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내셔널트러스트
제16회 한·일 국제환경상 수상 단체인 '한국내셔널트러스트'와 일본 '그라운드워크 미시마'는 수생식물인 매화마름을 통해 환경 보존 노력을 해온 공통점이 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멸종 위기에 놓인 매화마름 군락지를 보존했고, 일본 '그라운드워크미시마'는 '미시마 매화마름'을 심어 '시궁창 하천'을 정화했다. 두 수상 단체의 공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천 강화군 초지리에 있는 자그마한 논에선 해마다 4~5월이면 어른 손톱만 한 크기의 앙증맞은 흰색 꽃을 피우는 식물을 만날 수 있다. 예전엔 논·늪지 등에 흔했지만 산업화 과정에서 대거 사라져 지금은 강화군 등 서해안 일부 지역에서만 자라는 이 식물 이름은 '매화마름'(환경부지정 2급 멸종위기종)이다. 꽃은 물매화를, 잎은 붕어마름을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매화마름이 회생한 것은 한국내셔널트러스트(National Trust·NT)의 활동 덕이다. 경지정리 사업으로 강화군 일대의 매화마름 군락지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한국NT는 2002년 학교 운동장의 절반(3015㎡)쯤 되는 이 논의 일부는 기증받고 나머지는 시민성금으로 사들여 '강화 매화마름 군락지'로 명명(命名)해 지켜오고 있다. 보존가치가 높은 자연환경·문화유산 등을 시민들의 자발적인 기증·기부로 확보해 시민 소유로 영구 보전하는 NT운동이 국내에서 결실을 맺은 첫 사례다.
NT는 말 그대로 '국민이 믿고 맡긴다'는 국민신탁(國民信託) 운동으로, 1895년 영국에서 처음 시작됐다. 2000년 출범한 한국NT의 활동 기간은 짧은 편이지만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강화 매화마름 군락지는 한국NT의 매입을 계기로 2008년엔 국제습지보호협약인 람사르(Ramsar) 협약 습지로 등재되면서 세계 최초의 '논 습지'이자 최소 규모의 람사르 등재 습지로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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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보존하는 인천‘강화 매화마름 군락지’를 찾은 시민₩학생들이 매화마름이 자라는 모습을 관찰하고 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제공
2004년엔 관광지 주차장으로 개발될 예정이던 강원도 정선군 '동강 제장마을'에 위치한 1만7000여㎡ 규모의 농지·대지를 시민 성금으로 매입해 동강의 핵심 생태축을 지켰다.
생태계 보전가치가 높은 곳으로 꼽히는 임진강변의 경기 연천군 일대 야산(약 4만㎡)을 2007년 한 시민으로부터 무상 기증받아 사실상 영구 보전 조치에 들어간 데 이어, 작년엔 국내 대표적인 두꺼비 서식지인 충북 청주시 산암동의 '원흥이 방죽' 일부를 시민 성금 등으로 매입하기로 토지 소유주와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한국NT는 서울 성북동에 있는 미술학자 고(故) 최순우 선생의 옛집 등 세 건의 문화유산도 시민성금 등으로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