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작하던 바대로 진중권씨는 유명세를 타자마자 곧바로 세속화되고 있다. 흔히 방송가에선 가창력이 없는 비디오형 가수들의 이야기를 하며 “그들은 생명이 짧다”고 한다. 노래로 승부를 해야 하는데, 몸매와 얼굴을 무기로 하여 ‘TV화면발’에 기댄 가수들은 이내 식상해져 곧바로 시들게 된다는 것이다.
필자는 진중권씨를 보면서 그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일찌감치 운동권 시절에 그의 이름을 들었지만, 그가 쓴 글을 읽은 적은 별로 없었다. 그가 유명해지고 난 뒤, 도대체 진중권이라는 사람이 누구인가 알아볼 겸해서 그의 칼럼을 읽은 적이 있다.
그의 칼럼을 읽고 난 뒤 “안 읽은 것이 훨씬 좋을 것을 그랬다”는 느낌이었다. 신문 ‘가십’란을 옮겨 놓은 듯한 그의 칼럼을 보며, 깊이 있는 내용으로 감화(?)를 받아보려던 필자의 기대는 산산조각이 났다. 그의 글이 진실과 진리에 대한 깨달음을 주기 보다는 오직 ‘말장난’과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더 이상 진중권이라는 사람에 대해 신경 쓰지 말자’고 생각하고, 그의 칼럼에 대해선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립싱크’ 수준을 가지고 노래를 잘 부르니 못 부르니 하며 따지는 것이 시쳇말로 ‘우스운 짓’이기 때문이다. 또한 ‘깊이 있는 사고’과 ‘철학적 승부’와는 거리가 먼 사람을 가지고 ‘시시비비’를 따져봤자, 입만 아플 뿐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가 쓴 경향신문의 ‘정동칼럼’란을 보고 ‘말장난’가지고는 해결할 길이 없는 문제까지 손을 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보누리’에서 그의 글을 읽어가며, 뇌리를 스쳐가는 두 단어가 있었다. ‘진부하다’는 것과 ‘말장난은 여전하다’는 것이었다.
진중권씨는 11월 18일 경향신문의 정동칼럼을 통해 한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 삼고 있는 행위를 질타했다. 그는 강경해질 미국의 외교노선에 대해 “넘어서는 안될 선이 어디인지 분명이 하는 (대통령의)발언”에 대해 한나라당이 물고 늘어지는 것에 대해 차라리 “미국 공화당 2중대를 하라”고 일갈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역대 모든 정권에서 들어왔고, 그래서 진부하기 짝이 없는 논리를 동원하고 있다. 즉 “외교하러 나간 대통령을 도와주진 못할망정 미국 네오콘과 손을 잡고 대통령을 공격하는 분별없는 짓을 한나라당이 하고 있다”고 질타한다. 그 말을 하기 위해 독일의 예를 들며, 야당을 하려거든 똑바로 하라고 충고하기까지 한다.
물론 필자는 한나라당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일 정권 편을 들었다’고 공격하는 것에 그다지 동의하진 않는다. 그 말이 틀렸다기 보다는 한나라당이 ‘제대로 된 공격 포인트를 잡지 못하고 헛다리만 집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생각이 그렇다 하더라도 그렇게 발언하는 것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진실도 아닐 뿐 아니라, 국익에도 도움이 전혀 안되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 핵 개발의 원인이 미국의 북한 체제붕괴시도 때문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는 노 대통령이 북한 김정일 정권의 핵개발시도 원인조차 잘못 생각하고 있으며, ´미국의 체제붕괴시도에 대한 자위적 조치’라는 김정일 정권의 논리에 세뇌된 것으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결국 노 대통령이 김정일 정권의 핵개발논리와 민족공조 논리에 ´사상적인 포로’가 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처럼 노 대통령의 LA발언은 그의 잘못된 인식을 드러내었을 뿐 아니라,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끝까지 손을 잡고 가야 하는 미국정부를 공격하는 중대한 실수를 범했다.
