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보일러 온도계가 21도에 맞춰져 있습니다.
20도가 되면 돌아서 22도가 되면 꺼지죠.
겨울이지만 한동안 포근할 때는 22도에 맞춰야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몇 해 전 많이 추울 때는 18~19도로 맞춰 놓고 지내던 때도 있었는데, 바깥이 많이 추워서 보일러가 자주 도니 이때도 지금 같은 따뜻한 느낌을 받았었죠.
집안에서 느끼는 체감온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집안 온도가 어느 정도 돼도 직접 느끼는 바닥 온도가 따뜻하게 느껴지지 않으면 춥게 느껴지거든요.
해서 날씨가 포근한 날인데도 따뜻함을 느끼려고 보일러 온도를 높이는 거지요.
사는 것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소비 수준이 높은 사람이 만족을 느끼기 위해서 점점 더 높은 소비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죠.
과거에 비해 절대적인 빈곤은 크게 줄었지만 부의 상대적인 차이 때문에 가난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아진 것도 같은 현상 아닐까요?
늘 자신을 낮추고 검소하게 사는 사람들은 작은 것에도 감동을 받고 행복을 느끼며 삽니다.
집안이 춥다고 느껴지면 가벼운 옷을 하나 더 입어 보세요. 지금 런닝 바람일 수 있습니다.
마음이 허하게 느껴지면 가족과의 행복지수를 살짝 올려 보세요.
나의 작은 마음씀과 행동이 보일러가 되어 가족의 행복지수를 덥혀 줄 겁니다.
행복한 이브 되세요. ~^.^~
♥할머니와 전기장판♥
지금까지도 전기장판만 보면 생각나는 할머니가 있습니다.
3년 전 추운 기운이 감도는 12월, 저는 동사무소에서 기초생활보장 신청자를 대상으로 자원봉사 일을 했습니다. 기초생활보장 대상자가 정말 생계비가 지급될 만한 지를 조사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퀴퀴한 냄새가 진동을 하는 한 허름한 여인숙에서 혼자 살고 계신 할머니 한 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결혼도 안 하고 외롭게 지내시다 행상일 도중에 허리를 심하게 다친 후 지금은 허리를 거의 쓰지 못할 정도여서 일어서서 돌아다닌다는 건 거의 할 수 없는 상태였죠.
"할머니, 식사는 어떻게 하세요?"라고 묻자, 할머니는 한쪽에 있는 커다란 양푼을 가리키며 "여인숙 주인이 친절해서 아침마다 밥에 고추장을 풀어놓고 놔두고 가면 하루 세 끼 먹을 수 있어." 라고 말씀 하시더군요.
그래도 손님이라고 요구르트라도 대접해야 한다며 일어서시는데 허리 통증으로 얼굴을 많이 찡그리셨습니다. 할머니의 고통스러워 하는 얼굴을 본 순간 두 눈에서 갑자기 눈물이 주르륵 흐르던지요.
할머니는 "아가씨, 울지마. 난 괜찮어. 이제 다 살았어..."
집으로 돌아온 전 하루 종일 할머니 생각이 났고 마지막 가시는 날까지 따뜻하게 보내시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겨울이면 엄마가 쓰시는 전기장판을 할머니 방문 앞에 놔두고 돌아왔습니다.
날이 많이 추워지자 전기장판을 찾던 어머니는 전기장판이 없어졌다고 난리가 났죠.
"글쎄, 나는 잘 모르겠는데... 어디로 갔지?" 라고 시치미를 뚝 떼며 모른 척 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그 일이 기억 속에서 잊혀질 즈음 집으로 동사무소 직원 한 분이 찾아오셨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어쩐 일이냐고 물으니 돌돌 말린 전기장판을 건네시며, "이거 네가 할머니 방문 앞에 놓고 간 거지? 할머니께서 네 덕에 겨울마다 따뜻하게 보냈다고 감사하다고 하시더구나. 그리고는 편안하게 눈을 감으셨어..."
"네?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그래. 돌아가시면서 이거 너한테 다시 전해주라고 그러셨대. 날마다 이 장판에서 주무셨다는데 전기세 낼 형편이 안 되서 전기는 한 번도 안 꽂으셨나봐..."
그렇게 전기장판을 받아든 저는 한참 동안을 그때 일을 회상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장판을 다시 다락방에 올려 놓았습니다.
그해 겨울 어머니께서는 "장판이 여기 있었네! 그때는 그렇게 찾아도 없더니..." 하시며 그 전기장판으로 따뜻한 겨울을 보내셨지요.
'할머니..., 저 할머니가 보살펴 주셔서인지 아무 탈 없이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할머니도 따뜻한 그곳에서 편안하게 주무세요.'
-행복닷컴/대구 홍oo님