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산 전투
한편 수색에 주둔하고 있던 제11연대(연대장 최경록(崔慶祿) 대령)는 6월 25일 08:30에 출동하여 문산으로 이동했다. 수색에서 경기도 파주시 문산까지의 거리는 약 35km로, 11:00~15:00 사이에 열차로 이동했는데, 그 병력은 불과 980명에 지나지 않았다.
제11연대는 연대 지휘소를 적전리(赤田里)에 설치하고, 대대의 경비 지역을 배치했다. 제1대대는 임진강철교 부근 마정리(馬井里)의 국도 제1호선 좌우 측에 배치하고, 제2대대는 임진강 나루터 남쪽에 배치했으며, 제3대대는 예비대대로 적전리에 배치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대대 병력을 재배치하는 동안, 휴가 장병이나 외출 장병들이 속속 귀대하여 1,500명으로 증가한 것이다.
또 하나 다행인 것은 북한군 전차부대가 임진강 돌출부에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한국군이 임진강철교를 반드시 폭파할 것이라는 오판 때문이었다.
제11연대장은, 사단장 백선엽 대령에게 임진강철교 폭파 작전을 건의했다. 임진강철교는 경의선 구간 중 문산읍 마정리와 장단면 노상리를 연결하는 복선 철교로 임진강을 횡단한다.
이날 정오쯤, 제1사단 소속 공병대장 장치은 소령이, 폭파 준비를 마치고, 제12연대의 철수를 기다리고 있다. 선두가 임진강철교로 진입했지만, 후미에 적군이 바짝 따라오고 있다. 오후 4시, 폭파를 시도했다. 그렇지만 불발하고 말았다.
오후 5시경, 올 것이 왔다. 임진강철교 북쪽, 국도 제1호선을 따라, 대규모 북한군이 남하했다. 그것을 막으려는 한국군과 치열한 총격전이 벌어졌다. 한국군은 북한군을 임진강철교 부근에서 격퇴하였다.
그 뒤로도, 북한군 제6사단 제15연대는, 임진강철교를 확보하기 위하여, 공격을 반복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북한군은 공격을 중단하는 대신, 철교 폭파를 방해하는 데 주력했다.
제13연대 경비 지역은, 제1사단의 우 전방으로, 개성부터 장단군 장남면 원당리까지, 20km에 이르는 38선 이남이다. 연대장 김익렬(金益烈) 대령은, 제13연대 제1대대와 제2대대를 파평면 파평산에 투입했다. 거기서, 백학면 노곡리(노곡리는 38선 바로 남쪽으로, 대한민국 최북단 지역이다.) - 가여울 - 적성면 - 문산 도로를 따라 남하하는 북한군을 방어하도록 배치했다. 그 작전은 적중했다. 대대 규모의 북한군이 고랑포, 자하리로 진출하려다가, 한국군의 공격에 막혀, 살상지대에서 격멸되었다.
제1여단 제13연대장 김익렬(金益烈) 대령은 누구인가? 그는 1919년 6월 5일, 경상남도 하동군 출생으로 참전 당시 31세다. 휴전 후 국방대학원장과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국장으로 복무하였고, 전역 후에는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1988년 12월 10일 향년 69세로 졸했다.
6월 26일, 전날 밤부터 내리던 비가 그쳤다. 파평산 북쪽 320번 도로상(청송로)에, 북한군의 전차가 출현했다. 선두 전차 5대가 파평산 북단으로 육박해왔다. 파평산은,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과 적성면 사이에 있으며, 해발 495m이다.
한국군은 ‘2.36인치 로켓포’를 쏘며 대응했다. ‘2.36인치 로켓포’는 ‘바주카포’이다. 한국군 병사들은 바주카포의 사격술에 미숙했고, 북한군 전차의 특성도 몰랐다. 그 결과 적의 전차를 한 대도 파괴하지 못했다. 북한군 전차를 막아내는 방법이 한국군에게는 없다. 굳이 있다면 육탄전뿐이다.
제13연대 제1대대장 김진위(金振暐) 소령은 무지막지한 육탄전을 전개했다. 우선 용감한 장병 18명을 선발하여 대전차 특공대를 편성했다. 9명씩 2개 조로 편성했다. 그들은 81mm 박격포탄과 수류탄을 전깃줄에 묶어, 대 전차 폭탄을 만들었다. 그 포탄을 안고, 적 전차의 무한궤도 밑으로 뛰어들었다. 아군의 필사적인 육탄공격에, 겁을 먹은 적 전차가 도로변 초가집 옆에 급하게 정지했다.
그때, 예광탄이 날아와 초가집에 명중했다. 그 여파로 바짝 마른 초가지붕에 불이 붙었고, 그 화염이 전차에 옮겨붙었다. 이 광경을 지켜본 북한군 전차대는 적성으로 되돌아갔다. 기가 막힌 타이밍이다.
전열을 정비한 북한군이 연대 규모로 공격해 왔다. 한국군은 치열한 근접전을 펼쳐서, 파평산 방어진지를 끝까지 고수했다. 전투는 늦은 밤까지 이어졌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애국가 가사에서 보듯 하느님은 한국군과 그 지휘관들을 보호하시고 도우셨다. 제11연대와 연대장 최경록(崔慶祿) 대령을 도우셨고, 제13연대와 연대장 김익렬(金益烈) 대령을 도우셨으며, 제1대대와 대대장 김진위(金振暐) 소령을 도우셨다. 휴가 장병들이 속속 돌아오게 도우셨고, 아군의 배치가 끝날 때까지 적군이 근접하지 못하게 도우셨으며, 초가집에 불을 붙여 도우셨다.
자유롭고 정의로운 나라,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서, 힘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는, 한국군을 도우셨다. 이게 바로 하늘의 법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