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결과도 엇박자...‘수사 의지 부족’ 또는 ‘증거 은폐’
윤지연 기자
유성기업 등 대표적 노조파괴 사업장에서 창조컨설팅과 수십억 원대의 금융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검찰의 부실수사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노조파괴 사업장인 유성기업, 만도, 보쉬전장, 발레오만도, 상신브레이크, 콘티넨탈오토모티브, 에스제이엠 사업주의 부당노동행위 혐의에 대해 무더기 불기소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최근 금속노조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검찰 조사를 받았던 모든 노조파괴 사업장이 창조컨설팅에 수억에서 수십억 원대의 컨설팅 비용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이 사업주-창조컨설팅의 금융거래를 알고도 은폐했거나, 창조컨설팅 4개 법인의 계좌조차 확인하지 않고 부실수사를 한 셈이다.
출처: 김용욱 기자
‘창조컨설팅-사업주’ 돈거래 눈 감은 검찰...부실수사 논란
금속노조와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5일 오전 11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창조컨설팅 노조파괴 사건 재수사와 사업주 기소를 촉구하고 나섰다.
금속노조가 지난 2010년 1월~2012년 8월까지 창조컨설팅과 (주)창조시너지, (주)휴먼밸류컨설팅, (주)비전컨설팅 등 4개 법인에 대한 금융거래내역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검찰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던 모든 노조파괴 사업주들이 창조컨설팅에 수억 원대의 자문료를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
유성기업은 13억 원, 발레오만도는 4억 원, 상신브레이크는 9억 원, 보쉬전장은 8억 원, 콘티넨탈은 3억 원, 만도는 4억 원, 에스제이엠은 2억여 원을 창조컨설팅 및 관련 법인에 송금했다. 양측의 금융거래가 오고갔던 시기는 모두 직장폐쇄 및 기업노조 설립, 기존노조 탈퇴 공작, 기존 노조와의 단협 해지 등 ‘노조파괴 시나리오’가 작동됐던 시기였다.
노조가 입수한 창조컨설팅의 금융거래내역은, 심종두 창조컨설팅 대표가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공인노무사등록 취소 징계 취소소송을 제기한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금융기관은 지난해 6월 이 자료를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르면 재판 당사자인 고용노동부는 최소 지난해 6월 경 노조파괴 사업주와 창조컨설팅 간의 금융 거래를 파악한 셈이 된다. 검찰이 노동청에 지속적인 보강수사를 지시하며 시간끌기를 해 왔던 시기다. 이후 노동부는 유성기업 사건과 관련해 작년 7월, 두 차례에 걸쳐 검찰에 수사 결과를 보냈다. 유시영 유성기업 대표이사의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된다는 기소 의견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같은 해 12월, 유성기업을 포함한 노조파괴사업주 모두에게 ‘증거 불충분’의 이유로 무더기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사업주와 창조컨설팅의 금융거래를 알고도 은폐했거나, 아예 금융거래내역을 수사조차 하지 않았던 셈이다.
노조는 “검찰의 무더기 불기소 처분 이유서를 보면 고용노동부와 검찰이 창조컨설팅 금융거래내역을 증거로 활용하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며 “금융거래내역을 분석해 보면, 매달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달하는 노조파괴 컨설팅비가 존재한다. 금속노조 조합원 수가 줄어든 시점에 맞춰 성공보수로 보이는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이 임금됐음을 충분히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검찰의 불기소 이유서에 이 같은 의심을 한 흔적은 찾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노동부와 검찰이 사용주 처벌의 의지가 있었다면 빠른 압수수색을 통해 창조컨설팅과의 관계를 입증했어야 하며, 그렇지 않더라도 최소한 고용노동부가 확보한 금융거래내역을 토대로 사용주의 노조파괴 범죄를 기소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원은 ‘부당해고, 부당노동행위 인정’, 검찰은 ‘불기소’
노조파괴 사업주 수사 의지 없는 검찰...“노조파괴 사업주 즉각 기소해야”
노조파괴 사업주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 의지 부족은 법원 재판 과정에서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최근 법원으로부터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혐의가 인정된 보쉬전장은 검찰로부터 불구속 기소 처분을 받았던 노조파괴 사업장 중 하나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2월 26일, 회사-창조컨설팅이 작성한 문서에 따라 노조간부를 징계해고하는 등 회사의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출처: 김용욱 기자
이화운 보쉬전장 지회장은 “노조는 검찰과 법원에 똑같은 증거자료를 제출했다. 하지만 법원은 부당노동행위로 판결하고, 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며 “더 큰 문제는 검찰이 두 차례의 회사 압수수색을 하며 모든 증거 및 정황 들을 갖고 있었음에도 불기소 처분을 했다는 점이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노조파괴사업장인 콘티넨탈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박윤종 콘티넨탈 지회장은 “검찰은 지난해 12월 사업주 부당노동행위 혐의에 대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대부분 무혐의로 처분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해고자가 제기한 행정소송에서는 회사의 부당해고가 판정됐다. 똑 같은 내용에 대한 상반된 판결이었다”며 “창조컨설팅과 노조파괴 사업주의 금융거래 내용을 검찰이 몰랐을 리 없다. 검찰이 증거를 축소, 은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속노조 측은 사업주와 창조컨설팅의 금융거래내역이 추가 증거로 확보된 만큼, 이를 활용해 항고이유보충서를 제출하거나 사용주 추가 기소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금속법률원 조현주 변호사는 “검찰에 항고해 불기소 처분을 내린 노조파괴 사업주에 대한 기소를 촉구하고, 재정신청까지 기각된 사업장에 대해서는 재수사를 요청할 것”이라며 “검찰이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직무유기를 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하나 의원 역시 “금융거래내역이라는 추가 증거가 확보된 만큼 검찰도 사업주도 발뺌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검찰이 전향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국회는 특검법 도입을 요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기자회견단은 “고용노동부 역시 최근 법원에서 절차 하자를 이유로 징계가 최소된 창조컨설팅 노무사를 엄중하게 재징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금속노조가 확보한 창조컨설팅 4개 법인의 금융거래내역에 따르면, 지금까지 창조컨설팅과 공모가 입증되지 않았던 한진중공업, 대림자동차, 풍산 등의 사업장에서도 창조컨설팅에 1억~10억여 원에 달하는 컨설팅 비용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금속노조 사업장에서 창조컨설팅에 자문료를 지급한 규모는 현재까지 밝혀진 것만 60억 원에 달한다. 재능교육, 한국외대, 골든브릿지 등 금속노조 외 사업장까지 합하면 82억 원의 컨설팅 비용이 창조컨설팅에 입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