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부실급식 폭로에 이어 각종 부조리에 대한 제보가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이번엔 육군 훈련소 조교들의 불만이 나왔다. 국방부가 단기 처방으로 지나치게 훈련병 인권을 챙기면서 조교들 말을 듣지 않는 훈련병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6일 페이스북 페이지 ‘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엔 육군 훈련소 조교 A씨의 제보글이 올라왔다. A씨는 "훈련병들이 이제는 일과 시간에 조교가 생활관에 들어오든 말든 누워있는다"며 "조교가 있어도 소리를 빽 질러대며 욕설을 일삼는 훈련병이 태반이다"라고 적었다.
A씨는 "조교들도 사람이다. 훈련병들 생각하는 것에 반만이라도 조교들 인권에 신경써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과거 훈련병들의 경외 대상이었던 조교들이 이제는 훈련병 눈치 보기에 바쁜 상황이다.
일부 훈련병이 '이러면 신고하겠다'는 식으로 대응하는 데 대해 조교들은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조교들 사이에선 "갑질 손님 상대하는 감정노동자가 된 기분"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최근 부실 급식과 코로나 '방역 인권침해' 논란이 일면서 여론 뭇매 맞은 국방부가 지나치게 병사 폭로 눈치를 봤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근원적 해결책이 쉽게 나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단기 처방으로 병사들을 챙기기 위해 일선 하급 장교나 부사관 등의 업무를 가중시킨 것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육군훈련소는 이 같은 A씨의 제보와 관련해 27일 '육군이 소통합니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현재 훈련소는 전 장병들의 기본권과 인권이 보장된 교육훈련과 병영문화(생활환경) 조성을 위한 개선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훈련소는 "훈련소장이 조교(분대장)들을 대상으로 개선안 검토 경과에 대한 설명과 조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노고를 격려했다"면서 "훈련병을 포함한 전 장병의 다양한 의견 수렴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훈련소는 "이런 과정을 통해 훈련소 전 구성원의 의지를 결집해 장병 기본권(인권)이 보장된 가운데 더 강하고 좋은 훈련소를 만들어 '정예신병 육성'이라는 본연의 임무수행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윤동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