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에 앞서 "오도바이" 혹은 "오토바이"는 잘못된 일본식 영어이므로, 정확하게 "모터싸이클"로 표기함을 알립니다. **
우연히 만난 지인이 내게 더 늙기 전에 모터싸이클을 배워보고 싶다고 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의 요점은 배울데도 없고, 시중에 관련 자료도 찾을 수 없어 도무지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정말 서점의 그 많은 책 중에서 바이크 입문에 관한 책은 단 한 권밖에 없고, 잡지라고 해봐야 3종류 뿐이다.
인터넷 동호회들은 대부분 취미로 즐기는 성격이 강해 진정한 교통수단으로서 "모터싸이클"을 이해하고 주제로 삼는 동호회는 찾기 힘들다.
그래서 오늘은 진솔하게, 아주 진솔하게 한국에서 모터싸이클을 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독자들의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다른 것도 다 마찬가지 겠으나 한 사회에 속한 구성원의 모든 사고와 행동은 그 사회의 문화에서 제공하는 "마음의 틀", 심리학적 용어로는 framing이라고 하는데, 바로 이 마음의 틀의 영향을 받는다. 즉,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먼저 모터싸이클이 어떻게 한국 사회 구성원들의 "마음의 틀"에 자리 잡고 있는지를 살펴보자.
한국 사회에서 모터싸이클에 대한 사고와 행동을 규정하는 마음의 틀은 부정적인 것 일색이다. 어릴적부터 다양한 교통수단을 접하면서 성장하는 선진국과는 달리,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한국의 교통문화는 너무 급하게 발전하다보니 "개인의 교통수단 = 차"라는 폭좁은 인식으로 굳어져 버렸다. 심지어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자동차 전용도로"라는 황당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국가이기도 하다. 250cc이상의 모터싸이클은 분명히 도로교통법에 자동차로 규정되어 있고, 자동차세도 내고 있으나 실제로는 88도로, 강변북로 같은 주요 도로조차 탈 수 없는 황당한 상황인 것이다.
일부에서는 청소년 폭주족 문제, 퀵서비스의 무질서 운행 등의 문제를 이유로 들고 있지만, 내가 보기에 더 근본적인 문제는 바로 왜곡된 모터싸이클 문화때문이다. 한국사회에서 모터싸이클 문화는 주로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음식이나 퀵서비스 같은 배달, 그리고 아주 개인적인 취미. 이 것 뿐이다. 자동차와 같은 교통수단으로서 당당히 자리를 잡고 있는 구미사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살펴보면 음식배달이나 퀵서비스 모두 "속도"를 생명으로 하는 직업들이다. 따라서 법규를 위반해서라도 고객에게 빨리 배달을 해야 하니 자연히 난폭, 곡예운전으로 이어진다. 개인적인 취미로 즐기는 이들중에서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청소년들은 청소년기의 반항 및 자기과시 심리를 분출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고,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젊은 층들은 주로 스피드와 코너링을 즐기기 위한 레이싱기종을 타고, 나이를 먹으면 BMW투어러나 Harley Davidson같은 어메리칸 기종을 타고 투어링을 즐긴다.
이것이 한국 모터싸이클 문화의 다인가? 이것 뿐인가? 그렇다. 유럽만 가도 Driver와 Rider의 구분이 확실하다. 무슨 말이냐 하면 자기 편의에 맞게 모터싸이클을 타는 사람은 모터싸이클만 탄다. 차를 선택한 사람은 차만 탄다. 이들에게 자동차건 모터싸이클이건 그 구분은 중요하지 않다. 자기에게 편리한 "교통수단"일 뿐이다. 바로 이점이 모터싸이클 선진국과 한국의 근본적인 차이다. 한국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모터싸이클 운전자들은(청소년 폭주족 제외) 다 자동차 면허를 가지고 있으며, 자동차를 주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동차 전용도로, 심지어 고속도로까지 이용할 수 없도록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모터싸이클을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사람들은 배달용, 취미용, 이 두 가지로 밖에 모터싸이클을 이용할 수 없게 되고, 모터싸이클 문화는 자연스럽게 왜곡되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는 다 어디서 비롯되었는가? 그것은 군사독재정권 시절, 아주 단순한 생각으로 적절한 통계적 근거도 없이 모터싸이클이나 당시에 있었던 삼륜차 등 바퀴가 네개가 아닌 것은 위험하다고 아예 주요도로의 통행을 금지시켜버렸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바퀴가 4개가 아닌 것은 달리면 넘어진다는 것이다. 덕분에 한국을 이륜차와 사륜차가 고속도로를 사이 좋게 다니는 다른 국가들과는 달리 네모반듯한 사륜차만 다니는 희한한 풍경을 가진 나라로 만들었다.
국가에서 적절한 교육제도와 면허체계를 갖추고 모터싸이클을 교통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는 건전한 문화가 발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어야 하는 데, 유연성이라고는 없는 군사문화하의 한국의 공무원들은 한국에는 어울리지 않는 미국식 자동차 문화를 들여왔다. 적어도 교통문화만큼은 일본이나 유럽식 문화를 받아들였어야 했다. 이유는 너무도 당연하니 따로 설명하지 않겠다.
