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숙
이혜숙 엄마는 가을의 즐거움을 모두 껴안고 있다. 원 뿌리를 잡아 올리면
이렇게 많은 고구마가 줄줄이 뽑혀나온다. 올해 처음 맞는 기쁨이라고 한다.
신품종으로 심었는데 고구마 풍년이 되었다. 고구마 색깔은 황토 빛보다 더 진하고
고왔다. 엄마의 기쁨은 그 배가 되었다.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땅인데 그동안
깨, 콩, 수수, 등으로 지었다고.
이혜숙 엄마는 해남 화산면 중앙리에 산다. 같은 면에서 중매로 만나 딸 넷을 나았다.
그 후 40살에 늦둥이 아들을 낳았는데 그 아들이 지금 군대에 있다고 한다.
원래 남편이 샤시와 유리가 직업이라 평상시에는 이 일을 하다가 틈을 내어 농사를 짓는데
부모가 계속 지어왔고 땅에서 나오는 즐거움을 알기 때문에 힘은 들어도 이렇게 직접 짓는다.
친정이 잘살고 있었지만 이혜숙 엄마는 오히려 가난한 집안으로 시집가기를 원했다.
이것이 어릴 때 유일한 꿈이였는데 그 꿈은 이루어졌다. 가난 속에서도 소망하는 것들이
너무 깨끗하고 아름다웠기에 그 꿈이 바라는 것들로서 낱낱이 이루어졌다.
이혜숙 엄마는 활달한 성격탓에 어딜 가도 환영받고 있다. 일처리도 똑부리지게 한다.
주위에서 똑순이로 알려져있단다. 또한 주위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데도 선수다. 술은 먹지 못해도
노래만큼은 최고의 수준이다. 모든 이들에게 서글서글한 엄마의 모습은 상대를 편하게 해준다.
천성도 있겠지만 끊임없이 마음의 생각을 갖고 있었다. 제 마음을 편하게 하려고 남들에게도
편하게 해주어야 한단다. 작은 것부터 욕심을 버리면 큰마음을 얻는 경우가 많았다.
이혜숙 엄마는 지나가는 나그네에게도 식사 때면 같이 먹자고 적극 권한다. 농부의 마음은 하늘이
그냥 주는 기쁨을 나그네에게도 나누어준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란다.
가난한 사람에게 23살에 시집온 엄마는 그 꿈은 길러냈고 키워가기 위해서 자신만이 아는 아픔도
있었을 것이다. 그건 효부상을 4번 탔다는 사실만으로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엄마는 그 어려움에 대해선 말을 하지 않았다. 단, 그보다 비교할 수 없는 큰 기쁨이 있었기에
지금 이렇게 건강하게 살고 있단다.
황토밭 1,700평 황토 고구마가 땅에서 드디어 나와 가을 햇볕에 더욱더 굵어지고 있었다.
이 황토밭 주위로 새로 귀농하는 사람도 고구마 캐는 일을 도와 주고 점심을 밭에서 같이
먹었다. 가을의 선물과 엄마의 마음 그리고 이웃과 함께하는 모습이 풍요롭게 보였다.
신품종 황토고구마는 10킬로에 3만원에 판매되고 있는데 마음만 들면 덤으로 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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