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광릉숲 갔다 초저녁 제비꽃들이 하늘에 게보린처럼 떠 있었다
2
광릉숲 갔다 하늘이 배춧잎처럼, 배추줄기처럼 살아 있었다
3
광릉숲 갔다 비 그친 숲속 명주실오라기 같은 비의 자취를 좇고 있는 도마뱀에게 노루귀가 뛰어들었다 흙으로 변해가는 썩은 나무 밑둥치에서 약초 냄새가 창궐하고 있었다
4
광릉숲 또 갔다
냇가엔 게보린 같은 별들이 내려와 있었고
하늘엔 배추줄기 같은 색깔이 살아 있었다
젖은 덤불 속에서 얼굴 헹군
산나리꽃이 뜨겁게 달겨들었다
그대에게 이런 걸 몇재 지어보내드리고 싶었다
[떠도는 몸],창비, 2005.
첫댓글 광릉숲 만으로는 시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