자동차, 그것도 대형차를 선호하는 자동차 전용 교통문화의 발달은 오늘날 그 대가를 톡톡히 치루고 있다. 소형차, 모터싸이클 중심의 유럽이나 일본은 상대적으로 고유가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 시내에서 1리터로 10km도 주행할 수 없는 자동차와 1리터로 50km를 주행할 수 있는 스쿠터의 연비는 비교할 수 조차 없다. 최근 도로에 갑자기 스쿠터를 타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는데 바로 이러한 고유가에 대한 경제적 부담에서 벗어나고자 스쿠터를 선택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이 고유가로 고통받고 있는데, 그 대안은 자동차 위주의 교통문화를 개선하는 것이다. 대중교통이용이라는 미명하에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에 몰아넣는 것이 아닌 것이다. 그 보다는 다양한 교통수단을 선택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이 정도만 들어도 모터싸이클을 한국에서 탄다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에 대한 감을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적절한 교육체계나 면허체계가 없다보니 모터싸이클을 탈 때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보호장비들과 안전 규정에 대한 인식이 아예 없고, 이 상태에서 도로를 질주하면 이는 자연히 대형사고로 이어지게 된다. 이러니 당연히 사람들의 뇌리에 "모터싸이클은 위험하고 끔찍한 것, 철없는 폭주족이나 범죄자들이나 타는 것"으로 인식되어 있고, 적어도 이십년이상 이렇게 굳어진 사회의 편견은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적절한 교육체계나 면허체계의 부재와 함께 더 황당한 사실을 애기하자면, 모터싸이클의 경우 50cc이하는 아예 등록이나 보험제도가 없고, 그 이상에는 책임보험만 있다. 무슨 말이냐하면 자차, 자손 등을 포함하는 종합보험이 없기 때문에 사고나면 보상 받을 길이 없다는 이야기다.
이상을 살펴보았을 때 한국에서 모터싸이클을 못 타도록 하는 것이 법제도나 정책의 핵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법제도는 개정이 가능하다고 쳐도 사회적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문화란 한 번 정착되면 변화하기 힘든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터싸이클에 입문하려는 사람은 위에서 언급한 모든 위험과 편견을 각오해야 한다. 미안하지만 이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우울한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고, 그럼 본격적인 입문에 필요한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자. 여기서 부터는 다른 곳에서도 다 찾아볼 수 없는 정보의 나열에 불과하다.
1. 면허증
125cc까지는 자동차 면허만 있으면 운전이 가능하다. 이상하지 않은가? 주행원리도, 방법도 전혀 다르고 모터싸이클은 자동차에 비해서 운전이 몇 배 어렵다. 앞뒤, 좌우만 있는 자동차 운전에 비해, 모터싸이클은 앞뒤, 좌우, 상하라는 3차원적인 원리로 움직인다. 거기에다 바퀴도 두 개고 브레이크도 두 개다. 제대로 익히지 않으면 반드시 사고 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자동차 면허를 따면 모터싸이클 면허를 덤으로 거저 준다는 것은 국민들에게 기분 나쁘면 한 번 타고 빨리 죽으라고 국가가 권장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참고로 자동차 면허가 없는 분들은 원동기면허를 따야 한다.
250cc부터는 2종 소형 운전 면허가 있어야 한다. 자동차 면허가 있으신 분들은 필기시험은 면제고 실기만 치면 되는데 굴곡, S자 등의 서커스에 가까운 실기시험을 보아야 한다. 안전규칙을 잘 지키는 지, 브레이킹은 잘 할 수 있는지 등 안전에 관한 내용은 하나도 없고, 곡예에 가까운 시험을 보기 때문에 합격율은 대단히 저조하다. 열명 시험 보면 합격자는 한, 두 명에 불과하다.
불행히도 모터싸이클 주행 기술을 제대로 가르쳐주는 전문학원은 대한민국에 한 군데도 없다. 정말이다. 수 많은 업종이 존재하는 대한민국에서 모터싸이클 전문학원은 없다. 혹시 있으면 내게 알려주기 바란다. 자동차 운전학원도 모터싸이클 면허를 취급하는 곳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모터싸이클에 입문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동네에서 땅바닥에 대충 분필로 코스를 그려 넣고 동네 친구 모터싸이클을 빌려서 연습한다음 시험을 보고 면허를 취득한다. 그리고 빠른 시간내에 큰 사고를 대부분 경험한다. 그들에게 남는 것은 사고로 인한 신체의 장애 및 고통, 금전적 피해, 그리고 가족의 슬픔 뿐이다. 그리고 나서도 모터싸이클의 매력을 포기 못하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타게 되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진저리를 치며 모터싸이클을 접는다.
2. 보험
125cc부터는 책임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대인/대물에 한해서 2천만원까지만 보상이 되나, 없는 것 보다는 나으니 꼭 가입하기 바란다.
