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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중 유일하게 마르크스경제학을 전공했던 김수행 전 서울대 교수. 지난달 김 전 교수가 퇴임해 올해 1학기에 서울대에는 마르크스경제학 전공 교수가 없다. 오는 2학기에는 마르크스경제학 전공자가 김 전 교수의 빈 자리를 채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
ⓒ 오마이뉴스 남소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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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다양성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인 '33분의 1 유지'를 위한 길이 열리는 것일까. 33명의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중 유일한 마르크스경제학 전공자이던 김수행 전 교수의 후임으로 마르크스경제학 전공 연구자가 채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서울대 경제학부는 14일 열린 전체 교수회의에서 2008학년도 2학기 교수 채용 전공 분야를 '경제학 일반(정치경제학 포함)'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교수회의는 지난달 퇴임한 김수행 전 교수 등의 후임으로 신규 채용할 교수 2명의 전공 분야를 어떤 것으로 할 지 결정하기 위한 자리였다.
여기서 눈에 띄는 부분은 '정치경제학 포함'이라는 문구. '마르크스경제학'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김 전 교수의 공백을 마르크스경제학 전공자가 메울 수 있는 길이 열렸음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경제학부장을 맡고 있는 이영훈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정치경제학 범주에 포괄되는 마르크스경제학을 전공한 지원자 중 적절한 사람이 있으면 채용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제학부의 한 대학원생은 "여러 교수님들이 제자들을 배려해준 결과로 보여 기쁘다, (마르크스경제학 전공 교수를) 꼭 채용해주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마르크스경제학 전공자 채용 가능하다는 의미"... 5월 말 이후 최종 결정
김 전 교수는 주류경제학 일색이던 20년 전, 자본주의를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던 학문을 접하고자 했던 대학원생들이 시위 등 집단행동을 통해 '모셔온' 교수였다. 그러나 김 전 교수의 퇴임을 앞둔 지난해 경제학부는 신규 교수 채용 과정에서 마르크스경제학 전공자 채용에 미온적인 자세를 보였고, 그 결과 올해 1학기에 서울대에서 마르크스경제학 전공 교수가 사라지게 됐다.
학내외에서는 이로 인해 학문의 다양성이 훼손되고, 신자유주의 전면화 및 양극화 심화 상황에서 경제학의 현실 설명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지난달 18일 경제학부 대학원생들이 20년 만에 집단행동에 나선 것을 시작으로 여타 사회대 대학원생 및 학부생들과 다른 대학의 경제학자들이 '김 전 교수 후임으로 마르크스경제학 전공자를 채용할 것'을 요구했다. 외국의 경제학 연구자 119명도 이에 대한 지지 서명을 전했다.
이날 교수회의가 관심을 모은 것도 제자들의 호소와 동료 연구자들의 고언에 교수들이 어느 정도 귀 기울였는지가 드러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김 전 교수 후임으로 어떤 분야를 전공한 연구자가 오게 될 지는 5월 말 이후 결정된다. 경제학부가 왼쪽 날개를 스스로 접을지, 아니면 학문 다양성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유지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