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알맨, 존재론적 자의식과 부조리의식
● 사람들은 나를 총알맨 이라고 부른다. 어쩌면 내가 스스로에게 붙여준 이름인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내가 언제부터 그렇게 불렸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눈도 없고 코도 없고 귀도 없다. 실은 눈 코 귀 다 있지만, 여러분들이 보시다시피 번쩍번쩍 빛을 발하는 은회색의 투구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있어서 앞을 볼 수도 냄새를 맡을 수도 소리를 들을 수도 없다. 투구를 머리에 쓰고 있으면 나는 편안해진다. 총알처럼 생긴 형태가 공격적인 성향을 띠며 외부와의 불필요한 마찰로부터 나를 안전하게 보호해주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 형태가 남근을 연상시켜서 나를 꽤 매력적으로 보이게끔 한다. 나는 나를 비방하는 소리들, 근거 없는 험담과 야유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총알맨으로, 그리고 남근맨으로 무장한 것이다. 하지만 그 총알처럼 생긴, 남근처럼 생긴 투구를 머리에 쓰고 있는 동안 나는 편안하면서도 불안하다. 나를 야유하는 소리를 전혀 들을 수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희미하게 들리는 그 소리는 상상력과 더불어 쉽사리 각색되고 종래에는 걷잡을 수 없이 마구 부풀려진다. 게다가 소리의 진위를 눈으로 확인할 수 없기에 불안감이 더 증폭된다. 처음에 여러분들은 나를 두려워하지만, 이내 그 두려움이 근거 없는 것임을 알아채고는 자신들을 속인 나를 벌주기 위해 공격할지도 모른다. 이처럼 아직 일어나지 않은 공격을 예감하는 나는 도망치기 위해 허둥대고, 내 속에서 여러분의 비웃음은 더 커져만 간다. 어쩌면 공격도 그렇거니와 비방조차도 사실은 나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한갓 환상인지도 모른다. 여하튼 그것이 실제인지 아니면 환상인지는 전혀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내가 그 비방과 공격을 예감하고, 이로 인해 심각한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해서 나는 그 투구를 벗을 수도, 그렇다고 그대로 쓰고 있을 수도 없다.
● 김지현은 번쩍번쩍 빛나는 은회색의 투구를 머리에 쓰고서, 앞이 보이질 않아 허둥대는 퍼포먼스를 펼쳐 보인다. 일명 총알맨으로 명명된 그는 현대인의 정체성 상실이나 혼란을 엿보게 해준다는 점에서 일종의 동시대적 아이콘이나 캐릭터로 정의할 만하다. 살아남기 위해 경쟁을 강요받고 있는 그는 있을 법한 공격을 예감하고, 그 예상되는 상처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주변에 철옹성을 둘러친다. 미처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이 그의 내면에 불안감을 심어주고 공포감을 내재화한 것이다.
커다란, 기울어진 킹사이즈 침대에 누워서 경직된 하얀 조각상처럼 보이는 남자가 긴장한듯, 가위눌린 듯, 꿈꾸는 듯, 보인다. 그 침대 밑에는 감당하지 못할 크기의 투구를 쓴 작은체구의 총알맨이 침대 주변을 돌아다니는 영상이 비친다. 남근(총알)같은 커다란 투구를 뒤집어쓴, 아르카익 조각을 연상 시키는 우람한(혹은 거대한) 상들, 아틀라스 인양 버거워 보이는 인간의 덩어리를 머리에 짊어진 사람, 아우성치는 작은 형상들로 뒤엉켜서 망치라는 오브제를 대면하고 있는 두상, 반사유리 뒷면에서 어렴풋이 보이는 작은 인체들로 짜여진 전투복 상의 등등... 기울어진 침대의 주변에 떠도는 듯 설치된 조각들은 분명 꿈속에서나 봄직한 실재하지 않는 심리적이고 전이된 환영들이다. 원래 꿈이란 욕망이 증폭되어 나타나거나, 절망과 좌절이 극단적으로 돋보이게 마련이다. 나는 일상에서 스스로 오만한 편견과 깨지지 않을 듯한 고정관념 등 여러 가지 장치로 단단히 무장하고 어떤 신전을 굳건히 세우려 부단히도 노력한다. 그러나 여러 이미지로 무장하고 위장하고 나선 꿈속에서 내가 무의식적으로 꿈꿔왔던 것들, 신전에서나 볼 법한 것들을 만났을때 그것들은 결국 껍데기였고 인간적인 갈등과 고통을 함축하고 있음을 느낄뿐이다. 나의 몸은 점점 대리석 석상처럼 뻣뻣하게, 하얗게 굳어 간다. ■ 김지현
(https://neolook.com/archives/20080522f)
+
오해 방지를 위해 내용 추가합니다
-평창 올림픽때문에 만든것이 아닌 2013 평창 비엔날래때 부터 있던것이라고 합니다
|
첫댓글 여자 성기 저렇게 표현했으면 난리났을듯
저런건 안불편하신가 그분들은
이것도 여혐입니다. 라고할듯
여자는? ...
작년에 만든 거라던가
뭐라는거야
링크타고 들어가서 관련 내용들 보니 나쁘지 않은 작품이라 느꼈는데...여기에도 남녀 프레임이라니...흠...
그러게요 씁쓸하네요 저거 다 읽고보면 되게 좋은데...
삭제된 댓글 입니다.
??
아무 생각 없음
세력들이 프레임전쟁 잘만들었네 이젠 남녀차별관련된 자료아니어도 알아서 갈등조장되네
222공감.. 여자남자 얘기가 왜 나오는지ㅠㅜ..
저걸 치워달라하면되지 여성남성 나눌필요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