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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들살이의 주제는 ‘의외’였다.
내가 살면서 창의력을 뽐낸 적이 어릴 적 빼고는 거의 없다는 걸 알게 되어, 이번에 들살이 가서 여러 생각을 하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 사람의 인생을 듣고 그 사람 인생이 감명 깊게 나타나서, 그 사람과 같이 사람들이 의외라고 생각할 만한 장소들을 가며 거기서 생각을 해봤다. 그리고 영감을 얻은 걸 스케치 하고 나중에 발표작으로는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서 보여줄 예정이다.
1일차 : 08/31
들살이 1일차에는 파운드리 서울과 DDP 전시관을 갔다 왔다.
파운드리 서울에선 파샤드 파르잔키아 개인전이 열렸다. 파샤드 파르잔키아의 전시를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들을 전부 말할 순 없지만 조금이라도 말한다면, 전시물을 하나 봤는데 그 전시물을 보며 느꼈던 해석이 조금? 특이했다.
인간 1명, 동물 2마리가 있는 작품이었는데 동물의 형태와 인간의 형태가 일그러지고 초현실적이었다. 색감도 밝은 색이 있었지만 되게 우울해 보였다. 그래서 나는 작품을 보면서 느꼈던 게 뭔가, 그 파샤드 파르잔키아의 옛날 기억이 담긴 작품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좋은 기억인데, 그게 무언가로 인해 무너지고, 일그러지고, 초현실적으로 바뀐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제 더 이상은 옛날같이 행복한 모습을 되찾을 수 없다는 것처럼…
(내가 해석해 본 작품)
재밌게 전부 다 보고 마라를 전문으로 파는 식당에 가서 마파두부덮밥을 먹었다. 사진으로 봤을 때 맛있을 줄 알고 시켜서 먹은 거였는데, 나에게 맞지 않았다. 중국 향신료가 많이 들어갔는데 그게 안 맞은 것 같다. 먹던 도중에 속도 그리 좋지 않았다. 나중에 너무 안 좋아서 토할 것 같다는 불안감에 어쩔 수 없이 반 정도만 먹고 끝냈다.
그리고 DDP 전시관으로 가려고 버스를 탔는데, 도중에 잘못 탔다는 걸 인지 못 한 채 1시간 동안 계속 흥얼 거리면서 있다가 알게 되고, 반대편 버스를 타서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을 했다. 1시간을 넘는 시간을 낭비 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잘 도착했다는 생각에 너무 기뻤다.
전시관에 들어가서 표를 현장예매 하려 하는데, 학생증이 필요하다고 직원 분께서 말씀을 하셨다. 그래서 여권을 보여 드리려고 했는데, 여권이 하필 숙소에 있어서 어떡하지 하다가 가족관계 증명서 사진이 있어 그걸 보여 드렸다. 그렇게 다행히 청소년으로 전시를 관람 했고, 그 상황이 행복했다.
팀 버튼 전시를 보며 정말 다시한번 웅장 하단 생각이 들었다. (방학하기 전에 한번 가봤다.) 하지만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도중에 그만 보고 나왔다. 아쉬운 마음이 가득 했지만, 나중에 들살이 끝나고 나서 또 한번 더 전시를 보러 가려고 한다.
(안에 전시물은 촬영 금지라서 티켓만 찍었다)
나중에 또 보자는 생각에 기분 좋은 마음으로 저녁을 먹고, 숙소에 도착했다. 첫날이라 그런지 다행히 엄청 당황스런 일은 없었다. 무사히 잘 마친 것 같다.
2일차 : 09/01
이번에 2일차에는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 갔다 왔다.
거기서 나는 전시를 하나만 오랫동안 볼 계획이었다. 그런데 무슨 이벤트 중이라며 어쩌구 저쩌구 말씀을 직원 분이 하시더니 티켓 한 장 주시면서 “이 한 장으로 전시 모두 다 무료 관람 하실 수 있습니다.” 하시면서 티켓을 주셨다. 나는 득템 했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전시를 관람했다.
원래 보려고 계획했던 전시, 생의 찬미를 먼저 봤다. 작품들이 전부 다 인상 깊었고, 그 작품들을 만드신 분들 대부분이 나이 많으신 분들이 아닐까 라는 추측을 해봤다. 근데 그게 맞아서 깜짝 놀란 경험을 했다. (맞춰서 조금 기분이 좋았다.)
