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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물이 되면 섬과 섬을 잇는 바닷길이 열리고,
진줏빛 모래톱이 뽀얀 자태를 드러내며 비경을 선사하는 노시 이란자(Nosy Iranja).
마다가스카르 바오밥나무(Baobab Tree) 거리.
EBS <세계테마기행>을 보며 여행을 꿈꾸고, KBS1 <걸어서 세계 속으로>를 시청하며 나만의 여행 지도를 넓히던 시절이 있다. 그때는 지금보다 해외여행을 향한 낭만, 동경, 로망 따위가 존재하던 때였으니 TV 여행 프로그램을 보며 테두리 바깥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채우기에 바빴다. ‘세상엔 정말 별별 신기한 곳이 다 있구나’ 싶은 곳 가운데 하나가 마다가스카르였다. 나무뿌리가 줄기처럼 하늘을 향해 뻗은 바오바브나무의 독특한 생김새며, 가로수 길을 물들이는 붉은 노을은 경이로웠다. 그 이후로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아프리카는 요원하고, 마다가스카르는 낯설다. 다행인건 바오바브나무 외에 마다가스카르를 빛내는 보석같은 존재를 알게됐다는 점이다. 가령 노시베(Nosy Be) 섬 같은 곳 말이다.
노시베 주민의 분주한 일상을 엿볼 수 있는 헬빌(Hell-Ville). 자동차와 우마차가 공존하는 풍경이 이색적이다.
로컬 분위기 물씬 풍기는 관광객을 위한 기념품점.
웰컴 투 노시베
노시베는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MBC 예능 프로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3>을 통해 어렴풋하게나마 신비한 존재감이 알려졌다. 마다가스카르 공용어 말라가시어로 ‘큰 섬’을 뜻하는 노시베는 여의도 면적 100배에 달하는 거대한 화산섬이다. 마다가스카르 본토에서 약 8km 떨어진 모잠비크 해협(Mozambique Channel)에 자리한, 풍부한 동식물의 보고이자 해변이 아름다운 휴양지로 사랑받는 곳이다. 우리나라에서 노시베로 향하는 수많은 경우의 수 가운데 가장 빠른 하늘길은 에티오피아를 경유하는 것이다. 인천에서 에티오피아 항공을 이용해 아디스아바바를 거쳐 마다가스카르 수도인 안타나나리보(Antananarivo)에 도착하는데 최소 19시간이 소요된다. 여기서 다시 마다가스카르 국내선을 타고 2시간을 날아가면 드디어 노시베 공항에 발을 디딘다.
노시베 섬(Nosy Be) Andilana Beach.
우리에게 제주도가 있듯, 마다가스카르인에게는 노시베가 있다. 마다가스카르 본토를 여행한 이들은 노시베의 풍광을 보며 새삼 감동한다. 언뜻 마다가스카르하면 어딜가나 푸른 숲이 가득할 것 같지만, 막상 현실은 정반대다. 여전히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하는 탓에 대부분이 헐벗은 민둥산에 가깝다. 그런점에서 노시베는 우리가 상상하는 마다가스카르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품고 있다. 울창하게 우거진 청록의 숲과 화산 폭발로 탄생한 푸른 분화구 호수는 태고의 신비함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노시베 최대 번화가 헬빌(Hell-Ville)은 프랑스 제독의 이름을 따서 명명한 도시로, 프랑스 식민지 시대를 떠오르게 하는 스러져가는 건축물과 관광객을 위한 편의시설, 현지인의 삶과 문화가 응축된 흥미로운 곳이다. 여행객은 헬빌에서 호핑 투어를 비롯한 다채로운 관광 투어를 예약해 노시베를 한결 수월하게 즐긴다. 도심을 빠져나오면 풍광은 영락없는 시골이다. 나무로 지은집 위로 잘 말린 야자수 잎을 얹은 지붕이 옛날 우리네 초가집을 연상시킨다. 거리를 걷다 보면 이내 은은하고 달콤한 바닐라 향이 바람을 타고 풍기는데 바로 일랑일랑 꽃내음이다. ‘이것이 진정한 낙원의 향기일까’ 싶을 만큼, 일랑일랑은 노시베 어디서나 맡게 되는 향기다. 일랑일랑 오일(Ylang ylang oil) 세계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마다가스카르에서 생산하는데, 그중 노시베는 1년 내내 일랑일랑 꽃향기에 파묻힌 ‘향수 섬’으로 불린다. 특히 노시베 남쪽에 자리한 레무리아 랜드(Lemuria Land)는 드넓은 일랑일랑 농장으로, 전통 방식의 에센셜 오일(Essential oil, 芳香油·精油) 추출 과정을 비롯해 마다가스카르에서만 서식하는 야생 동물을 관찰할 수 있는 흥미로운 장소다.
