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오전부터 봄비가 촉촉이 내렸다
그간 가물어서 바스락거리던 대지의 비 맞은 초목들이 한층 더 생기롭다
세상 이치란 한편이 이익을 보면 다른 한편은 손해를 보게되는 것
갑자기 비가 내리거나 행사로 인하여 체육을 못하게 되는 날이면
언제나 아이들은 체육실을 들락거리면서 난리도 아니다
그래서 한 주간의 일기예보를 보고 비가 내리는 날이 있으면 미리 와서
다른 시간과 교체를 하여 체육을 한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1학년은 일주일에 2시간, 2, 3학년은 1시간 체육활동을 한다
비가 와서 또는 행사로 시간을 빠지게 되면 어떤 반은
한 달에 한 번 체육시간을 갖게 되는 반도 있다
한창 힘이 넘쳐 뛰고 달리고 싶은 나이인데 얼마나 뛰고 싶을까..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 잠시 쉬는 시간이면 운동장에 입추의 여지가 없다
온통 자욱한 먼지 속에서 뛰고들 있다
나 역시 중고교시절 비가 내리거나 눈이 내리거나 상관없이 축구를 하였다
봄이 되면 해동이 되어 진흙밭이 되어버린 운동장에서
바닷가 모래밭에서 요즘 애들보다 더 뛰었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라 시간교체를 아이들이 부탁하면
다른 시간 담당선생님의 양해 하에 허락을 하여 준다
80년대는 교사가 부족한 때라서 국립대 사범대학을 졸업하면 우선적으로 발령을 내주었다
28살 시절, ROTC로 군복무를 하고 6월말에 제대를 하여 집에서 농사를 짓다가
8월 중순경에 봉평중학교에 발령을 받았다
고등학교 시절 국어책에서나 보았던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의 고장
지금은 온통 상업화가 되어 옛 정취가 사라졌지만
당시는 정말 인심도 좋고 시골풍경이 그림 같았다
아이들도 순박하고 주름진 얼굴의 학부모들도
선생님 드시라고 가져오는 것이 배추 몇 포기, 감자 한 말이었다
봄에는 모내기를 할 때 집으로 초청하여 못밥을 먹게 하여주고..
여름엔 학교 옆을 흐르는 봉평천에서 족대로 고기를 잡아서 매운탕을 끓여먹고
가을 저녁이면 긴 제방을 거닐면서 이효석을 이야기하고
겨울엔 처마까지 내린 눈을 보면서 신기해하고
어찌나 추운지 아침이면 방에 떠다 놓은 물이 꽁꽁 얼어있다
고도가 높아서 한 여름이라도 서늘한 곳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밤엔 두툼한 이불을 덥고 자야한다
모기도 없고 선풍기도 필요 없는 곳
8년여를 근무하고 원주로 전근을 하였다
지금도 눈을 감고 그 시절을 생각하면 가슴 한 쪽이 아려온다
그때도 아이들은 언제나 축구를 하였다
다른 것을 가르칠라 하면 모두들 울상을 한다
그래도 모른 체 하면서 매트운동도 하고 뜀틀도 하고 여러 가지를 가르쳤다
그곳 아이들은 울상을 하면서도 따라 하였다
지금 근무지의 아이들은 다른 것을 가르치려면 결사반대를 한다
아침 8시 10분부터 밤 11시까지 교실에만 있으니 그럴 수밖에..
그냥 스트레스 해소 차원에서 운동을 하는 것 같다
넘치는 힘을 운동으로라도 풀어야지
근처의 여학교 여학생들에게 힘을 쓰면 난리가 날 것이 아닌가 ᄒᄒ
학교에서 운동을 금지시키면 야간자율학습을 끝내고
새벽까지 종합운동장에 가서 농구를 하고 집에 온다고 학부모들이 하소연을 한다
나날이 푸르러 가는 잎들
바람에 한들거리는 나뭇잎들이 한가로운 시간
엊저녁 마신 맥주 몇 잔이 아직도 속을 헤집고 다닌다
오후엔 잠시 자야겠다
오늘도 밤 11시까지 야간자율학습 감독을 해야하니까
첫댓글 참말 우리 어린시절엔 그냥 뛰는게 좋았는데 나이를 먹으니 산에오르기도 버겁다,,,,격세지감을 느끼는 순간도 찰라가 되었으니...좋은것은 젊음이다....난 짬뽕으로 속을 달려 보련다 점심은 먹은겨?