작품 중 산 바위들이 전부 그려진 작품이 있었다. 근데 자세히 보니, 사람 같기도 해서 그 착시 현상이 너무 신기해 몇십분 동안 들여다 본 게 기억이 난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다면, 작품을 샀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너무 그 작품이 좋았다는 내용.) 그러면서 이런 생각도 들었다. 작품을 만드신 분께서 자연을 생각해 제작한 게 아닐까 라는 생각… 뭔가 “자연과 우리는 하나의 공동체다. 그러니 우리는 그들을 받아들이고 서로 공존하며 살아야 된다.” 라는 그런 메시지도 조금이나마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그것과 잘 맞기도 했기 때문이다.
생의 찬미 전시를 본 다음에 점심을 거기 안 식당에서 먹고, 또 다른 전시를 봤다.
또 다른 전시도 보고 나서 옥상에 또 큰 전시물이 있다길래 걸어서 올라가고 있었다. 근데 되게 놀라운 광경을 봤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는 엄청나게 거대한 작품이 중앙에 배치 되어 있다. 그 작품은 백남준이라는 예술가의 작품인데, 거기 미술관에 기증한 작품이다. 백남준 작품들 중 가장 큰 작품이라고 알고 있다. 그 작품이 TV가 여러개 있는 형식의 작품인데, 작동도 되지만 그동안 미술관은 일부분만 틀어 놓지 전부 다 틀어놓진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가서 전체 다 틀어 놓은 걸 보니 너무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작품이 완전히 가동되고 있다는 사실에 속으로 날뛰었다.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그때 당시 복원 중이어서 공사장에서 쓰이는 물건들이 작품을 거의 다 가린 상태였다. (그래서 감상할 때도 한 바퀴 돌면서 감상했다. 그래야지 전부 다 켜져 있다는 걸 알 수 있음.)
백남준 작품을 좀 더 둘러보고, 옥상에 있다던 작품도 관람했다. 그것도 크기가 어마어마 한데, 안 쪽 밖에 자세히 보지를 못 해서 그게 조금 아쉬웠다.
전시물들 다 관람하고 나니까 기분이 너무 좋았다. 당일치기로 전시 여행을 한 기분이었다. 1일차 때보다 여러 생각도 할 수 있어서 좋은 점이 많았다. 2일차도 무난하게 잘 보냈다 생각한다. (막판에 숙소로 가는 길에 일이 있었지만…)
3일차 : 09/02
이번 3일차에는 망우리묘지와 백범김구기념관에 갔다 왔다.
일단 거기 가면서 제일 힘들었던 건 망우리묘지에 올라 가는데 더워 쓰러질 뻔 했다는 거다. 하필 겉옷을 입고 있던 상태에 맨투맨까지 입어 버려서, 정말 땀 찔찔 흘리면서 올라갔다. 근데 정말 다행인 건 반팔이 있어서, 중간에 재빠르게 갈아 입을 수 있었다는 거다.
조금 시원한 상태로 다시 올라갔고, 목적지에 도착을 했다. 더워 힘들었지만, 그만큼 보람이 컸다. 묘지들을 전부 둘러 봤는데 인상 깊었던 게 하나 있었다.
대부분의 묘지들이 잘 관리가 안 된 것 같은 모습이었다. 묘지가 거의 잘못 건드렸다간 폭삭 무너질 것 같이 불안해 보였다. 그리고 또 다른 묘지들을 보러 걸어가던 중, 바닥을 보니 묘지 번호가 적힌 비석이 내동댕이 쳐진 상태였다. 그러면서 들었던 생각은 뭔가… 여기 관리자는 묘지를 관리하는데 돈을 아예 안 쓰는 것 같이 보였다. 그렇게 밖에 볼 수 없었다. 내 기준으로썬 너무 심각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살짝 화가 난 상태로 묘지 구경을 마무리 지었다.
(당시 바닥에 내동댕이 쳐진 묘지 번호가 적힌 비석)
점심을 먹고, 백범김구기념관에 가면서 중간에 만나기로 했던 노을을 만나러 갔다. 중간에 버스를 잘못 내리는 참사가 일어났지만, 무사히 노을과 만나는 목적지에 잘 도착을 했다.
그렇게 노을을 만나서 같이 전시 본 것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1일차 전시 볼 당시에 생각했던 거를 말씀 드리니까, 거기에 내용을 더 집어넣을 거냐며 나에게 물어 보셨고, 그 자리에서 얘기 나눈 걸로 이후의 내용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라 그걸 바로 말씀 드렸다.
그것만 얘기했는데도 시간이 벌써 다 가버려서 나는 바로 노을과 헤어지고 원래 가려고 했던 백범김구기념관에 갔다.
도착해서 안을 보니 바로 앞에 김구 선생님 동상이 계셨다. 그 동상을 사진으로 남기고, 전시는 무료라 바로 들어가서 봤다. 아쉽게도 안의 전시물들은 전부 촬영이 금지라 찍지 못 했다. 그래도 전시를 보고나니 다시한번 한국의 역사를 제대로 안 것 같아서 좋았고, 여러 생각도 많이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중간중간에 참사는 있었지만 그래도 괜찮은 하루였다.