전 세계 화장품과 향수에 쓰이는 일랑일랑 꽃은 바닐라빈과 함께 마다가스카르의 주요 수입원이다.
일랑일랑(학명: Cananga odorata), 꽃 중의 꽃, 열매, 향수의 여왕, 인도네시아 신혼부부의 침실 향수.
바닐라 빈(Vanilla planifolia) 요리할 때 사용되는 익은 열매.
청록의 숲과 푸른 분화구 호수 그리고 모잠비크 해협이 한눈에 담기는 몽파소 전망대.
화려한 색감의 천이 나풀거리는 해안가.
아름다운 장소에서 특별한 순간을 기억하고픈 여행객을 위해 노시 이란자섬에 마련된 다이닝 테이블.
노시베의 진면목을 발견하는 순간
본디 마다가스카르는 인도 대륙과 한 몸이었으나 8,800만 년 전 떨어져 나가 인도양의 섬이 됐다. 반면 노시베 는 수백만 년 전 인도양에서 화산 분화로 새롭게 생긴 섬으로, 오늘날 분화구 호수 11개를 품고 있어 본토와 다른 매력을 풍긴다. 분화구 호수를 보다 생생하게 감상 하려면 노시베에서 가장 높은 몽파소(Mont Passot)산에 올라야 한다. 다행히 정상까지 차량을 이용해 쉽게 오를 수 있다. 산 정상의 전망대에 서면, 탁 트인 시야에 짙푸른 분화구 호수가 가득 담긴다. 하루 중 몽파소 전 망대가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순간은 모잠비크 해협이 붉게 물드는 때로, 대자연의 장엄함에 숙연한 감동이 밀려온다.
바다거북(Sea turtle, 학명: Chelonioidea Bauer, 1893).
노시베의 또 다른 일몰 명소는 서쪽 해변이다. 야자수 그늘이 드리운 백사장과 맑고 푸른 인도양의 바닷물, 쉴 새없이 밀려드는 파도에 몸을 맡기는 여행객의 한가로운 여유가 묻어난다. 암바토로카(Ambatoroka)는 유럽인이 주로 찾는 휴양지이자 고기잡이배가 조업하는 어촌 풍경이 공존한다. 북서쪽의 안딜라나(Andilana)는 길게 뻗은 백사장이 눈부시게 빛나는 해변으로, 파라솔 아래 피크닉을하는 휴양객과 현지인이 어우러져 즐기는 곳이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노시베를 만끽하는 완벽한 방법은 섬 주변에 진주처럼 흩뿌려진 작은 섬들을 둘러보는 호핑 투어다. 특히 매년 9~12월에는 고래상어가, 7~9월에는 혹등고래가 이곳을 찾는다. 망망대해를 유영하는 신비한 야생 고래를 관찰하고, 섬 근처 얕은 바다에서 바다거북과 스노클링을 하다 보면 노시베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다.
노시베에서 가장 인기있는 당일 호핑 투어 여행지는 노시 이란자(Nosy Iranja)다. 아름답다는 표현마저 진부하게 느껴지는, 더없이 신비하고 환상적인 비경을 품은 섬이다. 노시 이란자는 하나의 섬인 동시에 두 개의 섬이기도 하다. 말장난 처럼 들리겠지만, 두 섬이 한 몸처럼 연결돼 있다. 사람이 거주하는 큰 섬과 호텔 사유지인 작은 섬은 평상시에는 따로 존재하지만, 썰물이 되면 바닷길이 열리며 2km 남짓한 진줏빛 모래톱이 속살을 드러낸다. 그저 길 위를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발끝으로는 보드라운 모래 감촉을 느끼고, 눈으로는 수평선을 수놓는 윤슬을 바라보며, 귀로는 쉴 새 없이 밀려드는 파도 소리에 정신이 아득해진다. 천국이 있다면 이런 풍경이지 않을까. 어떤 수식어를 갖다 붙인들 눈앞의 풍경을 온전히 표현해내기란 불가능하다. 그저 두 눈에 꾹꾹 눌 러 담을밖에.
