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해, 기관지질환에 남천.
이웃에 살던 한 남자가 있었다. 기관지가 좋지 못해서 항상 가래끓는 소리를 내었다. 골초에다가 애주가였다. 그와 대화를 하면 언제나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듣는다. 그의 취미는 정원을 가꾸는 일이다. 이백평 남짓한 그의 정원은 그야말로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이른 봄에 그는 정원을 다듬기 시작했다. 몸도 지뿌등한 차에 그의 집에 놀러갔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니 그가 남천을 전지질하고 있었다. 그가 내게 물었다.
"기관지에 좋은 약초 좀 없어요?"
나는 전지질하는 그의 손을 보았다. 빨갛게 잘 익은 남천열매가 이른 봄 그의 가위질에 떨어지고 있었다. 그는 바닥에 뒹구는 남천열매(남천자, 남천실)를 보며 한 마디한다.
"열매는 예쁜데.. 써먹을 데가 없어요."
그리고 가위질을 멈추지 않는다.
"그건데요."
"예?"
"그 열매가 기관지를 낫게 해줄 것 같은데요."
그러자 나를 멍하니 쳐다본다.
"남천자가 기관지에 좋아요."
그는 바닥에 떨어진 열매를 내려다본다. 전에도 또 그 전에도 해마다 전지질을 하며 버렸기 때문이다.
남천은 매자나무과의 늘푸른 상록 관목으로 정원수로 많이 심는다. 줄기와 기둥이 마치 우산처럼 옆으로 펴지며 자란다. 그러다보니 모양을 내기 위해 해마다 전지질의 대상이 된다. 봄에 꽃을 피우고 잎이 가을에 단풍처럼 곱게 물든다. 특이한 것은 열매가 겨울에 떨어지지 않고 봄에 꽃이 필 때까지 있어서 꽃과 열매를 동시에 볼 수 있는 나무이기도 하다.
탐스럽게 익은 열매(빨간색 또는 노란색)는 보기에도 좋다. 마치 포도 송이나 밝은 등과 같아서 중국의 의서인 도경본초에서는 불꽃에 비유하여 남천촉이라 하였다. 또는 잎의 모양이 대나무잎과 닮아서 남천죽이라 불렀다.
열매는 남천자, 남천실, 남천죽자, 천촉자, 홍구자 등으로 불리며 잎은 남천엽, 남천죽엽, 줄기와 가지는 남천경, 남천죽경, 뿌리는 남천근, 남천죽근, 토황련, 산황련 등으로 불린다.
열매는 맛은 시큼하고 떫거나 쓰고 달며 성질은 평하고 독은 없다. 줄기와 잎, 뿌리는 맛은 쓰고 성질은 약간 차다고 하나 거의 평하다고 봐야 옳다.
주로 열매와 잎, 가지를 쓴다. 가지치기를 한 잎과 줄기를 쓰면 된다. 열매는 가을에서 이른 봄까지 빨갛거나 노랗게 익은 것을 쓰면 된다. 잎은 가을에 물들어 봄에 새잎이 나올 때 떨어진다. 가을 낙엽을 무안하게 하는 나무이기도 하다. 잎과 줄기는 사계절 쓸 수 있다.
잘게 썬 줄기와 함께 말려서 쓰면 된다. 잎은 밥을 지을 때 넣고 지으면 좋고 차로도 마실 수 있으며 잎과 줄기를 달여서 탕약으로 복용해도 된다.
감기, 백일해, 안구충혈, 피오줌, 학질에 좋다. 그리고 가지나 줄기에는 흥분작용이 있어 감각이 무디어진 중년에 페로몬처럼 흥분제로 쓸 수 있다. 단 약간의 독성과 성질이 조금 차므로 적당히 조절해서 쓰는 것이 좋다.
뿌리는 햇볕에 잘 말려서 쓰거나 그냥 깨끗이 씻어서 쓴다. 적당량을 넣고 달여서 복용한다. 급성 결막염, 급성 위염, 황달, 부스럼, 신경통 등에 쓴다.
가래, 기침, 천식, 백일해를 달고 사는 기관지가 좋지 않은 사람들은 열매를 활용하면 좋다.
남천이 정원수나 화분에 있다면 빨갛게 또는 노랗게 익어가는 열매를 달고 있을 것이다. 이 열매를 따서 용기에 담아 소주(30° 이상)를 자작하게 부어준다. 많이 붓지 않아도 된다. 열매가 잠길 정도만 부으면 된다.
하루저녁을 소주에 담근 후 찜통에 넣고 찐다. 찜통 받침에 거즈를 깔고 열매를 담갔던 소주를 함께 붓는다. 물은 넣지 않고 소주로 찐다. 찐 열매를 햇볕이나 건조기에 꼬득하게 또는 바싹 말린다.
한번에 5~6알씩 하루 세번 복용한다. 며칠 복용하면 효과를 느낄 수 있다. 간질환이나 황달이 있는 사람에게도 좋다. 어린아이는 열매를 꿀에 재워서 한두 수저를 뜨거운 물에 타서 마시게 하거나 아예 끓여서 먹이면 된다. 새콤달콤해서 거부감없이 아이들도 잘 먹는다.
해강.
약초연구소 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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