음주 뒤 식사는 잘한다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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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려,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지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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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것은 모두 그리운 것이니..ㅎ
요즘 아이들 운동부족 심각하지..스트레스도 심할거고 마음껏 뛰어 놀수있는 환경을 어른들이 만들어 줘야 하는데 안타깝다...
우리모두가 그렇게 만들었지 ㅎ
친구의 글을 읽다보니까 초등학교시절 주먹만한 고무공으로 고무신을 신고 고무신 벗겨질까 봐 고무줄로 묵고 (때론 맨발로) 축구를 했던 추억이 떠 오른다.
그때는 누구나 그렇게 하였지 ㅎ
김샘 글이 한편의 수채화 같다~~ㅎ
그냥 떠오르는 생각들의 나열이라우 ㅎ
먼 옛날로 잠시 돌아보고온 것이 왜이리 가심이 뛰누...ㅎㅎ분명 순수하고 고왔던 시절이였지
그 시절 그리워서... ㅎㅎ
요즘얘들 운동 부족일거야 ,,밤이니 낮이나 공부하느라 정신없잖아 체력은 국력 ,,,,,,,,,,,,,,,
체력은 국력이라는데 공부하는데 다 바치면 이 나라는 누가 지킨데유? ㅎ
태수샘 올만이네~ 잊고 있었던 추억의 한페이지.......... 고마워~
지금은 어디에서 무얼하시는지? ㅎ
태수의 글을 보니 정감있고 순수했던 어린시절을 되돌아보네 ~~
누구나 그 런 시절이 있었음이니, 잠시 잊고 있을 뿐 ㅎㅎ
글 잘 보고가네 옛날 생각많이나네 ~
동시대를 살았던 추억의 공유라우 ㅎ
꼭 같은 추억들을 우리모두 담고 살고 있지...ㅎ 살며시 미소 지으며 머물고 가네...
누구나 고개가 끄덕여지지 ㅎㅎ
추억을 되 살리는 글 고맙습니다,
그런 아름다운 추억이 없는 세대는 삭막하겠쥬 ㅎㅎ
세월이 흐르면서 변하는 우리네 삶의 단면을 보는 글이네...
모두가 제행무상이지 ㅎㅎ
교사의 길은 존경받는 직업이 아닌가 생각된다 친구가 자랑스럽다
어떤 일을 하던 바른 길로 가면 존경받지 ㅎㅎ
그땐 나도 힘쓸데가 없었는데ㅎ 지금은 쓸 힘이 없구나~ㅎㅎ 태수는 국어샘을 하면 더 잘할거 같애~
국어나 국사를 할뻔했지 ㅎㅎ
잠시 어린시절 추억을 생각하게 하네~~
고이 접었던 어린 날의 추억 한 페이지...ㅎㅎ
운동과 야외학습이 필요한 아이들이 수능이라는 틀에 갇혀서 책속에서 살아야하니 안타까운 현실이야... 김샘의 한시절을 보는 듯....
힘들고 어려웠어도 그 시절이 좋았던 것 같수 ㅎ
내친구는 학생들에게 나이가 들어도 활기차고 풋풋한모습의 선생님으로 기억되었음 좋겠다.........ㅎ
이젠 세월의 흐름을 ... ㅎㅎ
선생님 화이팅~!!
힘낼랍니다 아자 아자 ㅎㅎ
진정 태수는 행복한 사람이다...내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았으니 ~~
오 우.. 정답 ㅎㅎ
태수덕분에 나도 잠시 80년대로 돌아갔다왔네..^^ 힘든 80년대로..그당시 교사가 부족했는지는 몰라도 난 잠시 혈기를 참지 몬한 바람에 군사정권에 찍혀서 임용고시 볼 자격마져도 박탈 당했지..그래도 후회는 없어~
학창시절 데모했었나? ㅎㅎ
같이뛰며 흐르는 세월을 잊을수 있는 친구가 부럽구나.
가끔은 내나이를 잊을 때가 있다네 ㅎㅎ
세상에는 직업이 아니고 사명으로 해야 할 것이 둘있는데 그중 하나는 성직자이고 나머지 하나는 교사인데~~ 가끔은 사명은 없고 직업만 보이분들이 있어 슬프지~~ 그래도 자네는 사명으로 교육을 하는 것 같구먼~~ 멋있어~~
말만 다를 뿐, 모든 직업은 같아..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