3. 안전 장비
모터싸이클을 탈 때는 반드시 규정에 맞는 헬멧과 장갑, 부츠를 신어야 하고, 값비싼 가죽슈트까지는 아니더라도 신체의 주요 부분(척추, 어깨, 팔꿈치, 무릎)등에 보호대가 갖추어진 자켓이나 바지를 입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맨 살이 드러나서는 안 된다. 사고 시 도로에 신체가 접촉하면 그 순간 부터 피부가 갈려나간다는 점을 명심하자.
4. 안전의식 및 주행 기술
사실 이 부분이 제일 중요하다. 모터싸이클은 날이 잘 선 칼과 같다. 뛰어난 요리사에게 주어지면 멋진 요리를 만들어주지만, 철없는 아이에게 주어지면 다친다. 모터싸이클의 가속력은 실로 대단한데, 필자의 모터싸이클의 제로백(0->100km 도달시간)은 불과 4초대, 최신형 스포츠바이크는 2초대이다. 자동차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바로 이 가속력이 수 많은 이들을 사로잡는다. 그렇지만 바로 여기에 주행의 기본 원칙이 있다.
"자신이 언제나 바로 정지할 수 있는 속도로만 주행한다." 이것이 안전 주행의 본질이다.
200km로 달려도 원하는 시점에서 정지할 수 있는 브레이킹 실력이 있다면 속도를 내도 된다. 그러나 60km로 달리다가도 원하는 시점에 정지할 수 있는 브레이킹 실력밖에 없다면 60km이상은 절대 내지 말아야 한다. 브레이킹 기술이 없으면 모터싸이클은 앞 차와 추돌하거나 스스로 밸런스를 잃고 넘어지게 된다.
모터싸이클을 탈 때는 항상 사고나면 자신만 손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자동차 운전자의 경우 사고나도 보험처리하면 끝이지만 모터싸이클 운전자는 스스로 모든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그렇다면 사고를 피하는 운전 방법은 어떤 것일까?
자동차의 경우 방어운전이라는 것을 들어봤을 것이다. 모터싸이클의 경우 안전운전은 기본이고, 거기에 예측 운전이라는 것을 더 해야 한다. 그것은 도로상의 모든 위험 요소들을 항상 주의 깊게 살펴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골목에서는 언제나 애가 튀어나올지 모른다. 옆차선 앞에서 주행하는 김여사가 언제 불법유턴을 할 지 모른다. 특히 모터싸이클 운전자들은 갑자기 불법유턴하는 운전자들 때문에 많이 다친다. 그런데 이것도 오래 타다 보면 감이 생긴다. 내 경우 지금은 어느 정도냐 하면 맞은편에서 흰색 벤츠차에서 휴대폰 통화를 하면서 1차선으로 진입하는 김여사가 있다. 기분이 불안하다. 그래서 주행 차선을 변경하고 지켜보면 아니나 다를까 맞은편도 보지 않고 웃으면서 그냥 휙하니 불법 유턴을 자행한다. 따라서 항상 도로의 모든 상황에 주의를 기울이고, 속도를 줄여야 한다.
이상으로 모터싸이클에 입문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나의 경험과 사회적 현실을 정리하여 보았다. 결론적으로 한국에서 모터싸이클을 타고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잘못된 법제도, 사회의 편견, 신체적, 경제적 손해라는 모든 위험을 기꺼이 감수할 용기와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터싸이클을 즐기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 만큼 모터싸이클을 타는 즐거움은 자동차와는 비할 데 없이 크기 때문이다. 속도감과 자연과의 일체감, 자유와 낭만, 해방감, 용기와 도전 등 현대사회에서 발산할 수 없는 인간의 근원적 욕구를 아주 건전하게 해소시켜 준다. 폭탄주 아니면 고스톱, 노래방, 러브호텔밖에 없는 한국의 놀이문화에 비교한다면 얼마나 건전한가?
이제 남은 것은 당신의 선택이다. 모터싸이클 자체는 선택의 기준이 아니다. 그 보다는 모터싸이클을 바라보는 당신의 "마음의 틀"이 이 글을 읽고 긍정적으로 혹은 부정적으로 바뀌었느냐에 따라 당신의 선택은 정해질 것이다.
첫댓글 죄송합니다..너무 길어서 안읽고 스크롤 내려버렸씀다...ㅜ.ㅜ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어떤 무분별한 글과다른.. 이런글을 접하니 추천받아 가입하게된 이카페가 괜찮다고 느껴지는군요.
아주 속시원하고, 명쾌한 글이네요.....언제쯤, 바이크가, 차별받지 않고 자동차와 같은 동등한 교통수단이 될까요.....ㅠㅠ
츄천 꾸욱~~
안전하게 주행할수있는 권리와 의무를 잘조화해서 대책이나와야하는데 당국에서는 수수방관....
잘 봤습니다... 저도 이제 서야 입문했는데.. 아직 갈길이 먼듯 하네요.. 언젠가 맘편히 라이딩 할수 있는 날이 오기를 ㅎㅎ
동감에한표!
차별없는 날이 오겄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