이는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노 대통령은 김정일정권의 논리에 세뇌된 사람’이며, ‘그 논리의 연장선상에서 50년 동안 지원을 아끼지 않은 동지를 공격하는 짓’을 자행한 사람인 것이다. 아마도 미국정부는 “(우리 식대로 표현하면)그래 너희들, ‘피가 물보다 진하다’ 이거지”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미국의 이런 생각 뒤에 나타날 결과는 진중권씨가 말하는 ‘대한민국 국익’에도 도움이 안 된다. 미국의 외교 기조를 막을 수도 없을 뿐 아니라, 북한 핵문제 해결과정에서 대한민국은 믿을 수 없는 나라로 인식되게 만들었다. 한마디로 노 대통령은 ‘운동권 대학생 3년차’ 정도 되는 수준에서 발언하고 행동했던 것이다. 더구나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로)속이 쓰려도 포기하지 못할 것"이라며, 동맹국의 ´약´을 올리기까지 해서야...
이런 행동을 비판하지 않고 무엇을 비판한단 말인가? 여기에 동조하며, 미국 공격에 편을 드는 것이 국익을 위한 행동인가? 우리가 슈뢰더의 독일처럼 이라크 내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미국을 반대할 수 있는 한가한 나라인줄 아는가? 핵을 머리에 이고, 순식간에 불바다가 될 지도 모르는 백척간두에 서 있는 상황인데, ´대학 3학년´ 수준의 대통령의 생각없는 행동에 ´잘했다´고 박수쳐야 한단 말인가?
진중권씨! 그대야말로 ‘진부하기 짝이 없는 말장난’좀 그만해라! 대한민국을 죽음의 길인지도 모르고 떠드는 노 대통령의 어리석은 행동에 박수를 치는 ‘레밍스 집단’으로 생각하는가? 아니면 ´편가르기´를 하기 위해 ´국익을 위한 초당적 협력’을 거론하던 지난 정권의 진부한 논리를 동원하고 있는 것인가?
북유럽의 노르웨이에는 ‘레밍스’란 쥐가 산다고 한다. ‘레밍스’는 집단 자살을 하는 동물로 유명하다. 그런데, 연구에 의하면 ‘레밍스’의 집단 자살은 우두머리 ‘레밍스’를 따라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레밍스’들은 아무 생각 없이 우두머리 ‘레밍스’를 따라서 움직이는 습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두머리 ‘레밍스’가 길을 잘못 들어 ‘강물에 빠져죽게 되면 다른 레밍스들도 뒤따라 빠져죽는다’고 한다.
진중권씨가 주문하는 ‘야당다운 행동’은 다름 아닌 ‘레밍스’다운 행동으로 들린다. 그는 지금 ‘진부하기 짝이 없는 논리’를 동원하여 대한민국을 레밍스가 살고 있는 나라로 만들려고 한다. 하지만, 한나라당이나 대한민국 국민은 ‘레밍스’가 아니다.
진중권씨가 뜬지 얼마 되지 않아 벌써부터 진부한 논리를 동원하여 한나라당을 공격하는 것은 그가 ‘편가르기’에 익숙해졌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리고 논객이 ‘편가르기 논리’에 빠졌다는 것은 ‘세속화’되었다는 것이며, 바닥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진중권씨는 뜨자마자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진중권씨가 ‘뜨자마자 세속화’되는 것은 다름 아닌 그의 ‘깊이 없는 논리와 말장난’ 때문일 것이다.
충고하건데, 진중권씨는 스스로 창피함을 느껴야 한다. 자신의 단순하고 깊이 없는 논리를, 그래서 곧바로 세속화되고 있는 자신을 반성해야 할 것이다. 만약 진중권씨가 이 충고를 깊이 생각하지 못한다면, 우리들은 ‘도올의 매문행위’를 보았던 것처럼 ‘천박스럽기 그지없는’ 또 다른 지식인의 ‘화려한(?) 장례식’을 보게 될 것이다.
[김진영 기획위원/시사평론가]
데일리안에서 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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