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습니다 [김소연]
응, 듣고 있어
그녀가 그 사람에게 해준 마지막 말이라 했다
그녀의 말을 듣고 그 사람이 입술을 조금씩 움직여 무
슨 말을 하려 할 때
그 사람은 고요히 숨을 거두었다고 했다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그녀는
다시 그 이야기를 했고 한참이나 다른 이야기를 하다
가 또다시
그 이야기를 반복했다
다른 말을 했어야 한다고 그녀는 여기는 듯했다
겨우 그런 말이 그 사람과의 마지막 말이라는 것을 안
타까워하는 듯했다
그것 때문에 그 사람의 마지막 모습을 자꾸 생각하게
되는 듯했다
나는 다른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 비친 우리의 머그잔과 머그잔 속 커피에
비친
등불 같은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응, 듣고 있어
응, 듣고 있어
그녀에게 이 말을 하면서 나는 자꾸 다른 곳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먼 곳으로 가게 되었을 때 그 사람과 나는
나란히 앉아 그녀를 안타까이 바라보며 입술을 열었다
그 사람이 그녀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응, 듣고 있어
그녀에게 들리든 들리지 않든
그 사람과 나는 그녀에게 이 말을 해놓고서 기다렸다
그녀가 한 번쯤 이 쪽을 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 촉진하는 밤, 문학과지성사, 2023
* 대화라는 것은 일방적이지 않을 때 대화라고 한다.
말하고 들어주고 말하고 들어주고.
입술은 하나인데 귀가 둘이라는 건 한마디 하고 두 마디 들으라는 뜻.
서로 한 마디도 건네지 않는다면 그건 대화가 아니다.
마음속의 마음을 알아들을 수 있다면 굳이 대화가 필요없다고?
그렇지 않다.
시선을 주고 서로의 눈을 응시하며 주고받는 대화라야 마음을 알아들을 수 있다.
응, 듣고 있어
리얼리?
목소리를 들려주고 눈길을 주는 대화가 필요해.
문득 케이비에스 개그콘서트에서 '대화가 필요해' 코너의 대화가 생각난다.
- 뭐라 씨부리 쌌노!
허공을 응시하는 김대희에게 신봉선이 던지는 한 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