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
3월 24일, 우리 가족은 다른 홈스쿨 가정과 함께 <미나리> 를 보러 갔다. 영화관은 제주 항공과 콜라보를 하여 기내식을 주었다. 또한 영화에 오프닝도 마치 여행을 가는 것처럼 시작했다. 영화 미나리를 상영하기 전에 사이판에 경유하여 사이판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여주었다. 나는 신선한 아이디어에 감탄했으나 내 동생은 이 때문에 굉장히 지루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약간 지루하긴 했다.
드디어 다큐멘터리가 끝나고 영화 <미나리>에 ‘착륙’했다. 영화 <미나리>는 미국으로 이민을 간 한 한국 가족의 삶을 그린 영화이다. 실제 이 영화 감독의 어린 시절 삶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주인공은 이민을 간 가족의 막내 아들로 앨런 킴이 연기했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꿈을 이루려고 하고 어머니는 꿈을 이루기는커녕 점점 안 좋아지는 현실을 보며 갈등한다. 그러다가 실수로 일어난 화재 속에서 서로 간에 사랑을 느끼고 다시 연합한다.
남편은 농장의 채소를 팔 수 있는 판로를 찾으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반면 아내는 건강을 살펴야 하는 어머니 순자와 아들을 위해 병원 근처로 이사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조금만 기다리면 농장의 채소를 팔아 떼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가족은 흩어져 깨져버리고 말 것이다. 나라면 아내의 말을 들을 것이다. 만약 채소를 팔아 성공한다고 해도 같이 기뻐해줄 가족이 없다면 소용없기 때문이다. 또한 남편은 이미 자신의 원래 직업인 병아리 감별사 중에서 수준급이었으므로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
주인공의 할머니인 순자도 인상깊었다. 다들 심장이 안 좋은 막내 아들을 걱정하며 나약한 사람으로 대했다. 반면 순자는 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달릴 때 칭찬을 하였고 뛰는 것을 도와주었다.
나에게도 할머니가 있다. 내가 어릴 때 수족구가 걸려 어린이집을 가지 못했던 적이 있다. 일을 가야 했던 엄마는 외할머니에게 나를 맡겼다고 한다. 나는 수족구 때문에 며칠 동안 아무 음식도 먹지 않았다. 이런 나를 걱정한 외할머니는 직접 인절미를 해 오셨다. 나는 이 인절미만큼은 싹 다 먹었다고 한다. 또한 내 친할머니도 갈치며, 오징어며, 새우 등을 보내주신다. 텃밭에서 수확한 채소들도 보내주신다. 할머니들은 무엇이든지 손주들에게 나눠주고 손주들이 그것을 먹는 것을 행복해하는 것같다. 할머니들은 항상 손주들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자신의 할머니가 생각나지 않았을까?
이 영화는 미국 감독과 미국 배우가 만든 ‘미국’ 영화이다. 배경도 미국이고 이민이라는 지극히 미국적인 정서가 담겨 있다. 그래서 그런지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미나리>에 출연한 배우 윤여정은 여우조연상을 받기도 했다. 한국 사람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많긴 하지만 확실히 한국인보다는 미국인에게 더 맞는 영화인 것 같다. 우리에게 익숙한 서사적인 내용이 아니라 그냥 평법하고 극적인 부분도 없고, 결말도 제대로 보여지지 않기 때문에 다른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그다지 와닿는 영화는 아니였다.
<미나리>는 제 78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이 아니라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고 최종 수상하였다. 하지만 작품상이나 감독상 등에는 후보에 오르지도 못했다. 이에 대해 논란이 많다. 앞에서 말했듯이 <미나리>는 지극히 미국적인 영화였고 서양의 언어가 많이 나오는 영화는 영어가 많이 나오지 않더라도 작품상을 수상한 경우가 많이 있었다. 그저 아시아계 감독이 연출하고 아시아계 배우와 아시아계 언어가 나오는 영화라는 것뿐으로 차별하는 것 아니라는 의혹이 있다. 사실 ‘외국어영화상’이라는 것 자체가 다른 나라에 문화를 무시하는 일이다. 미국, 서양의 문화만 좋은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