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스타트렉>에는 주변의 별들과 우주의 에너지를 닥치는 대로 흡수하며 지구로 다가오는 '비져'라는 이름의 초거대 지적 존재가 등장한다.
비져는 엄청나게 오랜 세월 동안 우주를 떠돌며 어마어마한 정보와 물질들을 흡수하여 거대한 지적 존재가 된 기계 생명체이다. 그는 우주를 떠돌며 문명이 있는 별에 어떤 전파신호를 보내는데, 제대로 응답을 하지 못하면 그별을 파괴해 버린다. 그리고 그 별의 정보를 흡수하고 물질을 합체하여 더 큰 존재가 되어가는 것이다.
그런 위험천만하고 무시무시하고 거대한 기계 생명체가 지구로 돌진하면서 해독할 수 없는 전파를 계속 보내온다. 비져의 신호를 해독하지 못해 응답을 하지 못하면 지구는 그에게 파괴될 위기에 처한다.
위기의 순간, 어찌어찌해서 비져의 전파를 해독하고 보니 그것은 자신을 창조한 존재를 찾는 궁극의 질문이었다. 비져는 다름 아닌, 아주 오랜 옛날 인간이 쏘아올린 탐사선 보이저호가 우주를 떠돌다가 우주의 어떤 에너지에 의해 기계 생명체가 된 것이었다.
비져는 긴 세월동안 우주를 떠돌며 방대한 지식을 흡수하다가 '나를 창조한 존재는 누구일까?'하는 궁극의 의문에 다다르자 그 의문의 해답을 찾아 자신의 항로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오고 있었던 거다.
마치 한 마리의 연어처럼, 다만 지구로 다시 귀향하는 비져의 신호를 해독할 수 없었던 것은 그것이 너무 오래되어 이제는 인간들이 사용하지 않는 원시적인 전파 신호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항공우주국이 1979년에 발사한 무인 탐사 우주선 보이저2호는 지구의 문명과 인간의 존재를 알리는 그림판, 당시 미국 대통령인 지미 카터의 메시지와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인사말이 녹음된 디스크를 싣고 지구를 떠난 이후, 이미 1989년에 태양계를 벗어나 지금은 행방을 알 수 없는 끝없는 우주여행을 하고 있다.
지구라는 별에서 거대한 과학 문명을 이루고 사는 인간은 늘 창조의 비밀과 존재의 고향을 알고자 하는 궁극의 그리움을 안고 있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밤하늘의 별빛을 보면 어쩐지 외로워지고, 무엇인가가 울컥 그리워지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보넨 보이저 2호는 이미 비져이다. 우리를 지구로 보낸 창조주를 찾아가려는 귀소본능의 우주선. 그것은 인간이 가진 가장 오래된 그리움의 발현인 것이다.
그리움이 아니라면 인간은 무엇 때문에 그렇게도 우주 창조의 진실을 알고자 애쓰는가.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들여 우주를 탐사하고, 우주의 끝이 어디인지, 생명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추적하느라 가능한 모든 능력을 거기에 쏟아 붓고 있지 않은가?
단순한 호기심과 궁금증 때문에 그렇다고 하기에는 탐사 우주선 발사에 드는 예산이 너무도 크다. 그것은 바로 뿌리가 그리워서 생명의 고향이 그리워서 그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