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경제부동산
집값 폭락 언제 끝나나… 이 네가지 변수 보면 알수 있다
차학봉 부동산전문기자
입력 2022.12.29 03:00
https://www.chosun.com/economy/real_estate/2022/12/29/AFCSTZY2AJEAXJ3OV66D5POU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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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학봉 전문기자의 Special Report]
집값 반등 예측할 변수
‘금리·전세·미분양·부담지수’
집값 반등의 4대 변수
미국발 고금리 영향으로 서울 아파트 가격이 11월 1.45%(KB국민은행 조사) 하락하는 등 주택 가격이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 인천, 대구, 세종 등 상당수 지역에서 고점 대비 30~40% 하락한 이른바 ‘초급매물’이 일부 거래되면서 ‘폭락 공포’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가 급증하면서, 건설사 연쇄 부도 우려도 나온다. 전세가까지 급락, 보증금을 제때 반환받지 못하는 세입자도 늘고 있다. 정부는 주택 시장 경착륙을 우려, 일종의 다주택 장려 정책인 민간 임대주택 사업자 제도 부활 등 대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대책 발표 후 서울 등 아파트 매물이 줄면서 ‘집값 내년 반등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장기 침체 VS 내년 바닥론
집값 폭락론 유튜버로 유명한 ‘쇼킹부동산’은 최근 ‘역전세 대란’이라는 책에서 2023~2024년 초가 내 집 마련 적기라고 주장했다. 이번 침체는 미국발 고금리라는 돌발 변수로 급락한 만큼 급반등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IMF 외환 위기 때는 폭락했던 집값이 1년 만에 급반등한 ‘V’자형 회복을 했다. 반면 한문도 연세대 겸임교수는 3년, 이현철 아파트사이클연구소장은 7년 정도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1990년대와 2008~2013년 집값 침체기에는 장기간 하락한 후 반등했다. 장기 하락론의 근거는, 금리 정상화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2026년부터 3기 신도시 대량 입주, 재건축 재개발 규제 완화에 따른 공급 급증 등 이른바 ‘공급 폭탄’이 터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집값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변수가 좌우하는 경우가 많아 반등 시점을 정확하게 예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번 집값 폭락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초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라는 돌발 변수가 방아쇠를 당겼다. 안명숙 루센트블록 부동산 총괄이사는 “금리, 미분양, 전세 시장 상황 등에 따라 반등 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3~4년 지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 연수구 동춘동 청량산에서 바라본 송도국제도시에 고층 아파트 건물들이 서 있다. 지난 해 집값 급등을 주도했던 인천 송도는 올해 고점대비 30~40% 떨어진 초급매물이 거래되고 있다. / 연합뉴스
◇미국 금리 인하가 반등 신호탄
부동산 시장에서는 “금리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이 유행이다. 한국의 금리는 미국 금리에 좌우된다. 올 초 0.25%였던 미국 기준금리가 최근 4.5%까지 올랐다. 한국도 미국 금리 인상에 맞춰 작년 말 1%에서 최근 3.25%까지 올렸다. 내년 하반기 반등론의 근거는 미국 금리가 내년 고점을 찍고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 금리 인하가 2024년 이후로 미뤄질 경우, 반등 시기는 그만큼 지연될 수 있다. 금리와 함께 집값 향방을 가를 또 다른 변수는 경기 침체와 금융 위기 발생 여부다. 김선덕 전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은 “유동성 축소 과정에서 리먼 쇼크와 같은 금융 위기나 경기 침체가 발생할 경우, 집값 회복은 늦어질 것“이라면서 “급증하는 한국의 무역 적자가 집값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연간 무역 적자는 500억 달러 안팎으로 예상되는데, 글로벌 금융 위기 때인 2008년 132억6700만달러 적자 이후 14년 만에 적자를 기록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글로벌 경제가 본격적인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면 한국 경제도 수출 부진, 저성장에 빠져 부동산 시장의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분양 감소와 전세가 주목해야
집값 반등의 또 다른 전제 조건은 미분양 감소다. 미분양은 작년 말 1만7710가구에서 10월 4만7217가구로 급증했다. 내년 초에는 6만가구를 넘을 전망이다. 특히 오피스텔, 생활형 숙박 시설 등을 포함하면 7만~8만 가구로 예상된다. 미분양이 급증하면 건설사들이 자금 확보를 위해 할인 판매 등을 실시, 주변 아파트 시세를 끌어내린다. 미분양과 함께 주택 시장의 반등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가 전세 시장이다. 이번 집값 하락은 전세 가격 급락을 동반한 것이 특징이다. 이현철 부동산 사이클 연구소장은 “부동산 시장의 방향을 결정하는 1차 요인은 대중심리, 전세, 분양, 정책”이라며 “분양이 본격적으로 감소하고, 전세 매물 부족 현상이 발생하면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에서 상승세로 전환하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 들어 극도로 줄어든 주택 거래량의 증가도 반등의 전제 조건이다.
◇주택 구입 부담지수로 고평가 판단
전문가들은 주택 구입 부담지수로 내 집 마련의 적기를 판단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주택구입 부담지수는 중위 소득 가구가 표준 대출로 중간가격 주택을 구입할 때의 대출 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지수인데, 100이면 소득의 25%를 원리금 상환에 쓴다는 의미다. 가계 소득과 금리, 집값을 모두 아우르는 지수로, 집값의 저평가와 고평가를 판단할 수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이 분기별로 발표한다.
서울에선 지수가 2분기에 사상 최고치인 204를 찍었다. 소득의 절반 이상을 주택 담보대출 상환에 쓴다는 의미이다. 2004년 조사 이후 주택 구입 부담지수 평균은 126이며 2008년 164.8을 정점으로 하락, 2015년 83.7까지 내려갔다. 한문도 연세대 겸임교수는 “서울의 주택 구입 부담지수가 130~140 정도까지 내려갈 때 주택 구입을 적극 고려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구매 대상 주택과 구입 예상가를 미리 정하고 급매물을 고르는 것이 좋다”면서 “현재 지역에 따라 30~40%까지 떨어진 급매물은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이 글로벌 집값 하락 1위]\
나이트프랭크, 3분기 56國 조사… 부채비율 높고 변동금리 많아 직격
미국발 금리 인상으로 전 세계 집값이 조정기로 접어든 가운데 한국의 하락 폭이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 집값이 급등한 데다 가계 부채 비율이 높고 변동금리 대출이 많아 금리 인상에 취약, 다른 나라보다 하락 폭이 크다.
영국 부동산 정보 업체 나이트프랭크의 ‘글로벌 주택 가격 지수’(Global House Price Index) 3분기 조사에 따르면 56개 조사 대상국 중 한국이 하락율 1위를 기록했다. 3분기 조사 대상국의 전년 동기 대비 평균 상승률은 8%였다. 집값이 하락한 국가는 한국(-7.5%)을 비롯해 홍콩(-7.1%), 중국(-2.2%), 뉴질랜드(-2%) 등 6개 국가이다. 상승률 1위는 금리를 내려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한 튀르키예(189.2%)이다. 헝가리(23.7%), 아이슬랜드(22.8%) 싱가포르(13.6%) 등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작년 3분기 조사에서 한국의 상승률은 26.4%로, 56개 국가 중 상승률 2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집값 하락률이 높은 것은 주택 담보대출이 대부분 변동금리여서 금리 인상 충격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6월 말 한국의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102.2%로 조사 대상 주요 35국 가운데 1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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