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중국이 4조元에 달하는 경기부양책을 발표한 후 새로운 봄이 시작되었다. 당시 발표된 부양책에 대해 중국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이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침체되어 있는 글로벌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지, 자국에는 어떤 도움이 될지를 계산하기에 바빴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과연 중국이 실제로 부양책을 실행할 능력이 있는가 하는 의문도 함께 표현하였다.
정부의 정책이 시장에서 신뢰를 받고 있는가를 판단하는 방법으로 본 저자는 주가지수를 즐겨 활용한다. 이번의 경우 경기부양과 관련된 수혜업종을 중심으로 주가가 긍정적으로 반응했지만 다른 변수가 많아 그 상관성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러한 시점에서 3월에 중국 전인대 제11기 2차회의가 개막하였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전년 가을에 개최하는 전대에 비해서 별로 관심이 가지 않는 정치행사이다. 이전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과거의 ‘거수 대회’라는 이미지가 강하고 전대에서 이미 논의된 내용이 재탕되는 경우가 많아 그 이름만큼의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전인대는 이전과는 다르게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자정(?)노력을 통해 스스로 권위를 높인 이유도 있지만 아무래도 작년에 발표된 경기부양책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논의와 더불어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이 발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으리라 생각한다.
지난 겨울에 심어놓은 ‘경기부양책’ 씨앗이 올 봄에 어떻게 피어오를 것인가가 최근 중국을 바라보는 키워드가 될 것이다.
전인대 제11기 2차회의 주요 업무보고 내용
1. 재정지출 확대
이번 대회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용어는 ‘8%’일 것이다. 올해 어떤 수단을 강구해서라도 8%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이를 위해 올해 중앙정부의 재정적자를 작년 1,800억元에서 7,500억元으로 확대하고, 지방정부가 지역경기 부양을 위해 2,000억元의 채권을 발행하는 것을 승인하기로 해서 적자예산의 규모는 총 9,500억元에 달한다. 올해 재정적자 규모는 2000년대 최고였던 2003년 3,189억元의 3배이며 작년에 비교해도 8배가 넘는다.
지출규모도 중앙정부가 4조3,865억元으로 작년에 비해 24%증가하고, 지방정부까지 합산하면 총 7조6,235억元으로 작년보다 22% 증가된다.
적자규모에 대한 염려가 크지만 EU에서 권장하는 적자비율 상한인 3%보다는 낮아서 큰 문제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경기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재정적자 편성이기 때문에 재원조달은 주로 국채발행을 통해 이루어 질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로 국채를 발행한다고 해도 중국의 국채발행 잔액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 전후로 EU 권장 기준 60%에는 크게 못미친다고 신화통신은 보도했다.
2. 적극적인 물가통제
전인대 개막일에 원자바오 총리는 정부업무 보고에서 민생문제를 언급하며 물가억제를 시사했다. 물가상승률을 4.8% 이내로 억제하며, 이를 위해 원자재 가격과 공공요금 인상 통제, 생필품 생산 지원 확대, 곡물수출 억제 등 물가대책도 함께 제시하였다.
3. 3농 문제 대책
이 분야에 7,161억元을 투입해 농촌을 활성화시키기로 하였다. 농기구 구입 시 지급하는 보조금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농촌여성이 출산 시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하였다.
3농 문제해결은 그동안 중국사회 불안 요소였던 도농 간, 지역 간 격차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편이며, 한편으로는 농민공의 실업증가로 인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경기부진의 한 원인은 수요부진을 해결하고 내수시장의 확대를 위해서도 농촌경기 활성화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므로 향후 농촌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증가할 것이다.
4. 실업억제
중국이 ‘8%’ 성장을 강조하는 것은 경제발전 및 고용창출을 위한 최소한의 수치이기 때문이다. 수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는 중국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많은 수출업체들이 도산하면서 실업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웨이닌 중국 인력자원사회보장부장은 중국의 취업난이 매우 심각한 상태라고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실업과 관련된 용어를 이중으로 사용하면서까지 실업률을 최대한 낮추어 왔다. 실업자 증가가 국가 및 공산당에 미칠 영향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담당 고위관리가 실업문제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심각성을 대변해주는 것이다. 2008년 말 중국 농민공은 대략 2억2,500만명이고 도시에 나간 농민공은 1억4,0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번 춘절에 절반정도가 실업자가 되어 귀향하였다.
