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울음소리(Ⅱ)
5월10일 석가탄신일입니다. 이 맘 때쯤이면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판사방에서 들려왔습니다. 신암면사무소
출근 봄배추 자율생산감축에 따른 대상포장 현장 확인 나갈 준비하고 있는 동안 방음이 잘 되서 그런지
개구리 울음소리 잘 들리지 않네요.
저는 고덕 용리 태어나 수십 년 동안 예산지역 이곳저곳에서 살아왔습니다. 30년 전 신창면 읍내리
자취방에서 고덕에 계신 부모님 생각하며 “개구리 울음소리”라는 글을 순천향대학교 향록학보사 투고하여
그 글이 실린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5월 중순경 경운기나 소로 논을 쟁기질 할 때 논에서 힘차게 울어
대던 개구리 울음소리는 “풍년을 기원하는 소망의 울음소리로 들린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올 시설 봄배추 가격 폭락은 작년 10월 김장철 앞두고 천정부지로 뛰었던 배추파동과는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 지난해 배추파동은 기후변화에 따른 생산량급감이 주원인이었습니다. 배추계약 재배를 정부나
농협은 한건도 체결하지 않았습니다. 생산량 사전파악과 그에 따른 대비가 소홀하여 서민들의 가정에
물가불안감 주었습니다.
올해는 농협, 산지유통인은 많은 면적을 계약 체결한 후 봄배추 파종하도록 했습니다. 정부에서도 많은
양의 배추를 외국으로부터 수입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봄배추 가격 하락하여 농민들은 허탈한 마음 감출 수가
없습니다. 계약 체결한 산지유통인이 봄배추 출하하지 않으면 후작으로 수박등을 심지 못합니다. 해당 포전의
소유농가는 마음대로 밭을 사용할 수 없어 산지유통인의 눈치만 보고 있습니다. 작년 배추 시설하우스
한 동에 일백 이십만원을 받고 계약 재배한 후 출하시기에는 배추가격이 사오 백만원으로 올랐습니다.
가격이 현저히 올랐음에도 산지유통인은 농민들에게 가격상승한 부분에 대해 한 푼도 되돌려 주지
않았습니다.
올해는 산지유통인의 횡포는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모두 나열하고 싶지 않습니다. 정부와
농협의 책임이 큽니다. 전적으로 산지유통인의 잘못과 책임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채소류는 품질을 유지하면서 수급을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수확시기를 조절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복적으로
저장물량과 신규출하 물량간 출하 시기가 겹쳐 홍수출하로 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농산물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류비용등 지나친 유통비용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고통을 줍니다. 유통
비용으로 소비자 지출비용이 들어가는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도록 농산물생산, 유통환경전반에 큰 변화가
있어야만 합니다.
올 쪽파종자의 시세는 고가입니다. 종자가 고가로 거래되면 쪽파도 가격폭락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농민들도
이제는 농작물 경작하는데 많은 욕심을 버렸으면 합니다. 시설하우스 재배농가와 수박재배농가들도 산지
유통인의 권유와 상술에 넘어가 많은 양의 봄배추 심어 결국 가격폭락이란 큰 재앙을 앉아서 당해야만
했습니다.
농림수산식품부에서는 봄배추 가격하락에 따른 수급 및 가격안정을 위해 5월말 까지 봄배추 10천톤
(190ha)을 산지에서 감축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산지유통인 감축작업비 10a(300평)당 450천원을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세상 참으로 많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봄배추 자율생산 감축(유통협약)에 따라 여러 명의 산지유통인이 배추를 갈아엎겠다는 현장실사 요청을
받았습니다. 갈아엎을 배추포장에 대한 상품성유무, 대상면적의 적정성 등 사전 실사하러 신암면 탄중리
마을에 나가기 위해 지금 쓰고 있는 글을 마무리합니다.
사실 30년 전 개구리울음소리 글을 다시 현시대 감각으로 글을 써보려 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이 참혹해서
그런지 의도했던 대로 글이 써지지 않네요. 대학교 시절 개구리 울음소리에 대한 감정과 현재 공직생활
중에 느끼는 개구리 울음소리 감정은 사뭇 다른가봅니다.
올 봄배추 폭락으로 싱싱한 배추를 로터리로 갈아엎으면 감축작업비 지원해주는 슬픈 5월입니다.
온 들판에 개구리들이 농민을 대신하여 펑펑 울어주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개구리 울음소리(Ⅰ)
김 서방은 5월이 되면 예외 없이 논에 물을 대고 쟁기질을 한다. 올해도 예외일 수 없다.
지금 논을 갈고 있는 김 서방의 귀에는 개구리 울음소리가 풍년이 되게 해달라고 소리
치는 것으로 들릴지 모른다.
