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는 분명 타고나는 본성이 있습니다. 옛날방식으로 말하자면 각자에게는 고유의 사주팔자가 있고, 현대의 개념으로 치면 조상대대로 각자 환경과 교육에 맞춰 진화시켜오며 물려준 유전자가 있습니다. 아무리 속이려해도 내 내부에서 꿈틀대는 본성이란 언젠가는 드러나게 되어있습니다.
발달장애 아이들에게도 타고난 본성이 없을 수는 없지만 워낙 기본적으로 가동되지 않는 심각한 감각적 불통문제로 인해 본성이 곡해되거나 감안되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실 우리 아이들에게도 감각의 문제를 분리해서 타고난 본성을 헤아려줄 필요는 분명 있습니다.
여러 아이들을 직접 양육하며 함께 살아보면서 아이들 별로 본성문제를 많이 생각해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엇비슷한 본성임에도 결국 사는 삶의 격이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의 정체는 뭘까? 요즘 과학의 다방면으로 천재성 스릴강의를 해주는 박문호박사는 젊은 날에 이것저것 알바를 하면서 깨달았다고 하는 내용!
사주팔자 명리학에 관심이 있던 그가 나이트클럽에서 일할 때 보았던 수 많은 제비들의 사주를 보니 여자들이 많았답니다. 단순히 생각하면 사주에 여자가 많으니 제비가 될 수 밖에 없네라고 여겨질 수도 있지만, 산부인과 의사들의 사주에도 여자가 많은 것을 보고는 결국 비슷한 사주팔자라도 얼마든지 운명의 길은 각자가 바꿔나갈 수 있다는 메시지인데요...
요즘 자구책自救策 능력을 참 많이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일반사람들에게도 이 능력을 개발하고 단단히 갖추는 것은 일생 최대의 과제입니다. 자구책은 세상에 널려진, 내가 해결하고 가야할 수 많은 일상 속 과제들에 대한 해결능력을 기본으로 합니다. 각자 양육 환경이나 뇌의 성장 상황에 따라 자구책들은 위의 사주이야기처럼 갈리게 됩니다.
제가 완이를 돌보며 참으로 어려운 점이 바로 이 놈의 자구책기능입니다. 준이를 보면 어떠한 자구책 의지도 없는 듯 합니다. 준이가 일상에서 보이는 자구책 노력은 밥먹는 시간에 식탁으로 오는 것과 센터에서 돌아와 휴대폰 찾아내기 두 가지 뿐입니다. 나머지는 시키니까 하는 것일 뿐 어떠한 의지는 없습니다. 자구능력에 비해 의지가 거의 없는 본성입니다.
그와는 정 반대가 완이입니다. 자구책 의지는 지나칠 정도로 높은데 자구능력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지지 않았으니 이게 항상 큰 문제도 되거니와 대부분 엽기적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저는 사실 이 글을 완이부모가 봐주길 바랍니다. 완이 문제의 본질을 계속 외면하고 본질을 이해하지 않는 한 행동문제는 더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가게 되어 있습니다.
어제의 엽기적 상황 1. 소변냄새 가득한 얇은 담요 몸에 감고있기. TV 에니메이션 볼 때 소파에 앉아 담요를 몸에 두루곤 하는데 밥하느라 잠시 놓쳤더니 소변질펀한 그 담요를 두루고 있습니다. 2. 귤을 너무 좋아하는 터라 요즘 생산된 대과귤을 많이 얻어서 주게 되는데 하나씩 주지 않으면 다 까먹고 절반은 껍질이 벗겨진 채 바닥에 구르게 됩니다. 그걸 다시 주워먹고하니 차 운전하면서도 한 개를 주고 다 먹는가 확인해야 합니다. 3. 태풍 영향으로 바다를 가지 못하니 말농장가서 말 한번 태우려다 실패, 야외카페 데리고 갔더니 거기 테라스에다 풀어놓으면 잘 놀곤해서 데리고 가는데 어제는 거기다 수북히 싸놓은 대변. 잠시 눈을 떼면 바로 사고가 됩니다. 우리만 있어서 다행이지만 저는 너무 슬픕니다.
4. 낮시간 둘이만밌고 차량이동이 많은데 정말 종일 먹기만 하려고 합니다. 끊임없이 먹어대는 것은 원래 버릇이기도 하고 식사 때 반찬만 먹으니 배가 늘 차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어제 오후 태균이가 센터에서 돌아오고 너무 높은 파도때문에 바다를 못 가니 이리저리 드라이브 밖에 할 수가 없었는데 저녁먹으라고 차 안에서 아무 것도 주지 않으니 먹을 것 달라 바다수영은 왜 안하냐? 뗏장이 장난아닙니다. 필요한 것 얻을 때까지 자해까지 서슴치않으니 자기 필요한 것 얻어내는 행동이 더 진화합니다.
그래도 제가 무반응으로 일관하니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는 괜히 깔깔대며 노래하는 것으로 마무리해버립니다. 여기서 엽기적 상황은 끝나지 않고 차 바닥 여기저기 훑어가며 떨어진 과자 주어먹기... 구석에 눌러붙어 있는 것은 손톱으로 파내서 먹기까지...
완이를 24시간 돌볼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정말 많은 것을 깨닫게 합니다. 작년에는 다른 교사도 있었고 태균이 준이까지 함께 움직였으니 이래저래 섞이면서 엽기행동이 덜 할 수 밖에 없었지만 (엽기행동의 분산) 지금은 둘이 지내는 시간이 너무 길어지니 엽기행동들이 압축되는 느낌입니다. 미국에서 발달장애 형제나 부모들을 위한 교육을 주기적으로 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이런 엽기행동들은 사실 혼자시간이 주어졌을 때 극심해집니다. 타고난 자구책의 적극성에 비해 혼자있을 때, 할 수 있고 배운 것들이 없기에 적극적 자구책들은 엽기행동으로 바뀌기 마련입니다. 몸을 산만하게 움직이는 환경제공이 필수인데 가정에서는 어찌 그럴 수 있겠습니다. 요즘은 그나마 애니메이션이라도 즐겨보니 그나마 다행이죠. 그거라도 하지않으면 노골적인 성행위식 고추자극도 제게는 너무 힘든 엽기행동 중에 하나입니다.
타고난 운명은 동일해도 얼마든지 자신의 노력에 따라 바꿀 수 있다는 것과 같이 우리 아이들에게 운명을 바꾸어주는 것은 부모입니다. 똑같이 오래 야뇨증에 시달렸지만 결국 해결하고야마는 J부모는 그 원리를 이해하고 실천한 사람들입니다.
오늘 J가 제주도에 온다고 합니다. 이 단계에서 무엇을 어떻게 더 열심히 해야하는지 의논하고 싶어서입니다. 극단의 두 케이스를 보면서 논문이라도 쓰고 싶을 정도입니다. 하필 태풍이 가까이오고 비가 퍼부어대는 날에 오게되었는지 걱정이 되지만 J를 보며 더 나아갈 방향을 이야기할 수 있음에 기꺼움이 보태집니다.
첫댓글 J를 위해 끝없이 노력하는 부모님 모습은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완이 부모님은 완이 제주도 있는 동안은 휴식을 누릴 수 있겠습니다. 다들 방학이 고역이라 하거든요.
J 부모님은 정말 탄복합니다. 중단 없는 노력이 반드시 열매 맺죠.
대표님, 고생 많으십니다.🌻🥀‼️
저도 24시간 돌보고 있어요 화이팅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