카누를 타고 로코베 자연특별보호구역 입구로 이동 중인 방문자들.
일명 ‘춤추는 여우원숭이’라고 불리는 알락꼬리여우원숭이[학명: Lemur catta(Linnaeus, 1758).
Ring tailed lemur]./ 로코베 자연특별보호구역 내에는 마다가스카르에서만 서식하는 다양한 종의 여우원숭이.
춤추는 여우원숭이가 반기는 로코베 자연특별보호구역 대부분은 ‘생태계의 보고’로서 마다가스카르를 동경하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실물 영접’을 하기 위해 꼭 방문할 나라가 마다가스카르다. 여기서 말하는 또 다른 누군가는 애니메이션 영화 <마다가스카르>를 본 이들이다. 영화는 뉴욕 센트럴파크 동물원에 사는 동물들이 탈출해 야생이 숨 쉬는 마다가스카르를 경험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담았다.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유쾌하고 귀여운데, 노시베에서는 영화 속 캐릭터에 영감을 준 동물들을 실제로 만날 수 있어 더욱 흥미진진하다. 특히 마다가스카르에서만 볼 수 있는 고유종, 여우원숭이(Lemur)는 반드시 봐야 하는 노시베의 마스코트 같은 존재다.
바닐라 난초[학명: Vanilla planifolia].
보아(왕뱀)[학명: Boa constrictor, Linnaeus, 1758.].
팬서카멜레온[학명: Furcifer pardalis Cuvier, 1829. 豹變色龍, Panther chameleon].
코끼리새(Aepyornis, 융조, Elephant bird, 학명: Aepyornithidae Bonaparte, 1853).
노시베에 서식하는 다양한 동식물을 보호하는데 앞장서는 로코베 자연특별보호구역(Lokobe Nature Special Reserve)은 최후의 보루 같은 곳이다. 섬 유일의 원시림에는 여러 종의 여우원숭이뿐 아니라 보아뱀, 변장술에 능한 팬서 카멜레온을 비롯한 파충류 50여 종과 세계에서 가장 작은 개구리를 포함한 양서류 35종이 산다. 꽃향기 진동하는 일랑일랑나무와 전 세계인이 즐겨먹는 향신료 바닐라빈이 자라는 바닐라 난초, 독특한 생김새의 바오바브나무 등 이색 식물도 호기심을 자극하기는 마찬가지. 안전상의 문제도 있겠지만, 이곳에 서식하는 동식물을 만나는데 가이드 동행없이는 로코베 자연특별보호구역에서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다.
맹그로브(Mangrove) 숲
통나무 카누를 타고 맹그로브 숲을 탐험한 뒤 2시간 남짓 울창한 열대우림을 가로지르는 산책이 시작된다. 가이드의 휘파람 소리에 어디선가 한 무리의 여우원숭이들이 나타나는데, 그토록 고대하던 알락꼬리여우원숭이다. 이들이 바로 영화 속에 등장한, ‘춤추는 여우원숭이’다. 검은 줄무늬 꼬리 때문에 호랑꼬리여우원숭이라고도 한다. 이들은 나무 위에서만 사는 종이라 땅 위를 이동할 때는 펄쩍펄쩍 옆으로 뛰면서 이동해 그 모습이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인다. 보고있으면 누구나 만면에 미소를 띨 수밖에 없는, 깜찍하고 사랑스러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각색되고 윤색된 TV 화면 속 세상이 여행지의 전부일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변함없는 사실은 낯선 여행지일수록 예상치 못한 발견의 즐거움이 무궁무진하다는 것 이다. 마다가스카르에는 ‘우연한 발견의 즐거움’이 여전히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마다가스카르(Madagascar)의 공식 명칭은 마다가스카르 공화국(République de Madagascar)으로, 아프리카 남동부에 위치한 섬나라 이다. 수도는 안타나나리보(Antananarivo)이다. 마다가스카르 섬은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섬이며 전세계 바닐라 생산의 40%이다. 인구는 약 31만명(2024년 추계), 면적은 587,295㎢이다. 영토는 남한의 6배에 달하며, 한반도와 일본열도의 전체 면적을 모두 더해야 겨우 마다가스카르보다 아주 조금 더 커지는 수준이다. 오랫동안 지켜온 시장경제에 대해 최근 중앙계획경제를 실시하고 있다. 농업이 주요산업이나 급속한 인구증가로 주요식량의 대부분을 수입해야 하는 실정이다. 1인당 국민총생산(GNP)은 1980년대 중반부터 점차 줄어들어 현재 세계 최하위권에 속한다.
