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받지 못한 자>와 <숨>에 이어 <두번째 사랑>을 선보인 하정우는 최근 가장 빠른 성장을 보여준 남자배우다.
최근 하정우는 정말 바쁜 시간을 보냈다. TV 드라마 <히트>,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김기덕 감독의 <숨>, 그리고 곧 개봉예정인 <두번째 사랑>에 이르기까지 그는 정말 서로 다른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두번째 사랑>은 100% 해외 로케이션 촬영이라는 환경의 변화를 포함, 여러 면에서 ‘처음’이었다. 그로서는 첫 번째 ‘정통’ 멜로영화였고, 여성 감독과의 첫 번째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그는 대학 시절 연극을 할 때 줄기차게 멜로 연기만 했다. 그래서 <두번째 사랑>은 오히려 그에게 과거의 향수와 에너지를 불러일으키게 만드는 행복한 작업이었다.
<두번째 사랑>에서 하정우가 연기한 '지하'의 극단적 소외는 그에게 의외의 행동을 하게 만든다. 소피(베라 파미가 분)를 사랑하게 됐을 때쯤 아무 이유 없이 그녀의 집을 찾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은 한 중산층 가정의 행복하고 부유한 일상이다. 불법체류자인 그가 꿈꿔볼 수 있는 상황이지만, 절대 끼어들 수는 없는 풍경. 그렇게 그는 뉴욕에서 찾아온 두 번째 사랑에 적극적으로 변한다.
하정우는 <용서받지 못한 자>(2005)로 독립영화라는 경계 안에서 본격적인 기지개를 켰고, <구미호 가족>(2006)으로는 ‘구미호’라는 도전에 나섰고, <시간>(2006)과 <숨>은 김기덕 감독의 개인적 연금술이 짙게 반영된 역할이었다. 그만큼 팬들은 그의 지극히 전형적인 연기를 보고 싶어 했다. 그가 주목받는 이유가 어쩌면 ‘희소성 있는 작품’에 출연해서가 아닌가, 하는 의심 때문. <두번째 사랑>은 그에 대한 자신의 첫 번째 대답이다. 그리고 그는 그런 의심을 말끔히 떨쳐냈다.
그의 차기작은 윤종빈 감독의 <비스티 보이즈>다. 장혁과 함께 캐스팅된 이 영화는 호스트바 ‘선수’ 두 명이 돈을 벌어 답답한 일상에서 탈출하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서 뒤틀어지는 이야기다. <용서받지 못한 자> 윤종빈과의 ‘두 번째 만남’이 어떨지, 그 역시 지금 조심스런 기대감으로 들떠 있다.
사진 김동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