讀舊小說不通宿-그 옛날 소설 읽으며 밤새는줄 모르던 屈指如今六十霜-손 꼽아보니 하마 60년이네. 此時頭髮變白了-머리는 하얗게 변해 있어도 讀小說心昨日如-소설 읽던 마음은 어제 같은데 농월(弄月)
가을과 이효석(李孝石) !!
경향신문 1955 9 10 칼럼논단 정비석(鄭飛石)
이효석(李孝石)의 단편(短篇) “독자(獨自)”중에 이런 구절이 있다. 【아침에 세수(洗手)할 때 어디서 날아왔는지 버들잎새 한 잎이 대야 물위에 떨어진 것을 움켜드니 물도 차거니와 노랗게 물든 버들잎새의 싸늘한 감각!
가을이 전신(全身)에 흐름을 느끼자 뜰 저편의 여윈 화단(花壇)이 새삼스럽게 눈에 들어왔다. 장성같이 민충(民衷)해진 해바라기와 코스모스 ! 모르는 사이에 가을이 짙었구나】 ※민충(民衷)-백성들이 고단하게 살고 있는 모습 시경(詩經)에 표현된 글임
참으로 간절하고도 뛰어난 문장(文章)이다. 아침에 세숫대야에 떨어진 버들잎새 한 잎에서 느끼는 싸늘한 감각으로 능히 천하(天下)의 가을을 절실하게 느끼고도 남음이 있으니 그만했으면 불염진(不染塵)의 문장(文章)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불염진(不染塵)-의 문장(文章)은 春風大雅能容物 秋水文章不染塵 춘풍대아능용물 추수문장불염진에서 나온 말이다. 봄바람 같은 큰 아량(雅量)은 만물을 포용(包容)하고 가을 물같이 맑은 문장(文章)은 티끌에 물들지 않는다 ※불염진(不染塵)-더러운 세상 티끌 먼지에 물들지 않는다.
역시(亦是) 이효석(李孝石)씨의 단편(短篇) “가을과 산양(山羊)”이라는 작품 중에 다음과 같은 문장(文章) 도 있다.
【화단위 해바라기가 칙칙하게 시들었을젠 벌서 가을이 완연한 듯하다. 해바라기를 비웃는 듯 국화가 한창이다. 양지쪽으로 날아드는 나비 그림자가 외롭고 풀숲에서 벌레 소리가 때를 가리지 않고 물쏟아지듯 요란하다. 아침이나 낮이나 밤이나 어느 때를 가릴가 사람의 오장육부(五臟六腑)를 가리가리 찢으려는 심사인 듯 하다】
이글을 읽고 있으면 정말 벌레 소리가 오장육부를 가리가리 찢는 듯 한 가을의 비애(悲哀)가 느껴진다더구나 “양지쪽으로 알아드는 나비 그림자가 외롭다”는 표현에는 경탄(驚歎)을 안할 수가 없다.
▶위에 글은 “가을과 이효석(李孝石)”란 제목으로 경향신문 1955. 9. 10자 “칼럼논단”에 소설가 정비석(鄭飛石)의 글이다.
위에 글은 필자의 서재(書齋)를 정리하던 중 “일기장(메모지)”에서 발견되었다 필자 나이의 초등학교(국민학교)에서 대학시절에는 소설가라면 온통 “정비석”이름이 차지했다. 특히 정비석의 소설 “자유부인”은 당시에 “낙양지가(洛陽紙價) ” 를 올린다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 다 지나간 옛날 이야기지만---
아침을 걸으니 해살은 뜨거워도 공기는 가을이다 !
농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