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 날 땐 짜장면
김송이
뭐가! 이렇게! 되는 일이!
하나도! 없냔! 말이야!
우당탕 반점 주방장은
느낌표 사이 사이에
밀가루를 뿌리고
반죽을 시작하지요
내가. 뭘. 그렇게. 잘못. 했어.
나무 도마에 놓인 동그란 반죽을
온점마다 힘껏 내려쳐요
왜? 다들? 나한테만? 뭐라고? 하냐고?
양손으로 쥐어뜯고 헝클어뜨릴 때마다
가닥가닥 수타면이
물음표에 걸려 따라 나와요
시커먼 춘장
눈물 젖은 양파
온종일 씹어도 될 고기
불맛 잔뜩 입히고 달달 볶아
맛깔나게 비벼 먹지요
역시~ 내가, 만들어서~ 그런가, 맛있네~
물결표 한 번에 짜장면 한 젓가락
쉼표 한 번에 단무지 하나
후루룩 호로록 뚝딱
장난감 병원
박사님은 아시죠
제가 얼마나 오랫동안 북을 쳐왔는지
이젠 저도 지친 것 같아요
오, 얘야
넌 정말 좋은 연주자란다
네가 아니면 누가
악보 위에 심장 소리를
들려줄 수 있겠니
너에게 북을 준 건 나지만
모든 리듬은 너의 것이었어
쳐, 보렴
박사님이 준 거울 속에는
장난감 병정 대신
소년이 앉아있었어요
태엽도 없고
진짜 피부를 가진 소년이요
너를 두드릴 수 있는 건
너뿐이란다
소년은 가슴 속에
큰 북을 넣었어요
망설임 없이
곧장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습니다
병따개
내가 한때는
이름난 의사였지
속이 갑갑한 병을
이 세상에서 제일
잘 고쳤거든
냉장고에 붙어만 있으니
지루하지 않냐고?
전혀
나에게도 가족사진이 생겼어
지킬 것이 있으면
힘이 세진다니까
[제3회 동시발전소 신인상 수상]-2024
카페 게시글
사랑채
[제3회 동시발전소 신인상 수상작]-2024 / 김송이
소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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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30 08:25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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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ㅎㅎㅎ~~
뒤에 두 편은 자칫 장황스럽게 시가 흐르게 되지 않을지 싶은.. 염려를 주네요.
여튼 훌륭하네요. 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