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지수 [황인찬]
(명상에 좋은 음악이 들려온다)
긴장을 풀고 어깨를 떨구세요 팔은 늘어뜨리고 열 개의 발
가락부터 차분히 느껴보세요 여기 있구나 이게 내 발가락이
구나 그렇게 온 몸을 천천히 감각하세요 몸과 마음이 지쳐
있을 때 큰 도움이 됩니다
(실외의 빛이 안락의자를 향해 떨어진다 물소리, 바람소
리, 풍경소리 같은 것이 음악과 섞인다)
나는 안락의자에 누워 눈을 감고 있다 어쩌면 선생님도 눈
을 감고 있을지 모른다 이곳은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병원
이고 먼 미래의 내 집이다 선생님은 마음이 무엇인지 궁금
하고 내 미래의 남편이 되리라 생각하고 있다
(어둠 속에서 빛의 유령이 일렁이는 이미지
실외에는 빈 유모차와 말을 잘 할 줄 모르는 하느님)
다른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자기 분석을 그만두시는 편
이 좋아요 또다른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언젠가는 끝날
것이라 믿어야 해요
(바깥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다 언제부터 사람이 없던
것인지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안락의자에 누워 있는데 발가락이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안락의자를 생각하면 오규원의 시가 생각난다 읽다보면 너
무 딱하고 슬퍼지는 시 어쩌면 이런 게 내 어려움의 원인
일 것이다
(눈을 감고 있으면 미래를 상상할 수 있다 화장터에서 나
의 남편이 나의 유골함을 손에 드는 장면이 그려진다)
숨을 깊게 들이쉽니다 천천히 뱉으세요 다시 천천히 들이
쉽니다 선생님의 목소리는 계속되고
(음악소리가 점점 커진다 음악은 교실에 오기 전부터 들
려오고 있었다)
눈을 뜨세요 아예 주무셔버린면 어떻게 해요
눈을 떴을 때는 주위에 아무도 없었으나 나의 정신은 맑
은 물과 같았다
-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 문학동네, 2023
* 흐흐, 마음이 평온해지면 슬그머니 잠이 든다.
매트리스에 누워 눈을 감고 온 몸을 감각하다보면 까무룩 잠이 든다.
그 음악은 어디서 살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