걸쳐 대규모 항쟁이 가능했겠는가. 바로 그것은 비록 판단 착오로 인한 외교권 박탈 그리고 미국과 일본의 1905년 카스라 -테프트 밀약에 의해 결국 일본의 속국이 됐지만 그래도 후손들에게 치욕적인 식민지국의 슬픔과 한스러움을 물려주기 싫은 우리 조상들의 울부짖음 아니겠는가. 그날 수많은 백성이 목숨을 잃었다. 일제 군경은 무자비하게 짓밟았다. 그 뜻깊은 날이 바로 오늘 3.1독립만세 운동일이다. 올해로 104주년이 됐다.
며칠전부터 한국의 국제공항에는 긴 줄이 섰다고 한다. 자세히 보니 일본행 관광객들이었다. 오늘 그러니까 3.1절 공휴일을 빌미로 일본 관광을 가려는 인간들로 공항이 장사진을 이루었다는 말이다. 이미 지난해 일본을 찾은 관광객 가운데 한국인이 절대적인 1위를 차지했고 일본 주요 면세점에는 한국인들이 줄을 길게 섰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일본인조차 깜짝놀라고 있다고 하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하지만 그래도 3.1절을 앞두고는 결코 그러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한국에 사는 한국인이라면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아니 그렇게 생각한 것이 순진하고 미련했다. 그들은 한국인이 아니였던 것이다. 한국국적을 가진 일본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에 살기위해 한국국적을 취득한 일본인들에게는 죄송한 표현이니 양해하시기 바란다.
한국 국적의 일본인들의 심정을 전혀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증조 할아버지 증조 할머니들은 사실 일제 강점기가 끝난 뒤 일본으로 가고 싶어했다. 자신들의 정신적 조국인 일본으로 말이다. 하지만 한반도에 뿌려놓은 재산을 정리하기가 힘들었다. 그당시 누가 그 비싼 부동산을 구입하겠는가. 가난한 백성들로부터 후려쳐 빼앗은 공동품을 어떻게 처분하고 일본으로 가겠는가. 그래서 남았을 뿐이다. 그들은 통탄했다. 어서 일본으로 건너가 영광스런 천왕폐하를 모시고 기미가요를 직접 부르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을 것이다. 그들의 후손들이 지금 언급하는 한국국적의 일본인들이다. 국적은 한국이지만 실제로는 일본인의 정신으로 사는 인간부류들이다.
그들은 태어나면서 온통 일본제품속에 살았다. 일본 간장 기꼬망에다 일본 된장 미소시루에 맛이 들었는데 한국의 청국장이나 조선간장이 입에 맞았을까. 일본 과자와 모찌떡에다 일본 학용품으로 도배를 한 가정에서 부러움 없이 살았을 것이다. 일본이 세계 2위국으로 미국을 넘보던 시절에 태어난 세대와 그들의 자식들은 대단한 국력의 일본에 흠뻑 취해 있을 것이다. 도요타차에 소니 전자제품에 삿포로 맥주에 더욱 친숙한 그들이다. 앗쌀한 사무라이 정신 그리고 겉다르고 속다른 폐끼치지 말라는 문화를 흠모하면서 자랐고 지금도 그들의 두뇌속에 온통 일본으로 가득차 있는 그들이 3.1일날 그당시 자신들의 영웅인 일본 군경의 대 활약상을 일본에 직접 보기를 얼마나 갈망했겠는가. 조선이 영원히 일본의 속국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가슴이 아픈 날이기도 할 것이다.
한국국적의 일본인들에게 묻는다. 당신들의 나라는 도대체 어디인가. 이런 반문도 있을 것이다. 일본 한 번 간것 가지고 무슨 별소리를 다한다 하겠지만 그게 그렇지 않다. 누가 일본 가지 말라고 했는가. 좀 정도껏 하라는 말이다. 아베가 질러놓은 무역전쟁이 아직 진행형인데 뭐가 그리 좋다고 일본행 일본행 하는가. 그러니 일본인들이 한국관광객 우습게 알아 유명 온천이 시궁창이라 하지 않던가. 유명 일식집에서는 와사비라는 것을 왕창 발라놓지 않던가. 그대들은 자신이 한국국적의 일본인이라고 생각할 지는 모르지만 일본인들은 그대들을 한국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게 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휴일이 지나고 그대들의 자녀들이 학교에서 3.1절 기념일에 무얼했는지 발표하라면 자신있게 자신은 부모들과 함께 일본을 방문해 온천도 하고 스시도 먹고 라멩도 먹고 부모들은 삿포로 맥주에 면세점에서 줄을 서서 양주를 구입했다고 발표할 것인가. 옆자리의 친구는 서대문 형무소를 방문해 유관순 열사의 활약상과 당시 상황을 배웠으며 새롭게 컬러 사진화된 민족지도자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고 발표하는 친구를 물끄러미 바라보게 할 것인가. 그대들이 공항을 통과하면서 과연 무슨 생각을 했는지 여간 궁금하지 않다. 이런 부류가 늘다보니 이젠 3.1절날 버젓이 일장기를 내거는 족속도 생겨났다.
오늘은 한반도 역사에서 결코 잊으면 안되는 그런 소중하고 뜻깊은 날이다. 다시는 이 나라를 외세에 빼앗겨서는 안된다는 각오를 다지는 그런 날이란 말이다. 조국을 되찾겠다고 젊은 삶을 송두리채 조국에 바친 애국열사들의 넋을 기리는 날이다 말이다. 한국만 아는 극우세력이 되라는 것이 아니다. 국뽕에 앞장서라는 것이 절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런 날만은 나라도 조국도 민족도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하는 날이란 뜻이다. 이런 날 일본 가서 일본 시궁창 온천에서 희희락락하고 일본 제품 양손에 가득 들고 의기양양하게 일본 시내를 돌아다니는 그대들은 아무리 좋게 보려해도 영원한 한국국적의 일본인임이 분명하다.
2023년 3월 1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