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 시대의 낭자했던 선혈이 아직도 남아 있는 처형 터이다.강원도 원주시 중앙동 원주
시청 별관에서 200미터 직진, 원주 KBS사거리에서 좌회전하면 200미터 지점에 원주교가 있다.
이 다리를 건너 바로 우회전해서 둑길을 따라 350미터 남짓 되는 곳에서 좌회전 하면
왼편으로 '여주 수퍼'라고 하는 작은 가게가 있다.
바로 그 옆에 웬만한 3층 건물은 돼 보이는 엄청난 크기의 당간 지주가 한눈에 들어온다.
높이 5.4미터의 이 거대한 당간 지주는 현재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것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것이다.
당간(幢竿)이라 함은 사찰을 알리는 깃발, 즉 당(幢)을 달아 두는 장대로서 사찰 입구에
세워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봉산동 당간 지주 역시 신라 초기에 창건됐다고 전해지는
비마라 사지의 경내에 서 있다.
당간은 보통 나무나 구리, 철 등으로 만들기 때문에 세월이 지나면서 삭아 없어지고 대신
당간 지주, 곧 당간을 지탱하기 위해 당간 좌우에 세우는 돌기둥만 남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당간 지주는 모두 통일 신라 이후에 제작된 것으로 대락
8세기경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봉산동 당간 지주는 두 기가 모두 거대한 석재인데 아랫부분이 땅에 묻혀 있어 당간을 세워
놓은 기단석 등의 구조는 알 수 없다. 다만 특징적인 것은 다른 지역의 것들과는 달리
자연석의 일부분을 파내고 그 자리에 기둥을 세웠다는 것이다.
특히 받침돌의 가운데 부분에는 온통 붉은 빛이 서려 있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박해 당시
여기서 수많은 천주교도들이 처형됐고 그 때 뿌린 핏물이 내를 이루듯 흘러내려 돌을
적셨다고 한다. 돌받침의 붉은 빛은 바로 순교자들의 피가 남긴 신앙 고백인 것이다.
봉산동 당간 지주는 1910년 한일 합방 당시 한 쪽이 파손되었는데, 1980년 4월 30일
복원됐다. 강원도는 이 지주의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인정, 1975년 6월 강원도 지방 문화재
제 49호로 지정해 두고 있다.
찾아가는 길
원주시 중앙동에서 봉산동 쪽으로 원주교를 건너면 원주 경찰서가 나온다. 여기서
우측으로 300m쯤 가면 원주 천변 좌측에 당간 지주가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