모든 소리는 바른 소리가 아니라 胸中에 품고 있는 뜻대로 귀에 들려오는 소리를 받아
들이는 것에 지나지 않으니 말이다.
… … 뭇 개구들이 다투어 우는 듯한 소리, 이것은 듣는 사람이 교만한 까닥이며,
수많은 대피리가 슬피 우는 듯한 소리, 이것은 듣는 사람이 노한 까닭 … …
- 박지원의 [물]중에서
온 밤을 새워 울어도
평생을 두고 울어
울어도
못다 울 울음
폐부 깊은 고에 잠기고
잠겨
허기진 배 부풀어 오르다.
뙤약볕 아래
눈 아픈 소낙비 내리던
어느 여름날
우리는 울었다.
목을 놓아 울었다.
-오종민의“개구리”중에서
김 서방 이마에선 구슬 같은 땀방울이 흘러내린다. 그의 뒤 호주머니엔 커다란 수건이
매달려 있건만 흘러내리는 땀을 닦지 않아 소금기가 혀끝에 내려와 무더운 오뉴월 날씨를
한층 더 덥게 해준다. 하지만, 김 서방은 더위에 아랑곳없이 논의 저쪽 끝에서 이쪽 끝으로
수없이 왕래하며 일에만 몰두하는 모습이다. 황소 녀석도 주인의 마음을 아는지 커다란 눈을
깜박거리며 뚜벅 뚜벅 걷고 있는데 몸에선 온통 땀으로 베여 김이 오른다.
김 서방은 아들놈에게 농사일을 시키지 않으려고 大學을 보내 이젠 4학년이 되었는데,
卒業한 후에 그놈이 무엇을 할 것인지 궁금해 하며 그의 가슴은 종종 설래 이곤 하였다.
김 서방에겐 조상 대대로 내려온 농사일이 직업 중에서 좋은 職業이라고 말한 적은
있어도 심하게 불평해 본적은 거의 없다. 그는 나이가 들어 쇠약해질 때까지 농사일을
계속하겠지만 하나밖에 없는 아들 녀석이 농촌을 떠나 도시에 산다면 자신이 죽은 후에
논을 가꾸고 농사일을 할 사람이 없으니 걱정거리다.
아들 녀석은『흙을 만지는 일처럼 어려운 일을 하지 않는다.』는 위안을 하고는 있건만,
그래도 서운함은 그에게서 멀어져 갈 수가 없다. 왜냐하면, 조상대대로 내려온 논농사가
아들 녀석에게서 끊기기 때문이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아들을 여러 명 낳아 그들 중
한 녀석에게 땅을 물려주어 家業을 잇게 했으면 좋으련만 부인이 아를 하나만 낳고
2년 만에 죽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들 녀석 學費로 논이 세 단지에서 두 단지로
줄었으나 용케도 고생한 덕분에 올 한해만 넘기면 김 서방 아들 녀석은 卒業을 하게 된다.
졸업을 하고서 그가 장가들고 나면 서울이나 도시에 나가 살기 위해서는 논이 어떻게 될
것인지 뻔히 김 서방은 알고 있다. 알고 있다고 해서 모든 일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니,
사람이 자기의 미래나 앞날을 豫測하기란 힘든 일이다.
“워워” 소리쳐 김 서방은 소를 세워놓고 뒤 호주머니에서 수건을 꺼내 땀을 닦으면서
온통 논으로만 연결된 들판을 바라본다. 저 멀리에서 논을 갈고 있는 모습과 모내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에겐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한 달만 지나면 논들은 모두 푸르게 수가 놓아질 테니 어찌 생동감을 느끼지 못하랴.
일년 내내 무척이나 힘들고 어렵게 다가오는 것이 農夫들의 농사일이다. 특별한 일 없는
한 농사를 지어 생산한 쌀을 사서 돈을 장만하여 일 년의 생활을 꾸려나가는 이들에겐
그해 농사가 凶年이 되거나 혹은, 대풍이 되어 쌀값이 내려간다면 어찌 힘들고 고달프지
않으랴? 지금 땀을 닦고 있는 김 서방에게 흘리고 있는 땀방울이 헛되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 개구리 울음소리가 풍년을 기원하는 所望의 울음소리로 들린
것임에 틀림이 없다.
첫댓글 어렸을 때 개구리소리가 노래처럼 들렸던 시절이 있었지요
지금은 개구리 소리조차도 귀하게 여겨집니다
올해 배추를 많이 심어서 너무 싸다고 합니다
농정정책이 왜 이런지 모르겠네요
물론 농민들에게도 책임이 있겠지만 안타까울뿐입니다
개구리 울음소리(1)은 1981년 대학교 1학년적에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