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으면 만든다”… 600여 소그룹, 지역사회에 ‘활기’
장창일,박효진,손동준2026. 5. 19. 03:09
[새로고침(F5) 환대의 공동체로]
새로고침(F2)-교회 조직(Framework) <4> 소그룹이 희망이다
전남 완도 성광교회 ‘결혼식 준비 위원회’가 지난 16일 교회에서 결혼식 준비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이 교회에는 교인들이 소그룹으로 참여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위원회가 600여개가 있다. 교회 제공
“날마다 마음을 같이하여 성전에 모이기를 힘쓰고 집에서 떡을 떼며 기쁨과 순전한 마음으로 음식을 먹고 하나님을 찬미하며 또 온 백성에게 칭송을 받으니 주께서 구원 받는 사람을 날마다 더하게 하시니라.”(행 2:46~47)
예배의 감격, 이웃과의 사랑이 가득했던 초대교회의 모습을 설명하는 구절이다.
일제강점기 탄압 속에서 피어난 한국교회가 6·25전쟁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다 2000년대 들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교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소그룹 활동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소그룹은 적은 수의 교인들이 각자의 삶과 신앙을 나누며 공동체 안에서 더불어 성장하는 역동적인 신앙 실천 방법으로 전통적인 구역 모임과 대비된다.
전남 완도 성광교회(이완기 목사)는 20여년 전부터 교인들이 제안하면 만들 수 있는 위원회 사역이 활발하다. 이 교회에는 무려 600여개의 각종 위원회가 있다.
260여개의 섬이 주변에 있는 완도는 최근 인구 4만5000명 선이 무너지며 지역 소멸 위기에 직면했다. 청년층 이탈과 극심한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된다. 그럼에도 성광교회에는 생기가 돈다.
이완기 목사는 18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오랫동안 청년 사역을 하며 젊은이들의 열정을 체험했는데 지난해 9월 성광교회에 부임하니 그런 역동성과 창의성이 교인들 사이에 그대로 녹아 있는 걸 발견했다”면서 “언제나 자발적으로 움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교인들이 침체한 지역사회에까지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고 소개했다.
출석 교인 430여명의 교회에 교인 수보다 많은 위원회가 있다 보니 종류는 상상외로 다양하다. ‘큐티 사역 위원회’ ‘결혼식 준비 위원회’ ‘강단 장식 위원회’ ‘성탄 축하 위원회’ ‘축구 선교 위원회’ ‘오케스트라 위원회’ ‘화장실 청소 위원회’ ‘화단 가꾸기 위원회’ ‘게시판 관리 위원회’ ‘승강기 안내 위원회’ 등 각양각색 위원회는 교인들의 제안과 당회의 허락, 자발적 참여로 운영된다. 교회가 예산을 지원하는 위원회도 일부 있지만, 대다수가 자비량으로 운영되는 것도 특별한 점이다.
이 목사는 “다양한 위원회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데, 유명무실해지면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필요하면 다시 만드는 식으로 유연하게 운영된다”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교인들이 스스로 참여하고 활동하도록 세팅돼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서 지역이라는 한계와 도민, 교세 감소라는 삼중고 속에서도 교인들이 참여하는 위원회는 교회는 물론이고 지역에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면서 “목회자 중심 교회에서 벗어나는 데도 이런 방향이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런 사역 모델은 정우겸 원로목사가 제안하고 뿌리 내렸다. 정 목사는 “사랑을 말하는 교회가 왜 이토록 치열하게 싸우는가”라는 질문에서 사역의 길을 찾았다. 정 목사는 “모 교회에서 교인들이 늘 다투는 걸 보면서 의구심이 들었고 신학대에 진학한 뒤 ‘은사론’에서 답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은사론은 하나님이 성도에게 준 영적 선물을 연구하는 신학 이론이다. 정 목사는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를 찾아 교인을 사역자로 세우면 교회 공동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고 확신했다”면서 “처음 12개로 시작한 위원회가 많을 때는 720개까지 있었다”고 했다.
정 목사는 80년대 말부터 새 신자가 교회에 오면 ‘MBTI 세미나’와 ‘은사 세미나’에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해 교인들에게 달란트를 찾을 기회를 줬다. 그는 “전통적인 교회 조직을 답습하면 MZ 세대를 절대 잡을 수 없다”면서 “비성경적인 것이 아니라면 교인들이 달란트대로 마음껏 뛰도록 판을 깔아주는 ‘평신도 사역’이 위기의 한국교회를 구원할 돌파구”라고 강조했다.
고은범 경기도 새노래명성교회 목사는 코로나19 이후 3040세대를 중심으로 교구와 구역 모임이 눈에 띄게 약해지자 ‘교회는 왜 모여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품게 됐다. 성경 속 초대교회의 모습을 묵상하며 공동체의 중요성을 재확인한 그는 2년여간 부교역자들과 함께 공동체가 활발한 여러 교회를 탐방하며 대안을 연구했다.
이 결과 교회는 기존의 ‘지역 중심’에서 ‘연령별’ 교구 체제로 과감하게 개편했다. 학령기 자녀를 둔 부모나 자녀를 출가시킨 장년층 등 비슷한 삶의 주기에 있는 교인끼리 모일 때 더 깊은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고 목사는 “결국 모임은 관계를 낳고 관계는 나눔으로 이어지며 나눔은 결국 건강한 공동체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미국 교회들은 우리보다 앞서 소그룹 목회에 나섰다.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새들백교회(앤디 우드 목사)는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소그룹 사역 모델을 갖고 있다. 교회는 최근 소그룹 리더(호스트)들의 번아웃을 방지하기 위해 ‘학기제(방학)’를 도입하는 등 지속해서 제도를 보완하고 있다.
애리조나주 챈들러의 코너스톤교회(린 윈터스 목사)는 주일마다 6000명 안팎이 출석하지만 500명 단위로 모이도록 공간을 분리한다. 또한 이 공간에서 다시 평신도 리더를 세워 소그룹을 촘촘하게 운영한다.
장창일 박효진 손동준 기자 jangci@kmib.co.kr
기사원문 : https://v.daum.net/v/202605190309179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