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노고단에 올랐습니다.
꽃을 보자는 당신 성화에 등 떠밀려
성삼재까지 차에서 내내 졸다가
노고단 나무계단에 와서야 겨우 깼습니다.
꽃 따위에 아침잠을 설치다니
당신을 원망하는 사이
불현 햇살이 산봉우리 위로 뻗쳐오르자
어디서부터인지 서둘러
형형색색의 제 몸을 드러내는
꽃, 꽃,꽃.
아니 일출만으로도 개운한데
원추리를 비롯해 키 작은 범꼬리,
동자꽃, 까치수염, 며느리밥풀꽃 들이
구름이 발 아래로 휘감는 산등성이마다
갈증처럼 피는 것을 보며
비로소 당신의 재촉이 이해되었습니다.
그런데다 "구름 위의 꽃밭"이라는
당신의 탄성마저 하도 적절해서
한동안 할 말을 잊고 말았지만
아, 노고단 새벽꽃,
꽃들이 부딪치는 소리는
삶의 이유가 되어 오늘도 나를 깨웁니다.
[귀한 매혹], 문학과지성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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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단 새벽꽃 / 양진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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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7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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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노고단,그냥 설레임
그저 여름이면 야생화를 만나러 가는 그 걸음이 마냥 설레였던 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