4일차 : 09/03
서울 들살이 4일차에는 경기도의료원파주병원이랑 보광사라는 절에 갔다 왔다.
이번에 거기 두 곳을 고른 이유는 후각이라는 것 때문에 골랐다.
나는 병원을 싫어한다.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싫어하는 이유가 좀? 특이하다. 병원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를 정말 싫어한다. 뭔가 향수와 오렌지, 그리고 약품을 섞어서 만들어낸 역겨운 냄새다.
그와 반대로 절에서 나는 향은 뭔가 계피와 나무조각, 그리고 커피콩이 타는 향이라 그런가, 맡을 때 마다 항상 마음이 편안해지고 좋다. 이 둘의 차이를 느끼고 생각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병원과 절을 선택했다.
그것 말고도 사실 분위기, 우리 몸에서 느껴지는 변화 등도 있어 그렇게 선택을 해봤다.
먼저 병원에 가봤다. 병원에 도착해 안을 한번 둘러 보니 주말이라 그런가, 응급실과 장례식장을 제외한 나머지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정말 20분에 1명씩만 등장한 것 같다. 불도 거의 다 꺼져 있어서 완전 암울했다. 그 분위기를 그대로 갖고 주차장에 가보니, 더 우울했다. 병원 안에서 나는 냄새는 역시나 나한텐 너무 지독했다. 좀 있으니까 토할 것 같았고 그래서 힘들 때 마다 1분 동안만 밖에서 바람 좀 쐬고 들어갔다. 그걸 반복하니 솔직히 고문이 따로 없었다. 오랜만에 병원에 가봐서 그런가,냄새는 더욱 더 지독하게 나는 것 같았다. 하필 아침부터 배가 아팠기에 더더욱 그렇게 느낀 걸 수도 있고…
너무 속상했던 건, 배가 지독하게 아파서 부여 잡으며 걸어 다녔다는 거다. 그래서 스케치든 글이든 뭐든 간에 전부 못했다는 거다.
아쉬운 마음으로 점심 때 예정되어 있던 콩나물 국밥을 먹었다. 근데 너무 웃겼던 건, 아무것도 생각 못 했고, 배도 아파서 짜증이 많이 나있던 상태였는데, 한입 먹으니까 기분이 확 좋아졌다. 이제 막 젖 땐 강아지가 처음 사료맛을 본 것 마냥 엄청 허겁지겁 먹었다. 그리고 다 먹은 걸 보니 나도 내가 왜 개띠인지 알게 되었다.
(Before)
(After)
계속 배가 아픈 상태로 보광사에 들어갔다. 오랜만에 절에 가보는 거라 기분이 매우 좋았다. 근데 안에 들어가서 3번 절 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어딘가에서 사람들이 큰 소리로 싸우고 있었다. 너무 짜증이 확 밀려와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는데, 스님이 나와서 상황을 보시고 정말 빠르게 정리를 하셨다. 조용해져서 정말 다행이란 생각으로 다른 곳에 들어가서 절을 또 3번 했다. 하면서 소원도 속으로 빌었는데, 제일 먼저 빌었던 게 “제발 진짜 그냥 배 안 아프게 해주세요. 너무 아파서 도중에 쓰러질 것 같아요. 제발제발제발…” 이었다. (실제로 저렇게 말했다.) 그렇게 차분한 얼굴로 절을 이어 나갔고, 다 끝낸 뒤에 그곳에 약수물이 있어서 마시고 좀 둘러 보다가 나왔다.
오늘 하루는 배가 너무 심하게 아파서 아무것도 집중을 못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 스케치도 거의 못 했다. 그래도 아프지만 최선을 다 해서 움직였다 생각한다. 힘들었지만 행복한 하루였다.
첫댓글 서윤이의 예술성을 따라갈 수 없지만 ~백범 김구 선생님의 나의 소원 ~~ 감동 입니다.^^
주제가 멋진데요~'의외'
작품을 보고 감상과 생각들을 적은 글을 따라가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지네요~ 아프지 말고~~
서윤이가 개띠인 이유가 거기에 있었군. ㅋㅋ
배가 많이 아팠나 본데 그래도 포기안 하고 최선을 다한 모습이 멋지네!!! 수고했어.
각자 품고 품고 떠난 들살이 주제들이 재미있어요.^^ 내가 무얼 좋아하고 싫어하고 그것을 찾아 나서는 일을 저는 늦게 시작해서 아직까지 하고 있는데 말이죠… 부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