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itworld.co.kr/news/120936
마이크로소프트는 몇 달 전 25년간 독자 노선을 걸어왔던 브라우저 전략을 변경하고 엣지(Edge) 브라우저의 웹 렌더링 엔진을 크로미움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이 충격은 그저 마이크로소프트가 브라우저를 오픈소스로 전환한다는 것이 아니다. 크로미움은 엣지의 주요 경쟁사인 구글의 크롬 브라우저에서도 사용되며, 이 크로미움 프로젝트는 단독은 아니지만, 구글이 시작했다.
이런 변화는 자포자기에 가깝다. 현재 엣지의 점유율은 2월 기준으로 12%에 불과하며, 크롬은 67%를 차지하고 있다. 엣지가 크롬을 따라잡긴 어려워 보인다.
엣지 실패의 이유는 여러 가지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단 118개 밖에 없는 애드온의 부족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4년 전부터 엣지용 애드온을 개발하도록 개발자들을 독려하고 있지만, 크롬의 수천개 애드온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엣지가 크로미움 기반으로 만들어지면, 크롬용 애드온들도 엣지에서 구동된다.
크로미움을 받아들이면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엣지 엔지니어들을 다른 프로젝트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또한, 크로미움이 보통 1년에 8번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엣지는 지금보다 더 자주 업데이트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변화는 매우 합리적이다. 단, 마이크로소프트가 몇 십년간 브라우저 독자 노선을 걷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었는지를 생각하면 조금 놀랍다. 하지만 CEO인 사티아 아넬라가 윈도우의 지배력을 이용해 가능한 모든 시장을 지배하려는 구식의 마이크로소프트 문화를 타파하려는 의도와 일맥상통한다.
독자 노선 대신 개방형을 추구하는 나델라의 전략은 1980년대와 1990년대 빌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 왕국을 만들기 위해 썼던 전략과 완전히 반대된다.
그런 독점 때문에 1998년 미국 법무부와 20개 주의 변호사들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의 지배력을 불법으로 사용했다고 고소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IE)는 이 소송의 핵심이었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컴퓨터 제조업체들에게 윈도우를 설치하면 IE를 반드시 포함시키도록 했었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는 타 브라우저의 설치를 불가능하진 않지만 어렵게 만들어놨다. 마이크로소프트는 IE가 윈도우에는 없어선 안되기 때문에 제거하면 운영체제가 느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사용자들이 대안 브라우저를 쉽게 설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재판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폐쇄 전술의 민낯을 드러냈다. 아마 마이크로소프트 역사상 가장 겸손한 자세로 IE 제거가 윈도우 속도를 줄이며, 다른 브라우저를 설치하는 것이 매우 간단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제작된 비디오테이프를 증거로 제출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이 두 테이프를 교묘히 조작했다는 것이 밝혀지긴 했지만, 결국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소송을 잘 해결했다.
즉, 마이크로소프트가 고유의 브라우저 대신 개방형 표준을 선택한다는 것은 과거의 한 챕터를 마무리한다는 의미다. 나델라는 무엇보다 마이크로소프트를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수용하고 활용하는 기업으로 바꾸었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의 SQL 서버 데이터베이스는 이제 리눅스에서 구동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한 임원은 “유연성과 선택권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윈도우나 C#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 플랫폼을 고객에게 제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담당 부사장인 조 벨피오레는 엣지의 크로미움 전환을 발표하면서 “우리는 크로미움 프로젝트의 중요한 기여자가 되려고 한다. 이런 식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엣지뿐만 아니라 다른 브라우저들도 PC와 다른 디바이스에서 더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엣지를 더 좋게 만들기 위한 것뿐만 아니라, 크롬을 발전시키는 데도 기여하게 된다는 의미다. 크롬이 크로미움 기술 기반이기 때문이다.
이는 옛날의 마이크로소프트가 끝났다는 상징적인 신호다. 마이크로소프트 고유의 브라우징 기술은 마이크로소프트가 불공정하게 독점력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며, 이런 독점력 남용은 결국 회사를 약화시켰다. 엣지의 핵심을 오픈 소스화하면서 나델라는 마침내 빌 게이츠와 스티브 발머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마이크로소프트를 만들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