수도 안타나나리보(Antananarivo) 도시전경
마다가스카르의 전통춤을 추고 있는 모습.
섬 이름의 유래는 묘하게도 소말리아의 도시 모가디슈(Mogadishu)에서 왔다. 13세기에 마르코 폴로(Marco Polo)가 모가디슈를 섬으로 알고, "동아프리카에는 '마다게이스카르(Madageiscar)'라는 섬이 있는"고 잘못된 기록을 남겼다. 1500년, 가톨릭의 성 로렌스 축일에 포르투갈의 탐험가가 유럽인으로는 처음 이 섬을 발견하고 '상 로렌수'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당시에는 이미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이 지리학자들의 베스트셀러였으며, 그들은 이 섬을 지도에 표기할 때 '상 로렌수'보다는 '마다가스카르'를 선호했고, 결국 이 이름이 대중화되었다.
마다가스카르(Madagascar) 국기는 말라가시어로 “Fitiavana(사랑), Tanindrazana(조국), Fandrosoana(진보)”를 나타내는 삼색기이고, 마다가스카르를 상징하는 현재의 국장은 1998년에 제정되었다. 노란색 원 안에 그려져 있는 하얀색 원 안에는 마다가스카르의 지도가 빨간색으로 그려져 있다. 하얀색 원 아래쪽에는 빨간색 논이 그려져 있으며 논 앞쪽에는 빨간색 혹소의 머리가 그려져 있다. 하얀색 원 위쪽에는 초록색과 빨간색 빛줄기가 그려져 있다. 국장 위쪽에는 마다가스카르의 공식 명칭인 "마다가스카르 공화국(Repoblikan'i Madagasikara)"이 말라가시어로 쓰여 있다. 국장 양쪽에는 벼 이삭이 장식되어 있으며, 벼 이삭 사이에는 마다가스카르의 나라 표어인 “Tanindrazana(조국), Fahafahana(자유), Fandrosoana(발전)”이 말라가시어로 쓰여 있다.
Nosy Sakatia.
Nosy Tanikely.
노시베(Nosy-Be)는 '큰 섬'을 뜻하는 말이다. 아프리카 남동부 마다가스카르(Madagascar) 북서해안에서 8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화산섬이다. 인구는 75천명, 면적은 321㎢(2015 추계)숲과 많은 분화구와 화구호가 있다. 주산품으로는 설탕과 향료용 기름 외에도 럼주, 바닐라 열매, 검은 후추, 광귤이 있다. 1840년에 파소 선장의 전함 콜리브리호가 도착하면서 이 섬은 프랑스로 할양되기 시작했고, 엘빌 시는 파소의 사령관 드 엘 함장의 이름을 따서 붙여졌다.
◆ KB GOLD&WISE 갤러리 ◆
조원아, ‘Resonance: microscopic 02-02’, 97×162cm, 종이 실(Paper Yarn), 2023년.
조원아 작가는 실재와 이미지 간의 다의적 표현 가능성에 관심을 갖고 기호로서 통용되는 작품을 변형된 이미지를 통해 시각화한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동물, 인간과 자연, 그 모든 것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끊임없이 연결되고 반복된다. 작가는 물 한 방울이 잔잔한 호수 위에 떨어지면서 생기는 파문처럼 예측할 수 없는 움직임을 펼치는 파동은 인간의 삶과도 닮았다고 한다. 이런 과정에서 생성과 소멸, 영속과 반복을 포착하고 변형을 통해 도출한 작가의 작업은 끝없이 펼쳐지는 물결의 흐름 안에서 드러난 생성, 소멸, 교차의 순간을 고유한 시선으로 표현한다. 이 작품은 비트리갤러리 서울점에서 3월 7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참고문헌 및 자료출처: 글과 사진: 《KB 국민은행 GOLD &WISE, 2024년 03월호, 글: 이은혜(자유기고가)》, 《Daum, Naver 지식백과》|이영일∙고앵자, 생명과학 사진작가∙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