더욱 심각한 것은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하지 못하는 청년실업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인대는 개막 성명에서 취업난 해소를 위해 420억元을 투자해 90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도시지역 실업률을 4.6% 이하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4조元 경기부양 투자 확정
경기부양 분야별 분배
분야
투자금액 (억 元)
철도, 도로, 공항 등 SOC 투자
15,000
지진 등 재해지역 복구
10,000
저소득층 주택건설
4,000
기구 조정, 기술 개선 등
3,700
수도, 전기 등 농촌 기반 시설
3,700
환경, 에너지 관련
2,100
교육, 문화, 의료(위생), 가족계획
1,500
2008년 11월 경기부양책이 발표된 이후 4조元이 어떤 분야에 투자될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었는데 이번에 그 분배계획이 발표되었다.
전인대 기자회견의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장핑 주임에 따르면 1조5,000억元은 SOC 투자에 사용된다.
2008년 대지진이 발생했던 쓰촨성 원촨현 등 재해지역의 복구에는 1조元이 투입된다. 이 분야도 지역기반 시설 복구가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SCO 관련 분야에 전체 금액의 절반이상이 투입된다고 할 수 있다.
SOC 분야와 함께 또 다른 분야는 민생개선 분야이다.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건설 등에 4,000억元, 또 농촌지역 주거 개선을 위한 기반시설과 주택건설에 3,700억元이 투입된다.
교육, 문화, 의료(위생), 가족계획에는 1,500억 元이 사용되어 삶의 질을 높이도록 한다.
기대했던 추가 경기부양책은 불발
2008년 11월 경기부양책이 발표되었을 때 주가는 이를 즉각 반영하였다. 이번 전인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중국정부가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이달 초 중국을 비롯한 한국, 미국 등의 증시가 급등하였지만 폐막시점까지 어떤 부양책도 중국은 발표하지 않았다.
원자바오 총리는 경기부양책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이에 대해 설명을 할 정도였다. 경기부양금 4조元과는 별도로 중앙정부가 투입하는 1조1,800억元, 세금 감면 5,000억-6,000억元, 기업 퇴직보험금 기준과 1,200만 교사들의 임금 인상, 농민 수입 증대, 향후 3년간 8,500억元을 투입해 의료위생체제 개혁을 실행하는 것 자체가 경기부양책과 다름없다고 하였다. 또한 충분한 실탄을 준비하고 있으므로 상황에 따라서는 언제든지 새로운 정책을 꺼내놓을 수 있음을 시사하였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금리인하 가능성도 언급했지만 실제 인하는 없었다. 경기회복과 사회개선을 위해 많은 논의가 있는 것 같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인식한다. 이에 대해 중국 증시가 바로 반응하였다. 전인대를 앞두고 하루에 6% 급등하기도 했던 상해종합지수는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2년 동안 4조元을 투입하겠다는 경기부양책으로는 시장에서 신뢰를 얻기에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이전에도 알맹이 없는 경기부양책을 경험했던 시장은 더 강력한 메시지를 원하고 있는 듯 하다.
개막일 못지않게 폐막일에 원 총리에게 이목이 집중된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하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경기부양책에 드라이브를 걸지도 않은 중국정부 입장에서는 선심적인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남발할 수는 없을 것이다. 4조元짜리 경기부양책을 실행하면서 보완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전인대 막은 내리고
중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8%를 달성하겠다고 다짐하며 전인대가 폐막된 후 얼마되지 않아 세계은행이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또 하향 수정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제조업 부문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7.5%에서 6.5%로 하향 조정하였다.
또한 글로벌 경제환경이 내년까지 악화되면서 수출이 둔화될 것이므로 중국 경제는 수출보다는 내수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중국의 2월 수출은 전년 대비 25.7% 급감하며 1월(-17.5%)보다 크게 악화되었다. 1-2월 산업생산 통합수치는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했지만 시장 예측치인 6.0%를 밑돌았고, 1-2월 소매판매도 시장 예상치인 17.0%보다 낮은 15.2%를 기록했다.
2008년 중국의 산업생산 증가율은 12.9%로 전년에 비해 5.6% 감소했지만 고정자산투자가 25.5% 증가한 것은 향후 전망을 그나마 밝게 한다. 올해 2월 기준 대출규모가 24.2% 늘어나고 통화량도 증가해 돈이 많이 유통되고 있다. 이러한 수치가 그나마 비관적인 중국경제 전망치에 희망이 되고 있다.
2008년에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는 전 세계에 들이닥친 쓰나미에 다름없다. 전 세계가 큰 파도에 잠겨버렸지만 중국은 그나마 건물 반은 남아있다. 물에 잠기지 않은 사람들이 잠긴 사람들을 돌볼 수 있는, 그나마 여유가 있는 집은 중국 밖에 없다. 언젠가 물이 빠져나간 후, 온전히 남아있었던 윗 층 사람들이 우리에게 어떤 행세를 할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